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란여우 > 연탄의 마음



지금이야 구닥다리 연료라고
먼지나고 지저분하고 무겁고 귀찮다고 천대받지만
그래도 한때 수천만명을 얼어죽지않게
자신을 불태운 존재

지금은 가난하고 외롭고 힘든
한계단 두계단 세계단 하고도 삼백 일흔 네계단을
배달부의 다리품을 미안하게 빌려
조각조각 다닥다닥 붙은
태양이 지나가면 불이 옮겨 붙을것 같은
달이 지나가다 부딪칠것같이 높은 도시의 달동네
그 골방속의 누운 노인들을 따스하게 지켜주는건
아직도 연탄 그 비천한 연탄일 뿐이지

휘발유나 보일러기름 같은 멋쟁이들은
그런거 모르지
돈이 줄줄줄 흐르는 곳에서나
약 먹은듯 활활 타오르지

연탄은 스스로를 내세우지도 않고
자기 가치를 높이라고 강요하지도 않지
그냥 스스로
품위없고
가난하고
못생기고
무겁고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가스 만들고
그래서
그렇게 못나서
그저 그냥 그렇게
삼개월을 부엌 한켠에서
달달달 떨면서 주인을 지켜주다
이윽고
하룻밤 자기 자신을 화려하게 불태워
또 주인을 지키다가

시체마저도
비천한대우를 받아
사람맘 내키는대로
불쌍한 연탄을 다 이용해 버리고는
저희들 맘 내키는대로
어떤땐 시궁창에
어떤땐 질퍽이는 길바닥을 고치려고
어떤땐 부부싸움끝에 화풀이로
어느순간엔 비탈진 길 눈이 싸인곳에
던지고도 모자라
발고 또 밟고
짓이기고 그렇게 흔적없이 없애버리지

연탄에게 만일 마음이란게 있다면
얼마나 서럽고 아플까

연탄에게 마음이 있다면
깊고깊은 탄광 그 수킬로 아래에서
편안히 잠든 탄을 캐낸건 누군데?
자유롭던 탄을 좁은데 넣고 꽉꽉 누르고 구멍뚫고
험한 트럭에 싣고 멀미나게 한게 누군데
나 무겁다고 더럽다고 먼지 난다고
냄새난다고
구박하면서 부엌옆 헛간에 꼼짝없이 겨우네 세워서
달달달 떨게한게 누군데

밤새도록 나를태워 저를 덮혀준게 누군데
이렇게 영원의 시간속에 네 발밑의 존재로 버리는구나!!!

연탄은 말이없다
다만 흔적없는 소중한 진실만 있을 뿐

늘 연탄으로서 한결같고
늘 연탄으로써 최선의 삶을 살고
늘 연탄으로서의 생애에 만족하고
늘 연탄으로써 존재했을 뿐인데

너를 덥히려고 나를 저 탄광의 깊은 막장안에서
불러올려 온게 누군데
연탄인 나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러는건데?

함부로 나를 차지말라고 하지 않더냐?
너는 대체 딱한번이라도 누구를 따뜻하게 해준적 있어서
연탄을 멸시하는거야?

너희는 자격없어
왜냐면 너희를 위해 가장 큰 봉사를 한 존재를
너희 스스로가 가장 경멸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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