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냐 > '씬시티' - 또 밀린감상 4





시사회 때 봤다. 그 많은 영화담당 기자들과 함께 극장을 빠져나오면서, 내가 영화담당 기자가 아닌게 다행스러웠다. 난 이 난해한 영화를 뭐라 정리해야 할지 마구 당황했을테니.

첫 장면......일단 범상치않은 스타일을 자랑한다. 어느 마천루. 붉은 드레스의 여성에게 남자(조쉬 하트넷)가 다가선다. 붉은 드레스와 빛나는 눈빛을 제외하면 모두 흑백화면.....낯선 도시의 유혹은 곧 파멸로 마무리된다.

곧이어 형사 하티건(브루스 윌리스) 이야기. 거물 상원의원 아들이자 연쇄 살인마에게 납치된 소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곧이어 야수같은 남자 마브(미키 루크....절대 알아볼 수 없는 변신 모드)의 이야기. 하룻밤만에 평생 첫 사랑을 알게 해준 창녀 골디(제이미 킹)가 살해되고,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면서 처절한 복수가 시작된다.......마브는 기이한 범죄에도 휘말리는데, 창녀들이 잇따라 살해되어 박제된다.....미스테리한 XXXX(엘리야 우드)는 대사 한마디 없이 잔혹함의 극치를 보여준다...물론 마브의 복수도 그렇지만.....

곧이어 마브가 들렸던 술집 한귀퉁이에 있던 남자 드와이트(클라이브 오웬)의 이야기.  술집 종업원 셜리(브리트니 머피)를 괴롭히는 재키보이(베네치오 델 토로....난 이 배우조차 못 알아봤었다..-.-;;)와 맞짱 뜨다가....창녀촌 전체를 곤경에 빠뜨린다. 서로 암묵적 휴전 관계이던 경찰과 창녀촌의 전쟁이 시작된다.....

다시 죽은 줄 알았던 하티건의 이야기.......술집 댄서 낸시(제시카 알바)와의 질긴 인연....(아아..어디까지가 스포일러가 될지 난감하다).........

영화는 극도로 비현실적이다. 사내들의 낮은 목소리도 그렇고, 마브의 초인적인 괴력이나 엘리야 우드도 마찬가지다. 죄악의 도시...이 씬시티 자체가 비현실적이다...그래서 이들의 시적인 대사가, 이들의 사랑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원작 만화의 저자 프랭크 밀러는 영화화를 반대하다가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에게 넘어갔다는데....암튼, '황혼에서 새벽까지'라는 걸출한 영화를 선보였다는 이 감독...만화적 스타일의 결정판을 내놓았다. 온통 CG라는 배경도 그렇지만..장면 장면이 영화같지 않은 몽환적 분위기로 가득하다.

더구나 세편의 조각난 이야기들을 연결하는 이음새가 그럴싸하다. 만화적 상상력과 만화적 스토리, 만화적 장면들은 경쾌한 리듬에 실려 전해진다. 영화의 미덕인 리듬감은 흑백의 비장미와 어우러진다. 한마디로 영화를 보는 내내....긴장을 늦출 수 없다. 만만치않은 작품이다.

하지만...내가 누군가. 비폭력 평화주의자 아닌가..음화하핫. ;;;;;

진정 폭력을 사랑하는, 폭력을 찬미하는 이런 영화에 결코 엄지손가락 두개를 들어줄 수 없다. 제아무리 스타일리쉬하고, 제아무리 연기가 끝내줘도 그럴 순 없다. 더구나 이 영화의 폭력성은 엄청나게 짜릿하다고 해야하나...지독한 알콜 원액같은 강도를 자랑한다. 팔 다리가 모두 잘려나간 모 주연배우의 눈빛은 엄청난 포스를 내뿜는다.  '감각의 제국'에선 페니스를 잘랐지만, 여기선....뽑아버린다. (음..스포일러라고 하기엔...뭐, 언제 어느 장면에서 나올지 전혀 짐작 안될거다...-,.-)

그러나 한편으로..초절정 잔혹 장면들은 그다지 잔혹하지 않다. 흑백 화면에 흰빛, 혹은 노란빛으로 처리해 붉은 광기를 숨겨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만화적 장면이라 그런가. 느와르의 미학이라는게 있다면...그걸 극대화시켰다고 해야겠다.

이야기가 시종일관 사랑을 쫓는 것도 폭력을 아름답게 포장해버린다. 사랑을 위해 희생하거나, 사랑을 위해 복수하거나 사랑을 위해 목숨건 전쟁을 벌이거나....이 남자들의 사랑은 너무 절박하다.

아...너무나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 한가지 더! 이 영화에 나오는 여자들은 온통 창녀이거나, 싸구려 사랑을 파는 술집 종업원이거나, 뭇 남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술집 댄서다. 왜 우울한 도시의 미학은 마초적 환상을 극대화할 때만 가능한 걸까. 폭력영화와 그런 한심한 수컷들의 상상력은 뗄래야 떼어질 수 없는 관계일까.

아. 배우 얘기 한마디 더 하자. 이런 영화를 뭐라 하더라..암튼, 약간 체급 떨어진, 그러나 한몫하는 스타들이 줄줄이 나온다.
제시카 알바...끝내주게 이쁘고 섹쉬하다. 그리고 탱탱하다...음음....이런 표현은 것참 거시기하지만...실제 화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브리트니 머피가 슬프다. '돈 세이 워드'에서 정말 공허한 청순미를 과시하더니....'8마일'에서는 깜찍하고 애잔한 역할을 보여줬는데...음, 왜 이렇게 삭았나..쩝. 
미키 루크는 사실 설마설마 했지만, 도저히 알아볼 수 없다. 마브란 남자는 '괴물'이니까. 브루스 윌리스는 참으로 저런 역할에 어울린다 싶었고, 베네치오 델 토로는 아아..역시 잘 못알아봤다. 역할이 하두 나빠서..-.- 글구, 클라이브 오웬...'클로저'에선 정말 짜증나더니...여기선 꽤나 매력을 발휘한다. 조쉬 하트넷은 대체 왜 출연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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