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머리하는 날

미용실을 안간다 안간다 해도 나처럼 안가면. 정말이지 미용실들은 다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미용실을 간 것이. 입원을 했다가 퇴원한지 얼마 안된 날이었으니까 작년 4월이었다. 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버티면 무려 1년1회 미용실 이용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미용실을 자주 가지 않는 이유는 대략 이러하다. 현재 머리가 아주 긴 편인데 긴 머리는 별로 미용실을 갈 필요가 없다. 그저 집에서 떡지지 않게 잘 감아주고 머리끝이 상할것을 염려해서 트리트먼트를 해주거나 영양세럼을 발라주는 것. 그리고 드라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바람으로 말리는 것. 이 정도면 사실 긴머리는 충분하게 관리가 가능하다. 스타일에 변화를 주려면 모를까 그냥 긴머리로 유지를 한다면 몇년이고 미용실을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 나는 염색도 안하는 편이다. 왜냐면 원래 머리가 갈색이므로 굳이 갈색으로 염색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거기다 검은색 염색을 하면 머리 뿌리부분부터 갈색 머리가 자라나서 되게 이상하다. (남들은 검은색 염색을 하면 어차피 자기 머리가 검은색이니 경계가 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검은 머리가 된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미용실을 자주 가지 않는다. 하지만 머리가 길지 않았을때는 석달에 한번씩은 미용실에 가서 이리저리 머리를 바꿨었다.

세상에서 제일 멍청하게 느껴지는 시간은 바로 미용실에서 머리에 뭘 말고 앉아있을때다. 잡지책을 주긴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사진이 있는 컬러풀한 책을 오래보면 토할것 같으므로 그것도 임의롭지 않다. 예전에는 그냥 멍청하게 시간아 빨리가라 하고 입을 헤 벌리고 앉아 있었는데 요즘은 읽는 책을 가져간다. 허나 자꾸 머리를 만지고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라고 하는 통에 (제발 한자리에 앉아서 다 할 수 있는 미용실이 있으면 좋겠다.) 완전하게 집중하기가 어렵다.

미용실에 가기 전에는 언제나 가벼운 흥분이 느껴진다. 궁극적으로야 예뻐지고 싶다 단 한마디로 압축이 되겠지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뭔가 달라지고 바뀌길. 이전의 나와 결별을 하고 새로운 나와 만날것만 같은 기대감. 그래서 그런가? 여자들은 신상에 큰 변화가 있으면 주로 머리모양을 바꾼다. 옷을 사입는건 너무 약한 변화이고, 성형을 해서 바꾸기엔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과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렇다.

오늘 내가 하려고 하는건 앞머리를 내고 (이마를 훌러덩 까고 있는데 남들이야 그렇다 쳐도 거울볼때 내가 부담스러워 안되겠다.) 퍼머를 할꺼다. 긴 생머리를 하고 있기에는 이제 나이가 너무 많으므로. 물론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나는 내멋에 산다라고 말 하고 싶지만. 나이가 드니 어쩐지 조금은 나이에 맞는 무언가를 하면서 살아야 하는거 아닌가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긴 생머리는 너무 지겹다. 2002년 겨울 이후로 단 한차례도 길이를 줄이지 않았으니 2005년 2월인 지금 얼마나 지겹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자르려니 그동안 기른게 아까워서 확 볶아라도 보고 자르고 싶어서 나는 잠시 후 퍼머를 한다. 아주 긴 머리라 아줌마 퍼머가 되기는 되게 힘들겠지만 가끔은 기적적으로 그리되는 경우도 있기에 약간은 무섭다. 긴 머리는 펴는대도 장난 아니기 때문에 마음에 안들면 돈이 이중 삼중으로 든다.

설 연휴라서 다들 오늘부터 쉬는데 우리 회사는 악착같이 내일까지 출근을 시킨다. 그 보복으로 나는 잠시 후 5시면 내려가서 머리를 할꺼다. (퇴근시간은 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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