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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야 하는 딸들 - 단편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섯 편의 단편 만화들. 단편 영화의 느낌에서 나던 풋풋함이 서려있다. 짧다는 것 때문일까. 한정된 공간과 시간을 다룬 이야기들은 아쉽지만 여운이 오래간다. 막 포도주를 담근 느낌이다. 한번씩 포도주가 잘 있나 싶어 고개를 갸웃 거리는 것처럼 잊혀질 만 하면 다시 또 들게 될 것 같은 만화책이다.
사랑도 가르쳐주는 학교가 있어야 하는건 아닐까 하는 노파심이 든다. 학교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이 지식 플러스 지식인데, 사랑 과목도 따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절로 익히고 터득하는 게 사랑이라고? 천만에!! 그런 걸 가르쳐주면 잘 배우기나 할까? 똑같이 가르쳐 주는 공부에도 석차가 각기 다른데. 사랑도 예외는 아니고.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섭렵해도 사랑은 나와 성향이 맞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한 가꾸기 힘든 관엽식물이다.
이제 막 강사 생활을 시작한 키요에게 제자인 여학생이 찾아온다. 여학생은 키요를 좋아한다면서 덜컥 가슴을 꺼내보인다. 여학생은 자신을 내세울 것 없는 보잘것 없는 생물로 간주해버린다.
옛날엔 가슴이 크다는 건 그저 창피하기만 하고 좋은거라곤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남자들이 이건 좋아한다는 걸 안 뒤론 전 제 가슴만 좋아졌어요. 전에 사귀던 애들도 다들 가슴만 내 장점이라고.
그것 말고는 보여줄 게 없다고 믿어버리는 여학생은 그래서 그것만 보여준다. 용감하게 사랑 고백을 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짝사랑으로 그치지 않고 돌진 하는 것 까진 좋았는데 표현 방법이란 게 내 숭고한 육체의 일부라니.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는 것 까지는 좋지만, 가치 판단의 기준이 전혀 없는 가엾은 영혼. 물이 반이나 남았네 보다 물이 반 밖에 남지 않았네를 먼저 배웠을 것이다, 그여학생은. 나의 단점과 장점을 균형있게 드러낼 수 있는, 정상적이라고 일컫는 그 방법을 여학생은 전혀 알지 못한다. 난폭한 남자에게, 화를 내는 남자에게 끌리는 성향을 봐서는 마조히즘적인 요소가 다분하지만 그렇게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을 지도 모른다. 여학생은 키요의 영화티켓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난폭하게 생긴 다른 남자에게로 눈길을 돌린다. 여학생의 특이한 사랑 방법은 그렇게 단명해버리고 만다.
내 장점만 사랑해 달라고 하는 여학생. 곁눈질은 절대로 할 수 없는 경주마의 바람막이 안경을 쓴 것 같다. 그 안경 끈이 끊어질 때 나는 그 여학생을 사랑해주고 싶다. 다른 안경으로 갈아치우지 않고 안경을 벗겨 버리는거다. 세상의 달콤하고 맛난 사랑을 보여주는 거다.
단편들이 모두 단편영화처럼 단편소설처럼 간결하고 함축적이다. 두고두고 읽으며 사랑해줘야지, 이 세상의 모든 딸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