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oonnight > 달콤한 인생

 bittersweet life 김지운 감독 이병헌 김영철 황정민 김뢰하 오달수 등 출연

역시 영화든 책이든 딴 사람들 말을 무조건 믿을 필요가없다. -_- 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이 영화를 본 주변사람들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디따 -_- 잔인하기만 하다 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쳤었다. 그러려니 생각했다. 김지운 감독의 감각을 믿고 있으니 밑져도 본전은 되겠지 라고 맘편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기대가 적었기 때문일까. 너무 재미있는 거다. ㅠㅠ

물론 신민아가 너무 아니다. -_- 란 의견에는 동의한다. 다른 캐스팅을 그렇게 완벽하게 했으면서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은 그렇게 택했을까. 란 의문에 감독의 개인적인 취향이었을 거다. 라고 짐작하기도 하고, 그렇게 어이없는 캐스팅이 '의도적이었다'라고 해석하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요즘은 '의도적'이란 말을 너무 많이 쓰는 거 같다. 쪼금 빗나간다 싶으면 사실 그것이 반전이고 감독의 숨겨진 의도라고들 하는데, 정말 그럴까 싶다. 감독은 그런 의견들을 조합해서 읽어보고 으음.. 그렇게 대답하면 될 것도 같군.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_-;;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건, 이 영화에 나와야 하는 여자는 너무나 맑고 투명한 피부를 가진 매우 호리호리한,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걸어다닐 때도 허공에 사뿐사뿐 발을 내디딜 것 같은 여자다. 그러면서도 고혹적이고 섹시한, 새카맣고 윤기나는 머리카락을 귀뒤로 넘길 때는 그 자태만으로도 주변 남자 여럿을 쓰러뜨릴 수 있는 여자라야 한다. (헉헉 -_-;) 개인적으론 냉정과 열정 사이의 여자, 아오이를 언뜻 느꼈었다. (영화속의 아오이가 아니다. 책 속의 아오이 말이다. ;;)

그러니, 신민아가 비록 귀엽고 예쁘긴 하지만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촬영당시 스트레스가 많았던지 피부가 너무.. 흐흑. ㅠㅠ 

그렇지만. ;;

이병헌은 정말이지 다시 보게 되었다. 원래 이병헌을 좀 싫어하는 편이었다. 연기는 잘 하는 거 같지만 고뇌가 없는 배우라는 느낌이 강했다. 톰 크루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와 비슷할까. 고른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 커다란 웃음이 왜 그리 fake smile이란 느낌이었던지. 오늘 이병헌은 눈빛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무랄 데 없는 연기 중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호텔 스카이라운지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때.

상처 없이 깨끗한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넥타이를 고쳐매고, 권투자세를 취해 멀쩡한 자신의 육체를 움직여보던,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의 눈은, 지금이 얼마나 다행인지 말하고 있었다. 7년동안 개처럼 몸바쳐 일해야 했던 보스에 대한 증오를 의식 밑바닥에 감추려 노력하며, 공포와 안도가 뒤섞인 그 표정은 잘 잊지 못할 것 같다.

달콤한 인생.

la dolce vita의 발간 간판을 비쳐주는 카메라. 영화의 첫장면에서 쵸콜렛무스를 한입 떠먹던 이병헌은 그 맛을 채 음미하기도 전에 실장님 내려와보셔야 겠습니다. 라고 호출을 받는다. 일을 처리한 후 에스프레소에 섞어마신 각설탕의 단맛과는 분명 다를 그 달콤한 맛.

참. 항간에는-_- 보스 김영철과 김실장 이병헌 사이의 퀴어코드가 있어서 그때문에 신민아라는 어처구니없는 캐스팅을 일부러 한 거라는 설이 있다는데. 영화를 보고서 느낀 바로는.

자, 잘 모르겠다. -_-;;

왜 마음이 흔들린 거지. 이유가 뭐냐, 솔직이 말해봐. 라고 보스가 다그쳐 물었을 때 이병헌이 답하지 못했던 것도.

정말 날 죽이려 했던 거에요? 7년동안이나 당신을 위해 개처럼 일했던 나를. 왜 그랬어요. 진짜 이유를 말해봐요. 라고 소리쳤을 때 보스가 답하지 못했던 것도.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저.

莊周之夢 . 정말 그 답을 몰랐기 때문 아닐까. -_-;;

모든 조연들이 다 번쩍번쩍 빛을 발해서 요즘은 실로 주연보다 조연의 시대라는 말을 실감나게 했다. 그리고 에릭. 대사가 없어서 더 멋졌던(이라고 말하면 당사자는 싫을까;; ) 표정연기! -_- 생각보다 너무 쪼금 나와서 실망스러웠지만 그가 등장하던 순간 여자관객들 동시에 오오~~~ ^^; (그리고 총은 멋지게 잘 돌렸다. 연습 많이 했나보다. +_+)

줄거리가 어쩌고 내용이 말이 안되니 마니, 영화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수습이 안되니 하는 건 별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거라 생각되게 만드는 영화였다. 김지운 감독은 자신이 보여 주고 싶은 장면들을 모아 영화를 찍었고 그 효과는 참말로 대단했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에서 보여줬던 차가운 유머들이 이번에는 더욱 더 잔인하게 영화와 버무려졌었다. 부르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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