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poptrash > 끝까지 춤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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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읽는 내내 유쾌했다. 무라카미 류의 69를 읽는 기분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차용한 하드보일드 풍의 작가)가 쓴 69 같다고 할까. 물론 시대적 차이가 있는 만큼 등장 인물들의 생각에도 차이가 있다. 이들은 1류 고등학교들 사이에 끼어있는, 깨어있어도 죽은거나 다름없는 3류 고등학교의 '좀비'로써, 단지 답답한 세상을 뛰쳐나가고 싶을 뿐이다. 이런 이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택하는 방법이란 것도, 아인슈타인 같은 헤어스타일의 생물 선생님이 말한대로 우등 유전자끼리의 교배를 막는 것- 다시 말해 옆 일류 여고의 여학생들과 짝짓기를 하는 것이다. 푸하하. 어찌나 유쾌하고 나이브한 발상인지.
그리하여 이들은 성화여고 축제에 잠입하기로 한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혁명인 것이다. 고 1때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고 2때의 시도 역시 실패, 그리고 이들에게 남겨진 마지막 고 3의 축제- 바로 레볼루션 넘버 쓰리. 그 와중에 그들은 친한 친구를 잃고, 이런 저런 일들을 겪고, 여자를 만나고 성장해 간다. 결국 성장기- 소년들은 어떻게 성장해가는가.
소년들은 성장해가기 마련이다. 사건과 여자- 그리고 시간이 그들을 성장하게 한다. 그들의 나이브함은 언제까지일까? 언제까지 그들은 그렇게 밝고 긍정적인 자세로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 한심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음흉한 어른들도 처음엔 그들처럼 밝고 긍정적인 소년들이었을텐데.
계속해서 뛰어야 한단다. 작가의 말로는. 하지만 그건 너무 힘겹다. 그들도 분명 언제나 소년들은 아닐테니까. 언젠간 다리에 힘이 빠지고 쥐가 나서 주저 앉게 될 나이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엔 어떡해야 하나. 그대로 세상에 잡혀서 마지막 에피소드의 변태 스토커의 말처럼 그들 편에 붙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너희들이 승리했다고 믿고 있겠지? 하지만 너희들이 틀렸어. 반드시 제2, 제3의 내가 나타나서 나의 의지를 이어줄 거야. 나와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은 얼마든지 있어. 너희들 중에도 언젠가 우리 쪽에 붙을 자가 나타날 거라구. 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
분명한 것은 계속해서 춤춰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는 것은 몰라도, 춤추는 것이라면 멈추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다음 스텝은 생각하지 말고, 한 스텝 한 스텝- 들리는 박자에, 인생이 연주하는 그 음악에 발을 맡기면서. 그리하여 그들의 그 나이브함이, 그 순진한 스텝이 세상을 바꾸기를 기대하면서.
"그리고 리틀 중사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작별인사를 했어. 너는 고된 인생을 살지도 모르겠다. 상처받아 좌절하는 일도 있겠지, 라고 말이야. 그리고......"
우리는 세계와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느끼면서 히로시의 마지막 말에 귀 기울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추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