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클리오 > 포르노. 하이틴 로맨스. 날카로운 첫키스
어제 한겨레 신문을 읽으면서 누구던가, 영화 속의 남과 여를 분석하는 글에서 <몽정기> 1, 2를 비교하면서 사춘기 남,녀의 차이를 적은 글을 보며 웃었다. 소년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욕망을 채울까를 고민하는데 비해, 소녀들은 어떻게 하면 하늘이 내려준 이상형을 만나 섹시하게 유혹하여, '딱딱하게' 만들어 사랑을 이룰까를 고민한다는 것. 이것이 전체적인 실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사회가 소녀들에게 순수할 것과 섹시할 것을 동시에 요구한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 글에는 이런 구절도 있었다. "남자들은 포르노를 보며, 여자들은 하이틴 로맨스를 보며 성에 대한 의식을 키운다." 남자들이 포르노로 성을 배워 생기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들이 많은 말을 하지만. 하이틴 로맨스의 악영향은 글쎄. 잘 분석되지 않는 것 같다. 하이틴 로맨스는 배경만 달라질 뿐 전형적인 줄거리는 가난하고 가진 것 아무 것는 여주인공이(사실은 이 여주인공은 자신만 모르는 빼어난 외모와 재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부유하지만 왕싸가지 남주인공을 만나 어떨 수 없이 연인 혹은 계약결혼을 하게 되지만, 서서히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그 남자도 사실은 이 여자를 사랑하고 있으나 몇번의 오해로 엇갈리다가 결국 '매우 뜨거운 밤'으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부유하고 여주인공보다 나이가 많은만큼 여자관계에 능수능란한건지 사랑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그 남자의 키스는 황홀하다. '다리가 풀릴만큼' 그래서 여자는 싫다는 마음과 거부할 수 없는 그 남자의 키스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한다.
포르노를 보고 자란 남자들이 여자의 No를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여자들이 강간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하이틴 로맨스를 보고 자란 여자들은 첫키스와 육체적 관계에 대한 환상을 키워나간다. 언젠가 하게 되면 그것은 최상의 경험일 것이라고 상상의 날개를 잔뜩 펴는 것이다. 실제로 내 친구 중 하나는 어느 남선배랑 술을 먹다가 그 선배가 키스를 하자(이상한 놈이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랑 키스를 했다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라 기대하던 첫 키스가 너무 밍숭했던 것이 싫었단다. 그래서 이럴 리가 없다고, 다시 해보라고 집요하게 그 선배에게 요구를 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 키스가 좋으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증거라고 믿는 친구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키스가 별로이자 자신의 마음을 다시 점검해보는 사람도 있었다. 확대해석하자면, 육체적 관계의 만족도가 오직 상대방의 기교에 달려있다고 믿는 의식 속에도 하이틴 로맨스류의 책임이 있지 않을까.
글을 쓰다보니 어찌 이상야릇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 남녀 모두, 아무래도 처음 해보는 어떤 것을 능숙하게 잘해내는 것은 힘들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과는 또 다르게, 손끝만 스쳐도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다리가 떨리는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과라면 그 무엇도 좋지 않을까. 인간의 쾌락을 관장하는 것은 결국 뇌라고 보면, 이것은 자신의 의지 혹은 상상력과도 관련있어 보인다. 결국, 최고의 기술은 '자신의 사랑하는 마음'일 수 있는 것이다. (시작에서 벗어난 결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