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후회

작년 11월. 나는 절대로 돈관계는 하지 않는다는 룰을 깨고 아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에게 70만원을 빌려줬다. 남들에게는 70만원이 별거 아니겠지만. 10만원 통장 (용돈을 모아 10만원이 되면 저금하는 통장)에 오랜 기간동안 모아온 돈이라서 그런지 내게는 꽤나 각별했었다. 친구가 처한 처지는 카드 연체의 위기였다. 당시 카드사에 입사를 해 놓은 상태이고 교육생이었기에 카드로 문제를 일으키면 댐시 회사에서 탈락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더구나 친구가 가지고 있던 카드가 하필이면 자기가 입사한 회사의 카드였으니 더 말하면 잔소리였다. 그래서 나는 알토란같이 모아둔 돈을 빌려줬다.

친구가 회사를 그만둔것은 9월 이었다. 2년 넘게 다닌 회사를 관뒀으니 퇴직금에 월급에 아무튼 나 같으면 8개월은 넉넉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액수였다. 하지만 그 친구는 대책없이 그 돈을 여행이다 술이다 옷이다 하며 홀랑홀랑 쓰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가 옆에서 위험하다고 경고를 줬지만 소용없었다. 세상에 사랑문제만큼 남들 말 안듣는게 있다면 그건 돈문제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 친구는 그렇게 있는돈 다 까먹고 나에게 돈을 빌려서 카드를 막고 회사에 입사를 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달도 되지 않아서 때려치우고 이제는 백수가 되었다.

그녀가 내게 돈을 갚기로 한 날은 바로 오늘이었다. 70만원 다가 아니라 그중 10만원. 11월에 빌려줬으니 무려 4개월의 시간이 있었지만 그녀는 내 돈을 갚을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급기야 돈을 못 갚겠다고 좀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나는 화가났다. 그녀는 그동안 내가 1년에 한번 갈 미용실을 무려 3번이나 가고 매일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밥을 사먹고 옷을 사입었다. 저축은 남아도는 돈으로 하는게 아니듯 빌린 돈도 남아도는 돈으로 갚으려면 절대로 갚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3개월이나 기다렸으니 약속을 지키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지키지 않았다. 5만원 보낼께 6만원 보낼께 어쩌고 하더니 아까 미용실에서 머리를 한참 하고 있는 9시에 전화를 해서는 내 계좌번호를 몰라서 못했다는 것이었다. 어제밤 나는 핸드폰 문자로 보냈으나 그녀는 문자가 하도 많이 들어와서 다 밀렸다고 했다. 나도 가방을 사무실에 두고 와서 계좌번호를 기억하지 못했고 또 잘 쓰지 않는 통장이라 번호를 외우지 못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나중에 갚으라고 했다. 그 와중에 서로 서운한 소리가 오가고 그녀는 말했다. '내 사정 다 아는 니가 그렇게 말하니 서운하다' 나는 물론 그녀의 사정을 다 알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알고 있다면 그녀가 정신을 차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내가 어렵사리 빌려준 70만원을 받으며 말했었다. '널 봐서라도 내가 꼭 정신차릴께' 나 역시 바라는 바였다. 당장에 카드값을 막는 70만원이 아닌. 이제 70만원도 융통할 곳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깨닳고 개선해 가기를 바랬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된다. 그 70만원은 그녀의 막사는 인생을 조금 더 연장시켜줬을 뿐이었다.

역시 정신은 스스로 차린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녀에게 돈을 빌려준 것을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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