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oonnight > 즐거운 건강 읽기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어떻게 어떻게 알라딘을 알게 되어 인터넷서점이 이렇게 편리한 거군. 좋았어!를 외치며 책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 어떻게 하다보니 컴맹에 가까운 내가 신기하게도 '서재'라는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이 공간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책들을, 나 혼자서라면 접할 기회를 갖기 어려웠을 주옥같은 책들을 알게 된다. 이 책, 서 민 교수님/아이디 마태우스님의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도 그렇다. 알라딘의 서재를 알지 못했다면 과연, 이 책을 만날 수 있었을까? 어떤 경로로든 알게야 되었더라도 쉽지는 않았을 듯. 오프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찾아본 결과, 내가 잘 가지 않는 사각지대에 전시되어있었는 걸. (그 서점에 항의해야 한다. 왜 신간코너에 눈에 딱 들어오게 좌라락 펼쳐놓지 않았냔 말이다. ;;)

소위 '서재질'을 좀 늦게 하기 시작한 나는 마태우스님이 정확히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했다. 내가 들락거리게 된 거의 모든 서재에 댓글로 나타나는 굉장히 발이 넓은 분이라는 것 정도. 호기심에 몰래몰래(이쯤에서 은근슬쩍 고백해야지. 인사도 안 드리고 기냥 무단침입해서 그의 글들을 읽었다. ;;) 살펴본 이야기들은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부리님? 이 분이랑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술일기라니. 헉. 이렇게 술을 마시고도 과연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교, 교수님이라고? 진짜야? -_-

어떤 분이 '에너자이저'라고 표현하신 것처럼 이 분의 체력은 놀랍다. 그렇게 술을 즐기시고, 그렇게 책을 많이 읽으시고, 페이퍼며 리뷰며, 수많은 글들을 서재에 남기시고, 그 뿐인가. 테니스도 무척 좋아하시고 교수님이시니 당연히 수업도, 연구도 무진장 하실텐데 책까지 내시다니. 기가 죽을 지경이다. 그와 동시에, 참 감사하다. 신이 계셔서 마태우스님께 이렇게 엄청난 체력을 허락해주신 것은 그만큼 많은 이들을 즐겁게 해 주라는 뜻 아니셨을까. 그리고 참 다행스럽게도 그 중 한 명이 나다.

책을 처음 잡았을 때의 '알차다'하는 그 느낌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유지되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자꾸만 더 빨리, 더 많이 읽고 싶어지는데도 남은 책의 양이 자꾸만 줄어드는 것이 아쉬워서 망설이게 되는 책. 원래 의학관련 이야기들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정말이지 마음에 든다. 일단 말도 못하게 웃기다. 너무 웃겨서 공공장소에선 읽지 말 것을 권하고 싶을 정도다. 작가의 페이퍼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그의 유머에 배꼽잡은 경험이 적지 않을테고, 이 책도 당연히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한 바탕 웃어제끼고 나서 눈물을 닦으며 내가 뭘 읽었더라. 류는 절대로 아니다. 매우 쉽고, 매우 재미있지만 가볍지 않다. 전문적인 단어들은 주를 달아서 친절히 설명해놓았고 모든 인용문과 참고문헌들은 reference를 충실히 밝혔다. 책을 읽으며 나는 아주 인기있는 대학교수의 수업을 듣는 장면을 떠올렸다. 학생들의 표정은 무척 밝다. 중간중간 던져지는 교수의 유머에 자연스럽게 웃음을 터뜨린다. 동시에, 그들의 반짝거리는 눈동자들은 새로운 지식에 목말라있다. 젊고 패기있는 교수는 그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바로 그런 분위기다.

작가는 시종일관 정직하다. 너무 정직해서 음. 이 책 너무 많이 팔릴까봐 두려울 거 같은데. 괜한 걱정도 된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주거나 어느 한 쪽을 매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바로 보기', '바로 알기'가 작가의 의도라는 것을 알기에 그야말로 괜한 걱정일 뿐이리라 생각한다. 요즘은 바야흐로 웰빙의 시대, 조금은 건강염려증의 시대인 것 같다. 이런 시대에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오는 의학관련 책들은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든다. 의학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는 나로서도(실제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괜히 뜨끔하기도;;) 여기서는 이렇게, 저기서는 저렇게 떠들면 그래, 나는 어찌하오리까. 어지러울 때가 많다. 그러나 손에 든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안심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읽은 책과, 자신이 본 영화를 예로 들며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작가의 이야기에 즐겁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거다.

오늘 나는 알라딘에서 이 책을 몇 권 더 주문했다.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사실 책선물이란 것은 쉽지 않다. 나만 해도 선물받은 책은 완독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처음 몇 페이지 펼치다가 조용히 덮어버린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다르리라 기대한다. 혹시 생각보다 두껍다고, 생각보다 글씨가 많다고 겁을 먹는 사람이 있다면 한 페이지만 읽어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한 페이지, 그리고 또 한 페이지. 넘겨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서, 그리고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의외의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작가가 이전에 냈던 책도 주문해버렸다. (언젠가 작가가 제발 옛날책들 사지 말아주세요. 라고 페이퍼를 쓰신 거 같은데 진심이셨다면 죄송해요. ;;) 그리고 참 성마르게도 물어보고 싶다.

"저, 새 책은 언제 나오나요? "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자꾸 생각이 나서 덧붙이자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키를 밝힌다. 놀랐다. 생각보다 크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서재에서 본 상반신의 사진으로는 그다지 커보이지 않았다. 죄송스럽게도. 늘 다리가 길다. 라고 강조하시는 걸 (미녀분들도 그렇게 칭찬하셨다고 들었다. ;;) 그러려니 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단 걸 사과드린다. 역시 작가는 정직했다.

마태우스님. 다리 정말 기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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