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일랜드. 보고싶었던 영화인데. 많이 실망했다. 영화 내용에 대해 거의 몰랐다. 물론 복제인간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이상의 내용은 일부러 알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근데 내용을 알고있어서가 아니라 너무 뻔한 스토리였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긴장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거운주제를 너무 쉽게 다루고 있고, 피상적으로 접근하였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리뷰를 쓰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다. 하지만 오랫만에 시간과 돈을 투자했으므로 새벽의 여유로움을 리뷰를 쓰는데 소비하려한다.
얼마전에 황우석교수의 배아줄기세포의 연구에 대해 들었다. 그 연구에 대한 단점으로 가장 크게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 인간복제의 가능성을 높여놓았다는 것이라고 한다. 솔직히 내가 과학적인 지식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그쪽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므로 '배아'라는 잠재적인 생명을 파괴해야 한다는 사실 이외에 다른 내용은 잘 모른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모르더라도 인간복제가 결코 영화속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들이 계속적으로 연구되어 왔고, 앞으로도 연구되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알고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싶었다. 그런 가능성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으며 그것이 실현되기까지의 어려움과 문제점과 부작용들이 어떻게 영화속에서 표현되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속에서 그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어떤식으로 복제인간이 사육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점이 발생되었는지에 대한 접근만을 시도하고 있다. 그 축소된 내용만이라도 제대로 다루어졌다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했다.
내가 왜 그런 문제점을 느껴야 했을까? 솔직히 그 이유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겠지만 영화는 단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아일랜드가 주는 무미건조함과 따뜻함의 부재는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보다 더 큰 허무함으로 다가온 것 같다.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인간의 심리묘사와 감정처리가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고, 인간과 복제인간사이에서 느껴야 하는 그 수 많은 갈등과 괴리감들이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가 빠진듯한 허전함을 느껴야했다. 그 허전함이 아직까지도 나의 가슴속에 남아있기에 제대로된 감상평이 아닌 비판과 비난만을 늘어놓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영화내용에 대한 언급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
단, 내가 영화를 보고나서 생각한 것이 있다면 영화속에서 그려진 복제인간들의 세상. 그들의 삶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같은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즉 우리가 알고있고, 우리가 감각기관을 통해 경험하는 세계가 모두 거짓이고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솔직히 누군가라는 대상을 설정하는 것보다는 어떤 ' 막연하고 절대적인 힘' 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그것은 초현실적인 힘이라고 표현될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운명이라고 불리우는 것일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운명론을 믿는것은 아니지만 세상은 결코 인간의 의지와 인간의 뜻만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한다. 어쩌면 그것은 한사람의 삶이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계속에서의 삶이기 때문에 일종의 카오스이론의 나비효과의 영향처럼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 많은 가능성과 잠재되어있는 속성에 의해 불규칙속에서 어떤 규칙을 만들어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누구도 그런 근본적인 것에 대한 연구는 하지 않는다. 아니ㅡ못한다. 그냥 인간에게 사유하고 철학적으로 접근하여 스스로 해결책과 대책을 세워나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힘을 통제할 수 없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고,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아닌가?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죽음. 인간의 탄생이 본인의 의사가 아니었듯이 인간의 죽음도 본인의 의사는 아니다. 어쩌면 영화속에서 복제인간들이 죽음을 아일랜드로 떠나는 것으로 알고 있듯이. 우리 인간들도 죽음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좀더 넓게 생각해보면 인간들에게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복제인간처럼. 우리 인간들도 어떤 필요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누가 알겠는가? 우리가 모르는 저 현실너머의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어쩌면 우리모두가 복제인간일지도 모른다. 아니, 복제인간은 아니더라도 어떤 절대적인 힘을 가진 대상에 의해 조정되고 있으며 그들의 필요에 의해 삶을 살고, 그들의 필요에 의해 삶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복제인간들이 자신의 의지와 자신의 지능으로 그들의 생명을 지켜나가고 그들의 세계를 파괴하여 진실된 세계로 탈출하듯이. 언젠가는 우리도 우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가 모르는 세계로 탈출하게 되는 날이 올수도 있다는 희망도 가져본다. 그것은 플라톤의 주장처럼 우리의 현실은 어떤 참된 이데아의 세계의 그림자에 불과하고 진실된 세계는 저 현실너머에 우리가 모르는 영역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가 오로지 이성에만 의지하는 철학적인 사유를 한다면 그 이데아의 세계를 알아갈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어떤 세계든 그 미지의 세계가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냥 막연하게 그런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많은 의미를 부여해준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참되고 완벽한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불러일으켜 진정으로 살고싶게끔 만들어 주기때문이 아닐까?
평가: ★★★ 그냥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