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줄리 > 세편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아무도 모른다
여자, 정혜

이렇게 세편의 영화를 봤다.
세편의 영화는 느낌이 비슷하다. 사실적이라는데서. 그리고 살아간다는게 그렇게 녹녹치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는데서 말이다.

난 픽션보다는 난픽션을 좋아하고 드라마보다는 다큐를 좋아한다. 영화는 잘 만들어진 것은 어떤 장르든지 좋아하지만 우리 일상속의 인물들을 클로즈업한 느낌이 드는 사실적인 영화들에 더 애정이 간다.

아무도 모른다. -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일단 시작할때 이 영화는 실제 일어났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라는 말때문에 그애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진것 같다. 힘들다는 말도 안하고 너무나 그 상황에 자연스러워진 아이들이지만 바로 그 사실에 가슴이 미어지도록 슬펐다. 애들이 누려야할,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나도 누려야만 할 기본적인 행복조차 박탈당했던 그 아이들이 불쌍했다. 아이들을 버린 그 엄마를 원망하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난 그 엄마를 원망했다. '엄마는 행복해지면 안되니?' 라는 말로 면죄부가 될수는 없다. 그녀는 왜 그녀만 행복해지려 했을까? 같이 행복해지는 길을 찾았으면 안되었을까 싶어서였다. 특히 몇년전 캐나다에서 일어난 일본 여자의 일때문에 이 영화가 특히 더 사실처럼 다가왔다. 21살의 어린 여자애가 어학연수를 왔다가 캐나다 남자를 만나 같이 살다 안살다 하면서 애를 둘씩이나 낳았다. 그리고는 그남자는 그녀를 버렸고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났는지, 아니면 파티를 전전하며 다녔는지 몇일동안 집에 안들어왔고, 애 우는 소리때문에 그 집에 들어간 경찰은 애가 굶어죽을걸 발견했다. 그리고 그 녀의 큰애 서너살 되었던 아이는 근처 시내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그녀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추방이라는 결론과 함께 잊혀졌던 사건이었다.
어쨌거나 영화는 아이들의 그 버려짐조차 웬지 낭만적이게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연기가 자연스러워 그랬는지 모르겠다. 난 그래서 잠시 속았다. 난 영화를 보면서 슬펐지만 그애들이 그렇게 불행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나중에 찾아본 이 영화의 실제 모티브가 되었던 사건은 역시 현실은 영화가 아니구나 라는 걸 실감하게 해주었다. 감독은 그 사건을 보고 너무나 충격을 먹은 나머지 그냥 묻어두고 그 사건을 다시 재구성하고 싶었던건 아닌가 싶다. 실제 이야기는 잔인한 불행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비극이었다. 책임감이 있던 큰애가 사실은 라면 하나때문에 동생을 죽이기까지 했으니까. 그리고 엄마도 애 하나를 죽여 집안에 숨겨놓기까지 했다.
영화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준다. 그중에 아이들의 삶에 대한 애착이 너무나 가슴시리게 느껴져 지금도 눈물이 나올려고 한다. 밖에 나가고 싶어 애쓰고 물이 없는데도 베란다에 키우는 화초에 물을 주는 아이... 산다는 것... 엄마에게 버림받은 그애들에게 너무나 힘든 세상이지만 그 애들은 그래도 그런 세상속에서 그렇게 살고 싶어 했다...

고양이를 부탁해 - 여자감독의 영화라 그런지 여자들, 젊은 아이들의 절망과 희망을 과장하지 않고 잘 풀어낸듯 하다. 그중에서도 남들에게 주목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낮은 위치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보이는 역할을 맡기로 되어 있는 듯한 여자들의 이야기로 이만한 이야기는 지금껏 없었을듯 싶다. 혹시 감독은 인천의 그 허름한 골목의 한 집에서 자라고 그 아이들 중 하나처럼 여상을 졸업한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젊은 나이만으로도 예쁘고 환할것 같은 아이들은 그리 밝지 못하다. 우리가 어릴때는 단 한번도 젊고 모든게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 아이들도 그렇다. 그 나름대로의 심각한 고민이 있고, 그리고 사실 그녀들에게 사회는 그렇게 관대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게 현실이니까. 꿈꾼다고 다 되는것두 아니고 확 트인 길보다는 장애물이 있는 길이 늘 더 가까이 있으니까. 그녀들이 우울한 현실을 넘어 어떤 어른들로 가게 될지 별 장미빛 미래가 그려지지는 않는다. 두 주인공이 잠시나마 그 암울한 현실을 뒤로 하고 여행을 떠나는것으로 영화는 끝나지만 그건 희망의 메시지는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돌아와 다시 부딪쳐야 할 세상은 그대로일것이기때문이다...

여자, 정혜 - 어릴때 성폭력을 경험한 여자, 그녀는 남들이 보기에 평범한 직업에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는 듯 보일수 있겠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일로 인해 분명 사람들과의 관계맺기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때로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할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을 겪은 여자를 안다. 남이 보기엔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고 남들하고 다르지 않지만 그녀는 지금도 악몽을 꾸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걸 무서워한다. 그래서 정상적인 직업을 구하는 일을 하려면 식은땀이 날 정도로 힘들어 한다. 문득문득 자신을 해하고자 하는 자신을 보는게 무섭다고 했다.
정말 무섭다... 폭력이란 절대 사람과 사람사이에 일어나선 안된다. 폭력을 당한 사람은 그 상처에 온 인생을 고통받으면서 살수도 있는것이다. 여자 정혜가 겉으로는 상처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성폭력이 별거 아니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너무 불공평하다. 겉으로 생긴 상처도 아물려면 힘들지만, 안으로 생긴 상처는 제대로 된 약도 없어 치료도 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그런 일은 폭력을 휘두른 사람보다 폭력을 당한 사람이 잘못을 한거구 부끄러운 일처럼 만드는 사회에서는 말이다.
여자, 정혜 이 영화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단지 내가 그런 폭력의 희생자가 아니니 너무 다행이다 라고만 생각하기엔 정혜 같은 여자들의 상처가 너무 크다....

세편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다보니 난 지금 머리가 좀 아프다. 아 이제는 좀 막 생각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 뭐가 좋을까? 쿵후허슬을 보고 내가 너무 재밌었다고 하니 내동생이 소림축구를 보면 까물어치게 좋아하겠군 그랬다. 그렇다면 그 영화를 보는게 좋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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