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즈마리 > [영화] Mr. 히치
Mr. 히치

hitch 라는 말은 속어로 '결혼'이라는 뜻이 있다. 윌 스미스의 이 별명은 그의 직업에 대한 힌트, 그리고 후에 그가 사랑에 빠진 여자가 그에게 비꼬는 말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재밌는 역할을 한다. 서구에서는 사실 그리 흔치 않던 일종의 '중매쟁이'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의 직업에는 몇가지 룰이 있는 것 같다. 첫째, 모든 사람들에게는 사랑의 마력에 빠질 충분한 마음의 빈틈이 있다. 둘째, 사랑하는 사람을 낚아채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셋째, 단, 진실한 사랑이어야 한다.
물론 그의 직업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두번째 룰에 의해서다. 이 때문에 히치는 그의 여자친구로부터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빌미가 된다. 아니, 누구에게로부터든 오해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바라는 사랑이란 어떤 기술(skill)이 가미된 것이 아닌 순수하고 있는 그대로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아주 미묘한 아이러니를 안고 출발한다.
우리는 기술적인 사랑이 아닌 순수한 사랑을 원한다. 하지만,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 영화는 윌 스미스, 즉 촌닭같고 서툴었던 사랑의 상처를 딛고 사랑의 의사(love doctor)가 되어 기술을 전수하는 사람과, 사랑에 완전초보인데다 뚱뚱하고 매력이란 눈꼽만치도 보이지 않는 한 남자의 평행구조로 이루어진다. 윌 스미스는 이 남자가 돈많고 아름다우며 유명한 한 여자에 대한 사랑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동시에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의 관계진척을 위해 힘쓴다.
그의 방식은 흥미롭다. 그의 가르침에 여자로서 나 역시 깊이 공감했다. 가슴만 보지 말고 여자의 말을 들을 것. 그리고 그 말에 반응을 보일 것 등등. 여자는 자신을 SEX의 대상으로 보아주기 보단,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좀 더 재밌는 건, 러브 닥터인 그 역시 초짜라는 것. 그가 주의깊게 계획한 것들은 어딘지 모르게 핀트가 안 맞거나 실수 투성이. 그가 가르치는 남자 역시 마찬가지. 엉망으로 춤 추고, 소스를 흘리고, 갑자기 크게 휘파람을 불지 않나. 그런데 놀라운 점은 그 실수들, 그 빈틈이 사랑을 진실하게 하고, 여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결국, 러브 닥터란, 본래 지닌 그 모순 때문에 용서될 수 있다. 순수한 사랑은 기술을 통해서가 아니라 진실된 모습, 그 사람 자체로의 모습에서 이끌어져 나온다는 것. 어쩌면, 진실한 사랑만 엮어주겠다는 그의 룰 자체가 그의 직업의 존재 자체를 위협했던 게 아닐까.
이 영화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도 역시 그것이었다. 우리 마음의 이율배반. 사랑은 순수하고 그 사람 자체로 드러나길 바라면서도, 여전히 뭔가 기술적인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그 뚱뚱한 남자가 윌 스미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 여자와의 사랑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러브 닥터의 중요한 일은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하는 것. 바로 자신감을 갖는 것일 터이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다가갈 때, 그리고 자신의 실수조차 너그러이 받아들여주는 진실한 여자를 만났을 때,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인연이 아닐까.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였다.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로 생각했는데. 역시 사랑에 완벽한 선수란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 완벽한 선수라면 더 못미더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진실된 사랑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기술적'이었다는 것으로 자신을 농락한 것처럼 여겨지는 건 또 왜일까. 누군가 나를 사랑해 주길 바라면서도, 그 사랑이 기술적이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 재밌는 지점이다.
내 생각에, 사랑엔 선수란 없다. 사랑을 경험해보았든 아니든, 그 기간이 짧았든 많았든, 경험이 많든 적든 간에, 우리는 모두 사랑 앞에선 어느 정도 초짜, 언제나 속수무책인 것이 아닐까.
H's es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