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클리오 > 그래서 오늘 저녁 뭘 했냐면... - 그 남자네 집

이 책을 봤다.


  안다! 나 책보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무지 좋아한다.(이렇게 써놓고 나니 거짓말같다.. 흑..) 자랄 때도 뛰어놀지 않고 책만 붙들고 있었으며, 방학 동안에도 학교에 나와 자율학습 했다. 문제는 소설처럼 내러티브적인 문체를 가진 이야기가 아닌, 어려운 책은 정말 읽기 싫어한다는 것.. 그리고 딴 생각이 무지 많다는 것. 딴 생각과 독서는 전혀 병행될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학구적 분위기의 밤보다 문학적 분위기의 밤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은 음주 페이퍼, 아니다!!!

 

<이 책을 보고나서의 자잘한 감상>

1. 주인공은 왜 시댁의 음식문화에 대해 그렇게 치를 떨었을까. 나는 그런 주인공이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집은 목포인지라, 빨래줄에 오징어도 걸어 말리고(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목포 절대 어촌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 기분 나쁘다. 우리 집은 도심 한복판...) 조기 물 좋을 때 적절히 간해서 냉동시켜 밑반찬으로 먹고(값도 싸고 영광굴비보다 훨씬 맛있다.), 집에 가면 굴도 잔뜩 얼려 주셔서 떡국도 미역국도 해먹고, 철철이 나오는 값싼 생선들을 지져먹고 볶아먹고 구워먹는데... (내가 안먹는 희한한 생선도 우리 집에서는 잘 먹는다. 그러나 서울서 흔히 먹는 꽁치나 골뱅이 통조림은 맛버린다고 입도 안댄다, 나!) 얼마나 행복하고 값싸고 맛있는데 그렇게 치를 떠는 것이지? (이것 또한 내 기준의 생각이나 좀 기분나빴다. ^^)

2. 주인공 시댁 옆집에 살며 양공주 비슷하게 살다가 국제결혼하여 이민간 춘희, 그녀의 막내 조카가 '한국전쟁 중에 섹스 산업이 한국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나를 가지고 연구해서 논문을 준비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문득 읽다가 엉뚱하게 옆으로 밀쳐놓은 '동맹 속의 섹스'를 지은 캐서린 H. S. 문 이 생각났다. 혹시 그녀일까.. (클리오, 이건 소설이야, 소설!! ^^)

3. 처녀성의 상실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임신을 하는 것이 두려워 '그 남자'와 더이상 관계를 깊이 가지지 못했다는 주인공의 깨달음, 뒤이어 출산에 따른 우울증과 모성의 탄생, 여느 아가씨보다 훨씬 깍쟁이스럽고 깔끔떨던 그 처녀가 아이를 낳고 애엄마로 변해, 그 남자를 보며 '혼외정사보다는 아새끼를 야단치고 사람되라고 설교하는게 더 나에게 익숙한 정서가 되어 있었다'는 대목. - 그 여자의 변신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4. 이건 좀 쓸데없는 이야기인데, 그 남자의 머리속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분홍색 벌레'는 무엇일까. 얼마전 읽은 '대통령과 기생충'을 너무 감명깊게 읽었는지, 그걸 본 순간 이건 기생충인가? 하는 생각으로 궁금해졌다. 아는 것도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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