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란여우 > 장쯔이의 집으로 가는 길
장예모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 영화를 보면서 인생의 길에는
참으로 여러 갈래의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 ‘쟈오 디(장쯔이)’의 아름다운 미모가 아니었더라면 그 긴 시간동안
스크린에서 눈을 열 번은 더 떼고도 남았을 것이다.
연애를 맘대로 할 수 없었던 시절에 절절하고 간절한 사랑으로
맨 처음 연애결혼에 성공했다는 점도 커다란 이슈로 부각되었고,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그가 걸어 온 삶을 고귀하게 간직하며 기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아들의 가슴은 찡하기만 하다.
그녀가 왜 남편의 죽음 앞에서 그리도 슬프고 애절한지에 대한 것과
굳이 장례식을 도시에서 시골까지 직접 걸어오게 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까닭을 설명하면서 영화는 컬러로 변하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살고 있는 시골마을에 도시 선생님이 오면서 학교를 짓고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는데 그때부터 어머니의 가슴속에는 뜨거운 사랑의 감정이 불길처럼 번진다.
선생님을 위해 공밥을 해 나르며 손수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기 바랬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나면 늘 집에까지 바래다주었던 그 길.
그녀는 광활한 언덕에 숨어 기다리다 바라보며 연정을 키워나갔다.
빨간색 옷이 잘 어울렸던 그녀의 마음은 선생님에게로 다가가 서로가 통하였지만
신분의 차이와 환경 때문에 이별의 아픔을 겪기도 한다.
기다림이란 것이 그토록 애절하고 고통스러웠으랴.
계절은 네 번이나 지나고, 동짓달에 돌아온다는 약속 하나만을 가슴에 담고
기다려 온 시간 앞에서 상사병으로 앓아 눞는가 하면 환상과 환청으로
넋을 잃기도 하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하다.

어머니는 오직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인생과 삶을 다 바쳤기에
아버지를 잃은 슬픔은 모두를 잃은 것과 같은 허무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숭고한 정신을 가진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사랑은
자식으로 하여금 그 일을 대신하기를 바라지만 아들의 신념은 굽혀지질 않는다.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장례식을 마치고 어머니가 모아 놓은
돈 꾸러미를 촌장에게 희사하며 새 학교를 지어줄 것을 요청한다.
그 새 학교에서 아들이 아버지 대신 아이들을 가르침으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보상받고 싶어 하는데,
저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아들이 가르치는 목소리에 한걸음으로
학교까지 달려가 보는 어머니의 심정은 가히 관객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그것은 어머니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아들이
단 하루만 봉사하겠다는 약속으로 학교교단에 선 것이다.
아들은 도시로 떠날 것이다. 어머니의 소망은 또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게 되리라.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추억과 사랑의 <길>을 바라보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나가지 않을까?
노년이 된 지금의 현실 앞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각자가 간직해 온 ‘삶’과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존재한다.
젊은 날 나를 희생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한 자신의 모습을
후회와 한탄으로 ‘이별’을 생각해 보지만 역시 그 내면엔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이 존재함으로 지난날의 과오나 슬픔 따위는
저 멀리 하늘높이 던져버릴 수 있는 것이다.
살아 온 인생 자체가 어쩌면 순간의 처절함과 애절함을 초월하여
따스함으로 포용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인생의 연륜으로 반추하는 노년의 모습에서 삶이란 어쩌면
사랑 하나로 모든 걸 덮어버릴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흰소리 하나,
장예모 하면 공리라는 여배우부터 생각났었는데,
이젠 장쯔이라는 선이 갸날프고 개성이 강한 여배우로 의식전환이 된다.
장예모의 여배우의 세대교체는 어느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공리가 장예모와 함께 한 세월이 녹녹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중년이 되어서는 별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흰소리 둘,
메인카피로 등장한
"마지막으로 이 길을 걷고 싶습니다. 가슴 설레며 당신을 기다렸던 그 길을..."
내 참, 갑자기 가슴 한 켠이 부르르 뜨겁게 떨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