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레져 > you are my main man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을 해보지 않고는 결혼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 결혼 하고 나서 나는 그전에 내가 결혼을 두고 운운했던 말들을 모두 거둬들이고 싶었다. 적잖게 환상도 있었지만 대부분 비극적이었다. 많이 두려웠다. 아무리 그림을 그려도 외간(?) 남자와 한 집에 산다는 게 비현실적으로만 여겨졌다. 우리 오빠가 말하기를, 세상에는 아빠와 오빠 말고는 믿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가끔은 오빠랑 결혼한 올케 언니가 부러웠다. 아니, 안심이 됐다. 결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지 1년 만에 나는 결혼을 결심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는 꿈을 꾸는 건 여성들의 공통점이겠으나 나는 정말 심각했다. 거리를 걸어도 한 눈 팔지 않았다. 팔짱을 끼고 정면만 보고 걸었을 정도니까.

에쿠니의 글들은 캐시미어 같다. 얇지만 따뜻하고 포근하다. 겉으로 보이기에 참 가벼운 글이라고 할 지 모르겠다. 가벼운데 비누 방울 처럼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반드시 천장에 매달린 모빌처럼 이따금씩 눈에 띈다. 이를테면 에쿠니 다운 글은 이런 거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조금은 슬프고, 대체로 평화롭지만 불행하다.

슬픔을 파란색으로 가정하고, 평화를 노란색으로 했을 때 그 두 가지를 합쳐놓은 듯한 결론의 색, 불행이 탄생한다. 불행이 검정색이 아닌 초록색을 뒤집어 쓰고 있어 의아하여 혹자는 '가벼움'을 덧붙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온전한 검정색을 띄어야 불행한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고 있듯 에쿠니는 달리 표현 했을 뿐이다. 불행을 홀로 두지 않고 평화와 섞어 놓았기 때문에 멋을 부리는 모양새가 되지만, 그건 그녀만의 감성이고 그녀만의 개성이다. 또 살펴보면 우리에게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나는 조금 슬프고 평화롭고 불행한 생이 우리의 일상 군데군데 찍혀 있다고 믿는다.

에쿠니의 결혼생활에 대한 글을 모아놓았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만나 공존하는 일상의 의미가 더 크므로 굳이 결혼을 거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둘을 엮어 놓은 결혼을 무시할 수는 없다. 동거와 결혼은 정말 다르다. "평생" 이란 단어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동거 형태로도 평생을 같이 할 수 있지만, 결혼은 모든 이에게 서약이란 걸 한다. 그건 정말 엄청난 약속이다.  타인과 타인이 결합하여 산다는 건 생각보다 모험에 가까운 일이다. 사랑을 전제로 한다는 것도 곡예를 타는 것처럼 위태로운 발상일지 모른다. 결혼 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서 다행이고 행복인 것은 아니다. 정말이지 결혼은 일상의 충돌을 매일 겪어야 하는 작은 소용돌이이며 타인과의 연속적인 대화다. 나는 결혼 예찬론자이기는 하나 모두 결혼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의 장점과는 다른 문제다. 다만, 결혼이든 인생이든 나 라는 존재가 타인과의 협상, 타인과의 소통을 즐기지 않는다면 결혼은 말리고 싶다. 결혼의 팔할은 타인과의 소통과 협상이므로.

남자는 여자와 같이 살고 싶으면 둘 중에 한가지를 택하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청결에 유념하든지, 당신이 아무리 불결하든 그런 것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고 할 만큼 여자를 사로잡든지.

이 말은 조금 거짓이다. 불결한 남자를 좋아할 만한 여자라고 해도 함께 사는 남자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러니, 이 말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불결한 걸 봐주는 여자 보다 그 여자 자신도 불결한 여자를 고르면 된다. 결혼하면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적어도 청결은!

쉽게 읽히고, 하늘에서 별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광경을 쉽게 포착할 수 있을 만큼 낭만적인 결혼 생활의 이야기다. 에쿠니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냉정과 열정 사이 만 빼고) 그녀의 소설이나 생활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감성과 외로움과 쓸쓸함이 교차한다. 잘 말린 장미 꽃잎이 하얀 종이에 뚝 떨어지는 여운을 즐길 수 있다. 누구에게나 my main man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배우자의 얼굴은 배우자가 만들듯이 main man 역시 그러하다.

언젠가 헤어질 때가 오면 조금은 울지도 모르겠지만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한다면, 아마 더 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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