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cool’의 정의는 ‘어떤 경우에도 냉정함과 자기 조절능력 잃지 않기’ ‘너무 열렬하거나 친근한 모습 보이지 않기’ ‘감정의 기복 절제하기’다. 만약 거리에서 “쿨하다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좋다, 멋있다, 세련됐다, 유행에 맞는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쿨’이란 간단한 형용사에는, 냉정한·서늘한·뻔뻔한·침착한·훌륭한·가벼운, 그러나 천박하지 않은·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등의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열정과 감각을 필요한 순간에 발휘할 수 있는 신비스러운 자기 포장술’이라는 세련된 정의도 있다(문학평론가 백지연). - 야후 검색창에서 찾는 '쿨하다'는 단어의 뜻이다.

그렇다. 요즘은 온통 쿨한 세상이다. 사랑도 쿨하게, 이별도 쿨하게, 우정도 쿨하게, 뭐든지 쿨한걸 좋아하는 세상이다. 덕분에 나는, 여전히 아날로그적으로 살고 있는 나는, '쿨하다'는 소리를 그다지 자주 들을 일이 없다. 짝사랑을 한 번 시작하면 몇년을 가기도 하고, 친구도 오래된 친구만 좋아하고, 헤어지고 나면 내도록 가슴 아파하며 울기도 하는 나는, 전혀 쿨하지 않다. 그래서 가끔 쿨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냥 이런 내가 좋다. '쿨하다'는 단어 하나로 포장하기에는 내 안에 너무나 많은 감정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멋있어보이기 위해 '쿨한척' 하기 보다, 내 감정들에 충실하며 살고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쿨'한 여자들이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섹스산업에 돌진하고 스스로 납치극을 벌이는 여고생이나 잠자리를 함께 해오던 직장 상사를 죽이는 커리어우먼이나 고르고 고른 남자와 정사를 벌인 뒤 혈흔이 묻어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라는 대학생이나, 모두 같은 여자로 보인다. 그녀들은 스스로를 '쿨'하고 현명하며 현실적인 여자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들이 예전에 춘향이들과 다른 점이 무엇이던가. 남자와의 키스에서 모든것을 계산해서 행동하던 여자는 정작 중요한 순간이 오면 '나 이런거 싫어하잖아'를 말하며 차라리 오럴섹스를 선택한다. 그녀에게 남자는 신분상승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 사랑이란 없다. 또, 한 여자는 남편을 셋이나 죽음에 이르게 하지만 정작 자신은 <순수>하다는걸 강조하려는듯 "밤늦게 현관 문을 여자 혼자 따는 일은 위험하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남편들의 죽음과 그녀 간에 아무런 상관관계없이, 그녀를 그저 '팔자 드센 여자'라고 생각할 독자는 별로 없을 듯 하다.그리고 그녀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남자를 이용하려 든다. 출세의 발판으로 삼거나 경제적 밑천으로 없애버리거나, 이도저도 안될 경우 가차없이 버린다. 남자를 버리지만, 결국 남자로부터 버림받는 그녀들은 도대체 어디가 '쿨'하다는거냐?

몇번이나 망설이다 잡은 책이다. 혹평도 많이 보았고, 호평도 많이 보았다. '쿨'한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켜 새로운 글을 쓰고 싶어했던 것 같지만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평이하고, 때론 진부하기도 하다. 이야기가 재미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 빤한 이야기들을 빤하지 않게 하려다보니, 약간 거북스럽게 느껴졌단 이야기다. 그리고 내가 그다지 현실적이거나 '쿨'하게 살지 못하는 관계로, 와닿지 못하는 이야기들이다.

나는 그냥 이렇게 살란다. 쿨하지 못하게, 여전히 질척거리며, 사랑을 믿으며, 전혀 쿨하지 않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