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선인장 > 사랑, 진실 혹은 거짓-영화 <클로저>

사랑은 숙명이 아니다. 사랑은 매순간의 선택이다. 그래서 거부할 수도 있다.
흔히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말한다. 상대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된다. 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순간이기 때문에. 영화 <클로저>는 그 순간에 개입되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문제는 타이밍이 아니라,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
언젠가 이별을 고하는 내게 그가 말했다. 사랑은 책임이라고. 문제는 사랑했던 순간이 아니라, 그 사랑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그 사랑에 대한 책임이라고. 새로운 사랑에 빠졌던 나는, 그 말을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았다. 그 때 나는 어렸고, 아주 오랫만에 나를 다시 찾아온 새로운 사랑에 마냥 설레였을 뿐이니까.
그러나, 아주 짧은 시간 그 사랑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나는 타인과 나와의 사이에 존재하는 진실의 허상을 깨닫는다.
한 소설가는 내게 말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선택과 배제를 내포하는 것이라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 순간, 내 삶에 작은 경계가 만들어진다고. 그리고 생은 선택과 배제의 연속이며, 관계 역시 그런 것이라고. 우연히 내게 전해진 그 말이 오래오래 기억나는 건, 그 말의 의미를 조금씩 조금씩 이해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원히 사랑할 수도 있었을 댄에게 이별을 고하는, 알리스가 너무 예뻤다. 거짓을 말할 수 없고, 진실은 상처가 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그 사랑에게 안녕을 고하는 알리스의 영특함. 사랑에 대해 쓰디쓴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이 영화는, 어쩌면 거짓으로 상처를 주고, 진실은 감추고자 하는 우리네 사랑방식보다 훨씬 근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