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oonnight > 연애의 목적


그리 재미있다던 연애의 목적. 드디어 봤다. ^^ 근무마치고 마구 뛰어갔는데 남은 좌석은 10개. 자칫했음 못 볼 뻔 했다. -_- 평일인데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대부분 연인들끼리 왔던데 난 세개짜리 좌석 제일 구석에 연인 한 쌍 옆에 꼽사리낑겨서 보는 행태가 되어버렸다. 눈치도 없이. ㅜㅜ

어찌됐든 -_-

영화는 재미있었다. ^^ 듣던 대로, 좀 야하기도 했지만 (장면도 대사도. 남자친구랑 봤음 민망할 뻔 했다. -_-;) 앞부분이 그렇고 뒤로 갈수록 뭐랄까. 좀 진지해지기도 하고 생각할 것도 있고 그럤다. 뭐, 그래도 끝까지 웃겨줬지만.

영화를 보면서 내내 느꼈던 게, 이유림(박해일) 같은 남자 만날까봐 무섭다는 거였다. -_- 뭐, 그런 사람이 내게 관심을 보일 리도 없겠지만 우리 한 번 할까요. 저기 가서 키스나 하고 갈까요. 자고 나면 더 편해질 수도 있어요. 조용한 곳(모텔-_-)에 가서 그냥 얘기만 해요. 너무 피곤해서 그래요. 잠깐만 누워요. 등등. 셀 수도 없이 뻔뻔한 말을 너무너무 능글하게 내뱉는 거다. 그러면서 스스로는 자기를 감정에 솔직하게 따를 줄 아는 감성적인 사나이. 따위로 생각하는 것이 따귀 한 대 올려붙이고 싶을 정도로 밉살맞았다. 그나마, 뒷부분으로 갈수록 점점 착해지고, 최홍(강혜정)을 생각하는 마음이 절절하지만 표현하기 쑥스러워하는 귀여운 캐릭터로 변신했으니 망정이지 박해일이란 배우까지 싫어하게 될 뻔했다. -_-



그리고.. 끝내 홍과 유림의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끝나지만, 6년간 유림의 곁을 지켰던 여자친구의 입장에선 비극일 뿐이란 생각을 했다. 홍의 애인으로 나왔던 느끼한 의사에겐 전혀 연민이 느껴지지 않는 건 그 역시 홍을 그다지 사랑하진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서인 것 같다. 그에 비해 유림의 여자친구는 (희정이었던가. ) 유림의 어머니에게도 잘 하고, 유림에게도 고분고분 착한 여자인 것 같은데, 유림의 표현대로 '오래 사귀다보니, 부모같고 자식같아져서', 다만 식상해졌단 이유로 딴 여자에게 눈을 돌리는 유림이, 그리고 홍과의 사랑의 결말-_-이 너무 자연스럽단 듯 표현되는 것 같다. 현실에서 만일 희정 같은 인물이 내 여자친구라면, 그런 나쁜 놈과 일찍 헤어지는 게 잘 된 거다. 라고 그녀를 위로해 주겠지만.. 그게 내 일이 된다면 과연 그런 말이 위로가 될까. 씁쓸해지는 거다.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_-

배우 강혜정을 다시 보게 된 것이 이 영화의 보람이라고 느낀다. 올드 보이의 미도를 봤을 때만 해도 어린 여배우가 영화 잘 골랐네. 또는 저런 연기하기 쉽잖았을텐데 독하다. 이 정도였는데, 음.. 굉장히 매력있는 배우였다. 평범해 보이던 얼굴이 보면 볼수록 예뻐지고, 저런 여우.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특히, 교무실에서 유림과 함께 감사관들앞에서 취조(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를 받을 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냐. 는 투로 유림의 편이 된 듯 보이는 감사관들의 등에 대고 저, 아직 못 한 말 있다. 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이후, 유림의 뒤통수를 때리고는 교무실을 걸어나오며 점점 턱을 치켜들고 눈물에 흠뻑 젖었지만 도도한, 오만한 표정으로 걸어가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궁지에 몰리면 쥐가 고양일 문다더니. 하며 약간은 고소해하며 약간은 소름끼쳐하며 약간은 애달파하며 스크린을 쳐다본 것이 나혼자는 아니었을 거다.

영화속에서 홍에게 빨간색이 참 많이 쓰였는데 굉장히 잘 어울렸다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다른 기쁨이었다. 벤치에 앉아있던 첫장면에서 입고 나온 빨간 재킷과 유림과 여관을 나오며 하얀 눈길위에 입고 있던 빨간 코트. 까만 가죽재킷안의 빨간 풀오버, 머플러로 많이 감고 나온 것도 붉은 계통이었고 유림에게 줄 거라고 정성들여 만든 닭강정을 넣었던 것도 빨간 도시락. 참 예뻤다. 겨울과 풀오버, 참 좋아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추운 날씨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연애의 목적.

...은 뭘까? -_-a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난 답을 모르겠다. 과연 그런 목적이 있기나 있는 건지도 아리송하기만 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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