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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오금학도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1992년 1월
평점 :
절판


대학 1학년 말에, 아주 우연한 술자리에서 우리과 여자아이들의 대화를 들었다. '...하는 것은 무의미 합니다.' 그러자 다른 여자아이가, '이렇게 술을 마시는 것도 무의미 합니다,'라고 대답하면서 자기들끼리 웃는 것이다. 나는 그네들이 나름대로 개똥철학을 펴는 것인줄 알고 그냥 한마디 거들었다. '무의미 하다는 것도 무의미 합니다.' 그랬더니 그 중 한 친구 왈, '아니, 무의미 하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순간 할 말이 없어지더군요. 지네들끼리는 서로 무의미 하다고 떠들길래 저도 그냥 끼어들어본 건데 그렇게 되받아치니 무안하기도 하고, 그친구가 똑똑해 보이기도 하고 근데 이윽고 둘이 웃으면서 그러더군요. '너도 이외수 책 읽었니?' '아니... 재밌어?' '응,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단다.'

그때는 겨울방학이라서 당장 도서관에서 이외수 책을 몇권 빌렸습니다. 글구 지금은 제목을 잊었지만 어쨌거나 중단편 집에서 좀전의 친구들이 말했던 부분도 찾았죠. 제 친구가 말했던, 무의미 하다는 건 가장 큰 의미를 가진다는 말도 알고보니 책에 나왔던 말이더군요.

그날 이후로 제가 구할 수 있는 이외수 책은 거의 모두 읽었습니다.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있을 때, 내 삶이 너무 삭막하고 단절도니 느낌을 받았을 때, 항상 그의 책을 읽으며, 그의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자신을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벽오금학도는 기존에 그의 책에서 보여주던 괴기스러움이나 엽기스러움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신이나 신앙등에 대해 점잖게 써내려 갑니다. 이 책은, 선한것을 추구하고 속세를 떠나 신선들이 사는 그런곳에 몸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기 위해 주인공이 몇십년을 참고 인내하고 그런 신비의 곳을 의심치않고 굳건히 믿으면서 살아온 과정을 담담하게 써내려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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