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코코죠 > 오즈마는 결혼 안 해요
오늘은 별로 친하지 않은 직장 상사의 차를 얻어탈 일이 있었다. 별로 할 말도 없고 어색하기도 하고 음음 헛기침을 하며 앞좌석에 앉아 있으려니 안전벨트가 목을 죄어 오는 것만 같다. 그러다 불쑥 그 분이 말을 걸었다. 그래, 어른들도 불편한 것을 참기란 참 힘든 일일 거야.
그- 근데 오즈마씬 결혼 안 해요?
(결혼 안 해요, 다. 결혼 계획 있어요? 라든가 남자친구 있어요? 도 아니라 결혼 안 해요 라는 질문에는 왜 다들 하는 결혼을 너만 머가 잘났다고 뻐팅기고 안 하느냐 라는 뜻이 깔려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요새 나는 반항기인 걸까?)
나- 으헤헤.
(암튼 곤난한 질문에는 그저 웃어 넘기는 것이 최고. 뒷머리를 살짝 긁어주면서)
그- 나도 스물 일곱에 했는데. 스물 아홉에 첫 애 낳고, 그 다음에 둘째 낳고. 아 딱 좋지 딱 좋아( 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표정. 자신의 인생에 그렇게 만족할 수 있다니 부럽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같고...)
나- 음음 하지만 저는 결혼은 아무래도 못 하겠어요.
그- 왜요?
나- 음음 결혼하면 한 이불 속에서 같이 자야지 대잖아요.
그- 헉
나- 그리고 남자 빤스도 빨아줘야 하고요...
그-....
나- 저는 편식이 심해서 절대로 김치 안 먹는데 남자 때문에 냉장고에 김치도 넣어야 하잖아요.
그-.................
나- 그리고 그 외에도 결혼하기 싫은 이유가 백만 칠천 팔백 이십 오가지 정도가 있어요.
그- 자, 다 왔어요. 내립시다.
스물 일곱에는 누구나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일까. 혹은 결혼하지 않아도 결혼을 계획하고 있거나 반드시 결혼을 전제로 하고 있는 애인이 있어야 하는 걸까. 나는 정말로 남자 빤스는 빨기가 싫다. 누구랑 한 이불 덮고 자기도 싫다. 내가 안 먹는 김치를 냉장고에 넣는 것도 싫다. 그런데 요새는 누굴 만나도 나한테 그렇게 물어온다. 결혼 안 하느냐고. 결혼 안 한다고 대답하면 나쁜 걸까. 스물 일곱에 결혼을 계획하지 않으면, 그러면, 안 되는 걸까? 좀 더 특별하고 색다른 꿈을 꾸면, 그러면 이상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