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demian > 내일 할 일. 말아톤

방학내내 김해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어제 간만에 부산엘 나갔다. 담주에 떠나게 될 일본 비자를 만들기 위해 나오게 된 거지만 부산에 나오기가 그리 쉽지가 않기에 오랜만에 친구도 만나게 되었다. 우선 친구와 만나자 마자 바로 점심을 먹기위해 부산 서면에서 유명한 촌닭 집을 찾았다. 매운 양념과 시원한 맥주로 유명한 촌닭 집을 두번째로 가게 된 나는 미리 부터 매운걸 먹을 생각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젓가락에 묻은 양념만 빨아먹어도 혓바닥이 불에 데인 것처럼 매운 촌닭을 먹으며 친구와 나는 그 간에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누었다. 너무 배가 불러 다른 생각은 조금도 할 수 없을 지경이 됐을 때 우린 촌닭 집을 나와 영화관으로 향하였다. 말아톤이 TV에서 광고를 하기 시작할 때부터 쭉 봐야지, 벼르고 있던 영화라서 우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아톤 영화 티켓을 끊을 수가 있었다. 때마침 15후에 시작하는 타임의 영화 티켓을 끊고 우리는 부리나케 영화관을 찾아 뛰어갔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하려는 찰나 의자에 착석하여 관람을 준비할 수 있었다. 슬픈 영화를 볼 때 필수로 준비해야는 티슈 뭉치를 친구와 반 반 나눠서 손아귀에 꽉 쥔 채 눈물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기대에 가득차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기대만큼이나 영화는 나에게 묘한 웃음과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김미숙과 조승우의 연기는 너무나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고 두 주인공 뿐만 아니라 조승우의 동생 역으로 나왔던 백성현과 코치 역의 이기영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내게 보기에 이 영화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표현해 낸 몇 안되는 영화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다. 내 주위엔 아마추어 영화 감독들이 참 많다. 죽여주는 영화 하나를 만들어 멋지게 신인 감독 데뷔를 꿈꾸는 아마추어 영화 감독들은 나에게 곧잘 시나리오를 보내오곤 한다. 이건 원칙위반이지만 우연히 그들은 나의 생각과 글을 보는 능력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실은 아무런 실속이 없다 할지라도 평범한 관객 입장에서 자신들의 영화를 확인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게 마련이어서 내게 자신들의 작품을 보여 준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매번 그들의 시나리오를 접할 때마다 짧은 소견이나마 나의 생각을 자신있게 피력하곤 했다. 그들은 어느 정도 나의 생각을 인정하는 것 같기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나의 생각이 다 맞는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다만 나는 상업성을 기대하는 일부 유치한 아마추어 감독들에게 유치한 것만이 다 상업적일 수는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무튼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얘기는 이 영화는 상업성만을 타켓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감동을 줄려고 했더라면 충분히 과장된 결말을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크나큰 문제를 이 영화에서는 당당히 배제시키지 않았다는 것. '현실'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좋은 소스로 활용했다는 것.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 이것이다. 자폐아를 자녀로 둔 부모의 심정을 현실적으로 그린 말아톤은 비단 영화라서 영화이기 때문에 그려질 수 있을 법한 허구적인 얘기가 아니다. 물론 실제 있는 인물을 영화화 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언젠가 말아톤 영화 시사회를 하는 장면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그때 시사회에 초대된 사람들 중에는 실제 자폐아와 그의 부모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에게 시사회가 끝난 후 영화를 본 소감을 물었더니 눈시울을 조금 붉히며 '똑같아요'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부모는 자식에게 한없이 약한 존재다. 나의 어머니 역시 나에게 한없이 약한 존재인 것처럼. 그러나 간혹 자식이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상 자신의 기대였다는 것을 깨닫는 때가 분명 존재 할 것이다. 그러나 뭐가 됐든 부모와 자식은 사랑 안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사랑만 있다면 조금 알고 모르고의 시행착오 쯤은 뭐 어떤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