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oonnight > 이런 감동 처음이야! +_+



토요일 아침.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맑고 바람은 산산한, 정말 상쾌한 휴일. 이런 날 기차여행은 얼마나 행복한지. 역에서 산 카페 캬라멜은 너무 향긋하고 치즈케잌은 너무 달콤했다. 서울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 3번 출구로 나가니 샤갈전때 와봤던 그 길이잖아! 길치에 방향치인지라 낯익은 길을 발견했을 때의 그 대견함과 행복감이란.

덕수궁돌담길을 따라 걸어올라가 다시 만난 서울 시립 미술관. 반가운 마음에 700원짜리 입장권 사서 서울미술전도 한바퀴 돌아 구경하고 정동극장쪽으로 천천히 산책도 했다. 어느새 두시. 말이 없어진 친구의 안색을 살피니, 요즘 일이 고되어 몸살기가 있는 옆사람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제야 내가 얼마나 생각이 없었는지 미안해하며 밥집으로 직행. 낙지볶음과 조개탕을 시켜서 땀내며 먹고 나니 얼굴색이 돌아온다. 몸이 안 좋아서 미안. 밥먹고 나니 괜찮은 거 같아. 하며 웃는 친구. 착하기도 하지.

밥먹은 거 소화도 시킬 겸 덕수궁 안으로 들어갔다. 촌에서 상경한 사람들 답게 -_- 봄이 온 덕수궁풍경을 찍어 핸폰 배경화면으로 깔고 친구 사진도 찍어줬다. 그리고 세시 조금 넘어 덕수궁을 나와서 교보쪽으로 걸어갔다. 교보문고와 영풍문고로 향하고픈 다리를 스타벅스 안으로. 사람이 정말 많았다. +_+ 토요일 오후라 그럴까? 아님 서울엔 원래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걸까. -_-

나를 위해 화이트 핫 쵸코, 친구를 위해 캬라멜 마끼아또. 톨 사이즈로 주문. 내 앞에 여자 외국인 관광객이 서 있었는데 레옹을 닮은 남자친구? 아님 남편과 함께 있었다. 그녀가 커피를 받을 차례가 되었는데 한 잔만 받아가고 카푸치노 한 잔은 빼먹고 안 가져갔다. 찾아주려고 돌아보니 방금전까지 뒤쪽에 서 있던 사람이 온데간데 없어져버렸다. -_- 직원들도 찾아헤매던데, 아마도 레옹(-_-)아저씨의 몫이었을 그 카푸치노. 찾아가셨을까?

커피잔을 들고서 드디어 세종문화회관 +_+

사진에서 익히 보았던 그 곳. 직접 가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나도 그렇고 친구도 여길 다 와 보네. 하며 감탄했다 .(누가 곁에서 우리 대화를 들었으면 정말 웃겼을 거다. 어딜 가나 와와 -_-;) 그러나 이곳도 화장실 문제는 정말. ㅠㅠ 여자화장실은 세칸인가 밖에 없어서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1막과 2막 사이에 화장실을 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임산부는 어떡하지. -_- 란 걱정이 문득 들었었다.

좌석을 선택할 여지가 별로 없었던지라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은 자리라서 기뻤다. 좌석도 편안했고 앞좌석 등에 모니터가 의자마다 설치되어 있어서 자막보기도 편했다.

그.리.고.

아아.. ㅠㅠ

나는 이제야 처음으로 뮤지컬을 보았다. 라는 느낌.

전체적 줄거리 외에는 아무런 준비없이 보았던 작품. 최근에 너무 바빠서 시디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예의없는 관객이 되었건만. 노트르담 드 파리는 내게, "뭘 그리 심각해해. 그냥 즐겨. 달리 MUSIC al이겠어? "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귀에 착 들러붙는 레퍼토리들. 무대를 꽉 채우는 배우들의 카리스마. 눈빛, 표정, 몸짓. 매우 단순하지만 엄청난 효과로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장치들.

심장이 무지하게 두근거렸다. 프랑스어가 아름답다고 말들 하고,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고 들었지만 내게는 그다지 아름답게 들리지 않는다. 고 말해왔었는데 이 뮤지컬이 내 생각을 뒤집어놓았다. 불어는 확실히 아름다왔다. 사랑을 노래할 때는 부드럽게, 분노를 노래할 때는 거칠게. 대사 한 마디 없고 노래로만 이루어진 이 작품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는가를 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들의 춤.

주요인물들 외의 댄서들. 그저 춤 뿐이었지만 그 춤은 정말, 굉장했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사람의 몸이 이렇게 유연하게, 이렇게 역동적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노트르람 드 파리를 외치는지, 왜 그렇게 이구동성으로 최고다 라고 이야기하는지 지금에야 이해하겠다.

처음엔 입장권도 너무 비싸고 서울까지의 왕복차비도 만만치않아서 고민을 굉장히 했다. 뮤지컬 한 번에 너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거 아닐까. 이건 내게 사치가 아닐까. 결국 가기로 결정한 건 수선님의 페이퍼를 읽고서였다. (수선님 감사해요. ^^) 그리고 지금은. 내가 포기했으면 잃어야 할 것이 얼마나 더 컸을까 하는 안도이다. 지난달로 차할부가 끝나서 적금을 들려던 걸 한 달 미루긴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슴에, 머리에 남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바쁜 와중에, 몸도 안 좋은데 내게 귀중한 하루를 나누어준 그대. 정말 감사해요. 그대와 함께여서 더 행복했단 거 말로 하지 못했어요. 내 마음 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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