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nrim > 달의 궁전 - 폴 오스터
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 그때 나는 앞길이 구만 리 같은 젊은이였지만, 어쩐지 이제부터는 미래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위태위태한 삶을 살고 싶었다.
.......
내가 해안의 굴곡을 바라고 있을 동안 한 집 두 집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다음에는 언덕 뒤에서 달이 떠올랐다. 달아오른 돌처럼 노란 둥근 보름달이었다. 나는 그 달이 어둠 속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눈한번 떼지 않고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달로 시작해서 달로 끝이 나는 소설.
<태양은 과거이고, 지구는 현재이고 달은 미래이다.>
나의 달나라에 명예의 전당을 만든다면 그 첫번째 주자가 될 이야기. 포그의 방에서 분홍색과 파란색의 달의 궁전 네온 사인을 본 순간, 이 이야기가 무작정 좋아졌다.
그리고....
누구든 자기가 속수무책인 지경에 이르렀다고 느끼면 고함을 지르고 싶어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가슴에 응어리가 지면 그것을 몰아내지 않고는, 있는 힘을 다해 고함을 지르지 않고는, 숨을 쉴 수 없는 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숨에 숨이 막힐 것이고, 대기 그 자체가 그를 질식시킬 것이다.
내가 고함지르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느정도 내 속에 진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었고, 그래서 읽는 동안 행복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다음에는 폴 오스터의 <공중곡예사>를 읽어봐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마 당분간은 폴 오스터의 작품을 읽지 않을 것 같다. <달의 궁전>에 조금더 머물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