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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 Be Happy - ... Falling in Love with Movie
조수미 (Sumi Jo) 노래 / 워너뮤직(WEA)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조수미에 대해 그다지 높은 평가를 하진 않는다.그녀가 노래를 못하는데 허명만 얻었다는 뜻은 아니다.조수미는 나름대로 일가를 이룬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내 취향이 그녀의 스타일과 조금 다를 뿐이고 다른 소프라노들과 비교해 볼 때 비교우위에서 밀린다는 뜻이다. 세상에는 뛰어난 가수들이 하늘에 별만큼이나 많다.그녀들을 제쳐두고도 '조수미를 좋아해야 한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단지 '우리나라 출신'이기 때문이란 것....그점 외에는 딱히 그녀를 응원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내 개인적 가치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좋아해야 한다는 주의에는 극도의 혐오감을 느끼는 바 조수미는 늘 내 관심사 밖에 있었다.
그녀가 세상에 이름을 날리게 된 건 모짜르트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 때문이다. 오페라 내에서 작은 비중이지만 고난도의 하이음이 이어지는 곡이기에 이 곡을 잘 소화해낸 사람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조수미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그런데 꼭 조수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오토클렘페르 70세 기념 공연이었던가 이미 고인이된 루치아노 폽의 같은 노랠를 들어보자.언젠가 주변 사람들에게 그 둘이 부른 곡을 들려주었다.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대개 루치아노 폽에게 손을 들어주었다.물론 이걸로 폽이 조수미보다 뛰어나다는 걸 반증하려는 것은 아니다.그만큼 세상에는 절대고수들이 많이 있다는 것 말하고 싶은 것뿐이다.
조수미의 첫 크로스 오버라는 <ONLY LOVE>는 국내에서 굉장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조수미의 이름 값도 있었고 드라마와 CF음악으로 쓰인 덕도 충분히 보았다. 이 음반을 들어보고 난 조수미가 여태까지 부른 노래 중에 가장 잘 불렀다고 생각했다. 조수미가 목에 힘빼고 불러서 과거 그녀의 음반들보다 훨씬 괜찮았다. 이번에 나온 <BE HAPPY>는 그 음반의 연장선상에 있다.지난 번 음반이 뮤지컬과 드라마 음악을 주제로 했다면 이번에는 영화음악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시네마천국><흑인 오르페><물랭루즈>등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친숙한 곡들이 전면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음반은 실패라고 생각한다.가장 큰 패착은 선곡과 조수미의 가창에 있다.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오페라가수,팝페라가수,재즈가수,팝가수 등등 한다하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필로 수십번씩 불렀던 곡이다.그만큼 친숙한 곡이다 보니 현격하게 뛰어난 음악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을위험성이 있는 레퍼토리들이다. 조수미가 과연 그 쟁쟁한 음반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러기에 조수미의 가창은 지나치게 현란하다.오페라를 부를때보다는 훨씬 목에 힘을 뺀 듯하지만 대중적인 레퍼토리에 대중적 감성을 싣는데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이런 대중적인 곡들은 곡이 가진 색깔과 자신의 색깔을 적절히 조화해서 제3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붉은물감과 흰물감을 섞어 분홍빛을 내고자 할때 가장 아름다움 빛깔의 황금비가 있기 마련이다.(물론 이것도 주관성이 강한 측면이 있지만) 한쪽이 지나치면 너무 붉어버리고 또 한쪽이 지나치면 너무 희끄무리해 버린다. 지난 음반에서는 드라마틱한 구조의 곡들을 소화하며 나름대로 황금비에 가까와진 그녀지만 이번에는 그저 멜로디만 조수미 스타일로 불렀다.그래서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팝페라 가수 조쉬 그로번과 조수미가 부른 <시네마 천국>을 비교해 보자. 조쉬 그로번의 경우 훨씬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한다.그러면서도 노래의 선율이 담고 있는 지난 추억에 대한 센티멘털을 절대 놓치치 않는다.반면 조수미는 같은 멜로디를 멋지게 불러주지만 그녀의 노래 어디에도 무너져 내리는 옛극장을 바라보는 마을사람들의 아련한 정서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물랭루즈>의 주제곡 역시 마찬가지이다.전문 노래꾼이 아닌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먼이 부른 노래가 조수미의 기름기 넘치는 유려함보다 훨씬 잘 불렀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영화에 쓰인 원곡을 먼저 들은자의 배타적인 느낌일 수도 있다.하지만 노래를 부른 사람 역시 그 음악이 가진 속성을 이해하지 않고 불렀다는 의심을 져버릴 수 없다.
요즘 대형 오페라 가수들이 대중화의 이름으로 팝이나 재즈를 부르곤 한다.기본적으로 그러한 시도에 박수를 보내는 편이다.하지만 대중적인 음악에 대한 이해가 바탕되지 않고 멜로디만 따라부르는 것은 대중가수가 안되는 오페라 억지로 흉내내는 것 만큼이나 억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