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lucy > 더디고 느린 그래서 영원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더디고 느린 그래서 영원한...>

  며칠 전 서점을 둘러보던 중 새로 나온 외국 소설 코너에서 눈에 띄는 작은 책 하나를 발견했다. 물론 책 사이즈도 약간 작았지만 높이 싸여있는 책 무덤들 속에서 약간은 낮은 듯 놓여서 있는 책은 첫 인상부터 따뜻함이 전해왔다. 물론 책표지 디자인의 영향이 컸겠지만 무언가 순수한 사랑이야기 ‘처음처럼, 다시 사랑하다’는 문구가 마음을 끌었다. 요즘 일본 내에서 뿐 아니라 우리 나라에도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자주 소개되고 있는 일본의 순수소설에 대한 궁금증도 이 책에 주목하게 된 이유였다. 주위에서 일본 소설은 상황설정이 복잡하지 않은 단순함 속에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그러한 기대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주인공들의 캐릭터였다. 처음 책을 봤을 때의 느낌 그대로 책을 읽으면서도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이 그들의 삶의 모습 삶의 자세였다. 주인공 다쿠미는 언뜻 보면 굉장히 불편한 짐을 가진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의 삶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자기 몸이 견딜 수 있는 최고의 속도가 고작 자전거이다. 짐작하듯이 그의 유일한 교통 수단은 자전거이다. 자신의 힘으로만 나아갈 수 있는 자전거, 자신의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의 속도 이것이 바로 패달을 직접 밟아 나아가는 자전거의 본질이 아닐까. 그와 자전거는 꽤나 닮아있다. 따라서 그에게 여행, 곧 자신의 삶의 공간을 벗어나는 이동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이때문에 그는 미오(다쿠미의 아내)에게 끝까지 함께 여행을 하지 못한 미안함을 느끼지만.... 그렇지만 이런 불편함에 대해 그는 ‘대단히 섭섭하다’는 한마디로 짧게 일축한다. 그래 단지 섭섭할 뿐이다. 조금 불편할 뿐이다.

  그의 느림은 세상에 멀미를 느끼는 모든 이에게 잠시 고른 숨을 고르도록 해준다. 앞으로 나아감보다는 돌아옴, 움직임보다는 고요함, 가득참보다는 빈 것, 솜씨좋음(사실 다쿠미의 이름엔 ‘솜씨좋을 巧’ 字가 들어있다^^;)보다는 졸한것이 그가 살아가는 모습과 더욱 닮아있다. 곧 무엇으로 가득 채우기에 급급한 우리의 삶과는 달리 그는 거창하게 말하면 오히려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는 듯 보인다. 그의 삶은 결국 우리에서 숫자 ‘0’의 발견과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고 할 수 있다.

  미오 또한 고등학교 때 모범적인 노트정리로 3년 동안 수많은 급우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나 정작 자신은 성적이 높은 편이 아니었던 순하고 착한 모범생이었다. 신중하고 인내심이 강한 염소자리인 그녀는 그러나 사랑에 관한 용기 그리고 강인함으로 둘의 사랑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봐선 늦둥이들의 사랑이며 고전적인 연애방식인 편지로 서로를 알아 가는 이들의 사랑이 답답해 보일지 모르나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느리고 더디기 때문에 영원할 수 있지 않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