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Common > 김영하의 '일촌'이 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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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의 미니홈피는 특별하다. 미니홈피 자체가 특별하게 생겨먹었다면, 그것은 아니다. 일단, 김영하는 '작가'라는 사실이 특별하다고 할까나.
모든 작가가 그러리라는 법은 없지만, 일단 보통 사람이 '작가'를 떠올리면, 자신만의 골방에 책과 함께 처박혀 창작의 고통에 씨름하며 글을 써갈기는 쓸쓸한 예술인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김영하는 조금 다른 듯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막연한 '작가'들에 비하면 그는 너무 유쾌하고, 개방되어있다. 타인과의 소통보다는 자신만의 고독 속에 씨름하는 예술인의 모습은 김영하하고는 왠지 동떨어졌다는 느낌이다. 그는 쾌활하고, 쿨하고, 독자와의 소통을 꺼리지 않는 편이다. 그는 늘 '랄랄라'를 흥얼거리면서 살아가는 유쾌한, 개방적인 작가다.
우리는 김영하의 미니홈피에서 작가로서의, 멋진 한 남자로서의(그래서 많은 남자의 질시를 받으며 젊은 여인들의 시선을 모으는 것일까. 흑흑), 고양이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관찰할 수 있다. 마치 스티븐 킹의 <미저리>에 등장하는 스토커 광팬인양, 이상한 눈길로 그를 바라볼 필요가 없다(흠, 그런 사람이 있기는 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자신을 독자들에게 딱 필요한 만큼의 노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하는 그를 너무도 사랑하는 독자- 아니, 그 사람들이 독자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그의 미니홈피를 방문해주는 손님들과의 소통을 즐긴다. 방명록은 언제나 그에 대한 애정이 담긴 사람들의 글로 넘치고, 또한 김영하 자신도 미니홈피에 그 보답으로 자신의 글을 올리고, 살아가는 모습도 알려주고, 자신의 일상 속 사진도 올리곤 한다. 우리는 그의 홈피에 들어서면, 자기 자신도 '랄랄라'를 흥얼거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랄랄라. 자, 따라해보세요 랄랄라~ 김영하의 그 흥얼거리는 멜로디는 꽤나 중독적이다. 어느샌가 우리 모두는 랄랄라를 흥얼거리며, 김영하의 미니홈피(혹은 그의 책)를 들춰본다.
김영하의 이런 활발한 소통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특히 그의 미니홈피 방문자는 유독 20~30대의 여자분들로 가득한 것에 대한 질시라고 해야할까, 그런 감정들이 느껴진다. 흑흑. 같은 남자로서의 질투가 마구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질시의 감정 외에도, 불편한 점이 있다. 미니홈피 방문자 중 몇몇은 김영하의 소설을 읽는다기보다는 김영하의 살아가는 모습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영하가 무슨 연예인이냐? 하지만 말이다. 그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들은 내가 즐겨읽는 김영하의 문학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검은 꽃>의 역사적 배경이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주제의식 같은 것을 이해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게 꼭 필요할까나? 그냥 김영하의 라이프스타일을 흠모하거나, 심지어 이성적인 호감(??)을 느낀다고 해서, 그 사람이 김영하의 책을 다 섭렵하고, 주제의식에 대한 논문을 걸죽하게 한편 써야할, 이유가 있나 말이다. 그들은 단지, 좋아하는 연예인과의 미니홈피를 들르는 것처럼, 김영하에게 호감을 느껴 그의 미니홈피를 방문 하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들의 '랄랄라 합창'에 동참하지 못한 채 쭝얼거리는 놈일지도 모르겄다.;;
나에겐 김영하의 미니홈피가 즐겨찾기가 되어있다. 가끔씩, 흠, 사실은 자주 그의 미니홈피를 방문한다. 한때는 그의 소설과 글만을 좋아했지만, 그의 살아가는 모습에도 약간의 부러움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홈피에는 흥겹고 쾌활한 아토마우스 스킨이 깔려 있고, 유토피안 재즈 트리오의 "Look Of Love"가 잔잔하게 흘러내린다. 그것이 김영하의 '랄랄라 하우스'의 모습이다. 우리는 그가 늘 흥얼거리는 멜로디에 주의를 기울이는 독자이자 관객일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그의 '일촌'이다. 우리는 '일촌'으로써 김영하의 '랄랄라'에 동참하여 다 함께 '랄랄라'를 흥얼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날씨가 좋죠? 방울이와 깐돌이는 어떻게 지내요? 소설은 언제 나오죠? 김영하님, 일촌 신청해주세요~ 아, 물론 해드리죠. 그는 자신의 팬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런 것은 왠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김영하의 생각과 상상력이 활자화 된 책, 혹은 인터뷰로만 그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는 이모티콘과 통신어가 가득찬 세계에서 김영하와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것이다. '랄랄라~' 생각만해도 즐거운 일이다.
이런 즐거운 미니홈피를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화 된 책으로 읽게 되면 어떤 느낌일까? 똑같은 내용이라 해도, 인쇄된 책으로 본 그의 '랄랄라' 와 미니홈피의 '랄랄라'하고는 어딘가 색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어떻게 그의 글을 읽든 김영하식 상상력과 글 그리고 그 밖에 '랄랄라'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것들을 감상하는 일은, 꽤나 즐거울 것임에 틀림없다.
여담으로, 이 책을 읽다보니 책 속에서 나의 답변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니셜으로 처리된 나의 이름과 아무생각없이 달았던 짧은 리플이, 이렇게 인쇄되어 책으로 나오다니. 어찌나 낯설게 느껴지던지. '일촌'이자 '독자 였던 나는 그와 같은 뜻밖의 만남이 이렇게 색다르게 다가왔다. 문득 내가 그와 일촌을 맺을 때가 생각난다. 꼭 세계적인 작가가 되세요, 하고 내가 일촌평을 남겼는데, 그러자 김영하 왈. 네, 꼭 세계적인 작가가 되겠습니다. ^^; 그렇게, 김영하는 친근하고도 낯선 나의 일촌이 되었다. 자, 그럼 당신은? 김영하의 '일촌'이 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