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부민 > 미래에 대한 상상의 병
에비에이터 SE
마틴 스콜세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감독 : 마틴 스콜세지

 개봉 : 2005 02 18

 등급 : 15세 이상

 시간 : 169분

 장르 : 드라마

 출연 : 레오나르도 디까프리오, 케이트 블란쳇, 케이트 베킨세일, 매튜 로스, 아담 스코트...

 

영화는 하워드 휴즈의 어린시절부터 시작된다. 실제 전염병으로 사망한 어머니는 하워드 휴즈의 몸을 닦아주면서 콜레라와 장티푸스 등의 단어를 가르치고 우리도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영화는 바로 이 장면 하나로 앞으로 나올 하워드 휴즈의 결벽증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다.
 
나는 공교롭게도 결벽증에 걸린 여러 친구들을 알고 있다. 그리고 또한 하워드 휴즈가 보여주었던 '누가 자기를 해치지 않을까?' 하는 하는 증상과 대인기피증, 의처증 은 나 또한 걸려본 적이 있다. 그것은 어쩌면 미래를 추구한 완벽주의자의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난 미래에 대한 상상의 '병'일 것이다. 결벽증과 완벽주의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자는 항상 머릿속으로 더러운 것에 대해서 떠올리게 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화장실 문고리 같은 것이다. 누가 무엇을 만지고 그것이 다시 나를 만지게 되는 전이 현상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그런 위생 걱정으로 보내는 사람을 알고 있는데 그 사람은 그러한 생각 때문에 매 초마다 괴로워하고 있었다. 또한 내가 걸려본 적도 있었고 대인기피증과 자신의 목숨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자들도 만나봤는데 그들과는 다르게 휴즈는 미리 미래를 상상하고 겁내는 그런 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자회견이나 공청회, 사업추진, 영화제작 등 사람들과 어울려서 일하고 노는 것을 헤낼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 휴즈의 무의식 속에 강렬한 미래와 성공에 대한 염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으리라. 실제로 영화의 마지막에서 하워드 휴즈는 '미래의 길'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끝내고 있다. 그 어린시절의 꿈이 거울에 실루엣으로 떠오르면서. 바로 그 어린시절에 듣고 말했던 비행기, 전염병, 성공은 그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하워드 휴즈의 큰 상상력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특히 빠르고 큰 비행기는 그의 인생의 강박을 지나 상징처럼 올라서버렸다.
 
영화는 하워드 휴즈의 성공기와 더불어 그의 병을 그리고 있다. 관객의 대부분이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하는데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나는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으며 3시간이 결코 길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빨리 끝나는 영화에 대해서 아쉬움이 남을 만큼.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인가?
 
첫째로 하워드 휴즈의 성공기다. 그의 결단력, 모험심, 미래적 지향에서 오는 성공기는 관객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하다. '지옥의 천사들'을 다 만들어놓고 유성영화로 처음부터 다시 제작한다는 에피소드나 TWA를 5분만에 인수결정을 한다는 에피소드, 비행기 윗 날개를 날려버리는 에피소드,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에게 서슴없이 다가서는 에피소드, 공청회에서 팬암의 독점 등 상대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에피소드들은 통쾌함을 넘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둘째는 그의 병적인 강박관념이다. 처음 영화를 보다가 영화관 의자에서 느낀 불쾌함부터 종종 나타나기 시작한 강박관념은 차례대로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하고 사랑을 잃고 모든 옷들을 불태울 때부터 정점에 치닫기 시작한다.
셋째는 가장 큰 재미인데 바로 그의 성공기와 강박관념의 혼합이다. 성공하기 위해서, 바로 그가 추구하는 목적의 가장 큰 장애는 그가 가진 병인 것이다. 외부적 갈등은 타 비행사와 상원의원 정도지만 내부적 갈등인 또 다른 자신과의 싸움은 바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메타포이다. 중요한 결정에서 언제나 일어나게 되는 강박관념, 그리고 같은 언어를 중얼대는 하워드 휴즈.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미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그가, 또한 불행한 어린시절과 사랑의 상처를 가진 그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의 병은 그가 쉽게 성공하도록 놓아두지 않는다. 자, 한 장면을 보자. 상원의원은 글라스에 일부러 지문을 묻혀둔다. 하워드 휴즈는 발견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참고 견디다가 나와서 신음한다. 또 한 장면을 꼽자면 바로 캐서린 햅번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런 장면에서 일어나는 아이러니는 참으로 거대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류의 아이러니가 영화 중반 곳곳에서 일어나게 되며 처음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하워드 휴즈, 그를 보는 재미에 자연스럽게 흐름으로 이어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사실 같은 연기와 소품, 감독의 날카로운 재치들이다. 처음 '지옥의 천사들'에서 나타나는 비행씬이라든지 비버리힐즈에서 일어나는 비행기 사고, 비행기에서 사고를 당하는 하워드 휴즈의 모습, 또한 캐서린 햅번의 모습과 에바 가드너, 진 할로우의 연기와 모습들은 하나 같이 닮아있다. 또한 소품은 어떤가? 휴즈의 집을 가득채워 놓은 예술작품이며 코코넛 그로브 등의 미장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역동적이고 정적인 카메라 워크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 레오는 성공을 향한 집념과 강박관념을 아주 말끔히 표현해냈다. 어린시절부터 좋아하던 길버트 그레이프, 토탈 이클립스, 바스켓볼 다이어리에서 느껴졌던 레오의 진정한 연기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남아있는게 바로 비행기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는 점이다. 마지막의 거대한 비행기 헤라클레스 이륙신은 공청회 신과 교차편집되어 훨씬 감동적이었다. 
 


오랜만에 참 좋은 영화를 보았지만 전기 영화이기에 분명히 아쉬운 점은 있다. 마지막에 끝내는 부분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미래의 길'을 슬픈 눈빛으로 중얼거리며 어린시절을 회상하면서 막을 내린 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
 
끝으로 하워드 휴즈는 왜 그렇게 비행기에 집착했을까? 그가 죽은 곳도 멕시코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었다. 미래지향적이며 빠르고 크다는 성공의 의미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땅에 닿지 않아서는 아니었을까? 하늘에 혼자 떠 있다는 사실이 결벽증 등 그를 조금이나마 미래에 대한 상상의 병으로 부터 벗어나 위로해준 것은 아니었을까?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했던 그의 강박관념은 어쩌면 당연한 것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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