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이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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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화를 읽으면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현실에 대한 꿈과 희망을 발견하고 싶어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동화책을 집어들며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환
한 웃음을 지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동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에 대한 괴기스런 공포를 선사해주는 작가도
있다. 프랑스의 주목받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엠마뉘엘 카레르가 바로 그다. 그는 작품속
주인공들을 처참하게 파멸시키는 냉정한 작가로 유명한데, 대표작인 <겨울아이>에서도 마
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1995년 프랑스의 페미나상 수상작이자 '언어의 기적' '완벽한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은 작품이긴 하지만, <겨울아이>를 읽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되지 못한다. 더
군다나 르네 고시니의 <꼬마 니꼴라>를 재미있게 읽었던 이들에겐 더더욱 그렇다(카레르는
주인공의 이름을 르네 고시니의 <꼬마 니꼴라>에서 따왔다고 한다).

소심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꼬마 니꼴라. 학교에서 마련한 스키캠프를 떠나야
하는데 조금도 즐겁지가 않다. 외과용구 외판원인 아빠가 자신이 학교 전세버스로 가게 놔
두지 않고 굳이 스키캠프까지 직접 데려다 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게다가 아빠는 자신의 잠옷이며 칫솔이 들어 있는 여행가방을 꺼내주지도 않고 황급히 돌아
가 버린다. 친구들 앞에서 그야말로 외톨이같은 신세가 되어버린 니꼴라. 이렇게 즐거워야
할 스키캠프는 처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스키캠프가 시작되면서 니꼴라는 연신 악몽에 시달린다. 각종 장기를 밀매하는 범
죄집단이 아이들을 유괴하여 안구나 콩팥 따위를 도려낸 다음,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를 도
랑에다 버린다고 했던 아빠의 이야기가 자꾸만 니꼴라를 괴롭히는 것이다.

그러다 한밤중에 공동침실을 빠져 나와 추위에 떨다가 몸살에 걸려 앓아 눕게 되는 니꼴라.
이젠 친구들이 하는 스키캠프를 그저 구경하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스키캠프를 하는 마을에서 한 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니꼴라의
스키캠프는 점차 비극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카레르의 소설은 "허구가 현실을 능가하고, 이성이 상상 앞에서 흔들리고, 부조리 앞에서 논
리가 굴복되며 익살이 비극에 잠식당하는 정확한 시점, 그 민감한 경계지점"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가 그리는 현실은 현실과 악몽의 경계가 언제 허물어질지 알 수 없는 끔
찍한 공간인 셈이다.

이처럼 카레르의 소설을 읽는 것은 현실의 악몽 속으로 천천히 빠져 들어가는 과정이다. 악
몽은 현실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언제 우리를 덮칠지 모른다는 그러한 공포감. 아마도 악
몽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그러한 공포가 이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는 작품을 만나는 일은
좀처럼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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