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같은 증상이예요", "저도 3년째 집밖에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분들이 있으시네요, 위로가 됩니다" ,“제 동생도 은둔형외톨이입니다. 정말 속상합니다. 부모님도 지쳐가고. 여기 TV에 나온 것과 똑같은 증상입니다. 이런 사람이 정말 요즘 많은 것 같네요.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모릅니다.” KBS '추적 60분'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 직후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글들이 7백 여개 가까이 올라오고 있다. 방송이 나간지 닷새가 지났지만 관련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게시판에는 3년째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서부터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집에서만 지내는 20대 여성, 가족과의 불화로 집밖을 나가지 않게 된 한 남성의 이야기까지 자신이 이야기를 털어놓은 '은둔형 외톨이'들의 자신만의 이야기가 줄을 잇고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이들의 이야기는 가슴아픈 한편 가히 충격적이기도 하다.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연출 이후락)은 지난 13일 ‘나는 방에서 나오고 싶지 않다’편을 방송해 그동안 국내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은둔형 외톨이'를 사회로 끌어냈다. 이후락PD는 "처음에 주위에서 듣고 국내에도 이런 사례가 있을까 싶었지만 제작진을 찾은 수많은 제보 전화를 받고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또 "방송 후 이어진 폭발적인 반응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실체 집중 추적
“문 좀 열어봐”, “나눠, 제발 좀 놔두라고!” 어머니나 담당PD의 말에는 막무가내였지만 열쇠공을 부르겠다는 사회복지사의 말에 이내 4년 동안 닫혀있던 문이 열린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의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문을 연다.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하고, 뭐 먹고 싶을 땐, 재미있는 거 찾아 하고 그러죠.” 경기도에 사는 이모씨(23). 고교졸업 후 4년째 방안에서만 틀여 박혀 사는 일명 ‘은둔형 외톨이’다. 이씨는 “목표도 없고 방황하는 것 같아지고 할 것도 없고 나가지 않는 것 뿐이죠”라고 말한다.
'추적60분'에 따르면 통계 조사 결과 국내 추산 '은둔형 외톨이'는 약 10만 명에 이른다고.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7,8년에 이르기까지 집밖을 나서지 않고 세상과 담을 쌓은 이들의 생활은 어떨까? 제작진은 동의를 얻어 7년째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씨(26)의 하루생활을 추적했다. 김씨는 하루종일 집안에서 인터넷에 열중했다. 아침식사도 대강 컴퓨터 앞에서 간식으로 때우고 취침시간을 제외하고는 한시도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았다.
김씨의 방은 수북히 쌓인 먼지와 솜뭉치처럼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머리카락과 쓰레기 등으로 발디딜 틈이 없다. 고교시절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김씨는 검사결과 정신병적인 증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제작진은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된 일본을 찾았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의 숫자는 130여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 수준까지 늘어났다. 일본에서는 지난 2월 '은둔형 외톨이'인 17세 소년이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를 찾아가 흉기로 교사 3명을 해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해 충격을 줬다.
"네가 두려워서 물을 수도 없었어. 두들겨 맞는게 아닌가 해서"
일본에는 이러한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의 치료를 위한 기숙학원도 생겼다. 방안에 1년째 틀혀박혀 있던 류시(17)군이 학원에 입학해 생활하는 모습도 담았다. 류시군의 아버지는 아들과의 갈등으로 집을 나가 생활하고 있고 어머니도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머니는 그동안 쌓인 감정을 아들에게 털어놓는다. "네가 두려워서 물을 수도 없었어. 두들겨 맞는게 아닌가 해서. 엄마도 참아냈어.” 아버지도 결심한 듯 아들을 끌어내 꾸짖는다. 아들은 부모에게 사과한 후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기숙학원에 들어간다.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히키코모리'에 대한 예산 책정과 사업 등을 통해 이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지원을 아끼지 아않고 있다.
제작진 역시 이 문제를 이제 사회적인 문제로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후락PD는 "아직 국내세서는 '은둔형 외톨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분들이 많다"며 "이번 방송이 사회적 의제 설정 기능을 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방송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내용이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사례 중심이라는 것. 시청자 김경래씨는 “말그대로 KBS도 그냥 잠깐의 자극을 위해서 원인, 과정, 결론을 모두 삭제하고 그냥 외톨이는 식충이다라는 말이외에 만들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왜곡시켜 놓은 겁니까?”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후락PD는 "이번 방송은 사례 위주로 기획한 것이고 일본 취재는 대안을 찾아보는 의도였다"고 답했다.
후속 보도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의견도 상당수에 이른다. 시청자 원상희씨는 "2부작으로 제작해서 다음에 한번 더 방송해줬으면 좋겠다"고 시청자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허화자씨도 "이들이 생기게 된 원인, 사례를 좀더 심층적으로 다뤄주고 기획으로 몇차례 방송했으면 좋겠다"라 전했다.
이에 대해 이후락PD는 " 1시간이라는 분량에 다 담아내지 못한 내용이 많았다"며 "방송 후 시청자 반응에 힘입어 대안 등을 중심으로 후속 취재를 계획중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