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oonnight > 극장전

일요일 아침. 영화관으로 달렸다. 이번주가 지나면 극장전이 막을 내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영화시작 5분전에 상영관으로 들어섰는데 관객은 나 하나 -_- 아무래도 아침시간은 너무 한산하군 생각하는데 영화시작 직전에 아가씨 서너명이 들어온다. 한산한 극장에서 따스한 커피를 손에 들고 영화를 보는 기분.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엄지원. 마태우스님께서 너무너무 예쁘다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셨는데 나도 눈이 번쩍 떠졌다. 주홍글씨의 그 여자, 맞아? 싶을 정도. 화장 안 했을 때 예쁜 여자가 참 좋다. (당연한 소린가?) 어찌나 맑고 고운지. 약간 맹해보이는 표정도, 딱 잘 어울렸다.
이기우라는 그 배우. 너무 커서 어정쩡해보이는데 그래도 꽤나 잘생겼다고 생각했었는데 클래식에서 약간 모자란 것 같은 부잣집 아들역을 했었단 사실을 늦게 알아차리고 놀랐다. 흠. 역시 사람은 꾸미기 나름인건가.
홍상수 영화중에 제일 웃기고 대중적이라 그런 거 같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민망함은 여전했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하며 혀를 차게 되는 것도 여전했다. 비겁하고 무능하면서도 영화 속 대사처럼 "여자 좋아하고, 쿠울~한 척 하는" 남자를 그냥 한 대 때려주고 싶어지는 거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어정쩡하게 눈치를 보며 그래도 손해는 안 보려고 안 돌아가는 머리를 굴리며 기를 쓰는 모습이 바로 나인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했다. 역시, 홍상수 영화는 술을 부르나보다. 영화가 끝났는데도, 바깥은 여전히 덥고 햇빛투성이였다. 모처럼 햇살아래 좀 걸었더니 금새 땀이 났다. 버스정류장을 찾아 이십분을 걸었는데 결국은 택시를 탔다.
"당신, 재미봤잖아요. 그쵸? 그러면 이제 그만! 뚝! "
영실(엄지원)의 코맹맹한 목소리, 참 매력적이었다. 흠. 나도 저런 목소리로 단호하게 no를 말할 수 있음 좋겠다. 홍상수 감독의 다음영화가 벌써 기다려진다. 그리고, 엄지원과도 좀 더 함께 작업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