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디어의 파워는 대단하다. 소개되자마자 바로 기획할인 도서로 선정되고, 베스트셀러 자리에 당당하게 오르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을 선정하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 아니,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싶기도 하다. 그 대단한 '미디어의 파워'는 먼지 뽀얗게 쌓인 책꽂이를 뒤지게 했고 94년 4,500원에 구입한 이 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 책을 들춰보니 읽은 흔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는 단어에 펜으로 줄을 처놓은 것만으로 읽었다는 걸 알 수 있을 뿐, 작가의 말이나 내용을 보니 어쩜 그렇게 생소한지... 94년 이후로 책꽂이에 고이 모셔놓기만 한 것처럼 그렇게 새 책을 대하는 것 같았다. 그 때 난 대학생이었고 그 당시의 4,500원은 꽤 큰 돈이었는데 말이다.아~ 난 가끔 과거를 회상하는 일에 진저리를 치곤 한다. 지금보다 그 때가 훨씬 좋았다는 막연한 그리움이 너무도 큰 탓일까. 너무나도 그리우면서도 가슴이 탁 막히는 답답함에 떠올리는 일 자체를 거부한다. 정말 바보같지만, 난 현실에 충실하고 싶다. 이 책은 그래서 좋다. 나의 몇 년 묵은 체증을 싹 가라앉게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나 스스로는 내 과거를 떠올리는 것을 싫어하지만 박완서 할머니의 글을 통한 회상은 아주 속이 시원하다. 그 분은 내 어린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자연의 혜택을 많이 받았지만, 어린아이들의 생활은 큰 차이가 없고 그 때의 경험은 어른으로서의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그래서 어린시절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이 책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