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hestie > 몽상笛 이야기를 읽고 몽상하다.
지문사냥꾼 - 이적의 몽상적 이야기
이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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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나쁜 버릇이 하나 있다.
가사의 울림이 없는 노래는 노래 취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역시 중증 문자중독증 증세겠지.

샘이 많은 나는 내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을 동경한다.
상상력이 부족해서 소설 읽기 싫어하는 내게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밉도록 부럽다.

사람들이 '달팽이' 노래에 갸우뚱할 때 나는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 가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대체 이런 가사를 가요에 버젓이 쓰는 이적이라는 사람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런데 이제 그가 날 제대로 뒤집어 놓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소설이라니. 내가 절대로 넘보지 못할 글쓰기의 영역. 이제 그가 그 곳에 손을 뻗는다.


손때 묻은 듯한 초록색 표지를 넘기자 '활자를 먹는 그림책'이라는 짧은 글이 나를 반긴다.
진짜 '나쁜' 책이다. 이렇게 처음부터 사람 기를 죽이다니.
용서할 수 없지만, 일단 잡았으니 오기로라도 끝까지 읽어봐야지.

기억하라. '동성애자'가 동성연애자가 아니듯이 그들은 '음혈인간'이지 흡혈귀가 아니다.
세상에 대고 '난 피를 마신다'라고 당당히 외칠 그 날을 기다리는 음혈인간일 뿐이다.
이 글에서 음혈인간을 동성애자로 치환해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 단순한 착각일까.
외계령, 얼마든지 있을 수도 있지 뭐.
제불찰씨의 불행은 정말 제 불찰이었을까?
제불찰씨가 청소해 준 귀로 제불찰 씨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준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이적씨,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너무한 거 아니요?
톰과 제리의 비밀을 읽은 사람이 또 있었구나. 휴우.. 다행이다.
뜨끔했다. 가끔 그렇게 잔인한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누군가 정말 그래주었으면 하고 생각한 적도 있으니까.
책을 읽다 내 우산에게 물어봤다. 너 정말 거기 가고 싶니? 지금이라도 보내줄까?

그러다 그를 만난다. 내 지문마저 기억마저 가져가버릴 그를.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구나, 이 사람.
당신 때문에 뒤를 돌아볼 수가 없잖아. 내 뒤에 검은 갑옷을 입은 그가 있을 것 같아서.
그를 만나면 도저히 잊을 수 없을 듯 해서.

친절하기도 하지. 기나긴 이야기에 지쳐있을 독자를 생각하다니.
짧은 이야기들로 다시 숨을 고른다. 똑똑똑.
어? 여기까지구나. 지금까지와 다른 검푸른 책장이 나타난다.


이전에 유명인들이 추천하는 책 목록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내 기억이 맞다면 이적씨의 추천 도서는 마르께스의 소설 '백년동안의 고독'이었다.
그 때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가 이런 '대형사고'를 치게되리란 걸.


피리부는 사나이 적,
무서운 사람이군요.
그를 바짝 따라가지 마세요.
그가 내는 피리소리 따라 떠나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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