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부리 > 영화 분홍신
친구가 사업차 천안에 왔다가 나한테 들렀다. 점심을 사줬다.
“나 세시에 올라갈 건데 같이 가자!”
친구 회사가 우리집 근처라서 그러자고 했다(어차피 서재질만 할 거....).
집에 가서 얌전히 독서를 하다가 술마시러 갈까 하다가 마음을 바꿨다. 차 안에서 친구한테 전화를 했다.
“아트레온(신촌에 있는 극장)에서 영화 뭐하는지 좀 알아봐 줘!”
배트맨 비긴스가 1순위, 신시티가 2순위였는데 둘 다 안한단다. 7시에 약속이 있으니 5시 영화가 좋은데, 그 시간대에 맞는 영화는 <분홍신>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런 걸 ‘얼떨결에 영화봤다’고 한다.
영화 시간을 알자마자 난 운전을 하는 친구에게 계속 협박을 했다.
“좀 더 밟을 수 없어?”
“껴들어!”
“추월해!”
극장에 도착한 시간은 4시 47분, 영화 시작은 50분이었다.

<분홍신>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한 김혜수. 이 영화에서는 딱 한번 키스신이 나오는데
김혜수가 하니까 키스도 야했다. 키스는 원래 야한가?
왜 돈을 주고 공포감을 느껴야 할까, 하는 의문을 가진 사람도 제법 있지만, 난 공포영화도 잘 보는 편이다. 영화는 무서웠다. 내 앞의 남녀는 무서운 장면마다 껴안았는데, 그 뒤에 길게 드러누워 영화를 보던 나는 가방을 껴안았다 (대안이 없잖아!) 예전에 영화로 나왔던 <링>을 모티브로 한 거였는데, 무서움의 강도에서는 그보다 못했지만 영화에 나온 귀신의 숫자, 쏟아진 피의 양, 주연배우의 섹시함(링의 주연은 신은경, 이번엔 김혜수) 등 여러 부문에서 <분홍신>은 <링>을 앞섰다 (이게 좋은 건가?).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사람들이 무서웠다고 하는 걸로 보아 돈 낸 것만큼의 공포는 체험할 수 있는 듯 싶다. 맨 마지막 말은 내가 KTF 카드가 있어서 2천원을 할인받았다는 걸 감안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