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책을 읽다보면 두 가지 경우가 생긴다. 하나는 너무 재미있어서 잡자마자 다 읽어버리는 책(물론 시간적 여유와 심적 여유가 동반될 때만 가능하다.) 또 하나는 정말 재미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틈틈히 읽어야 할 경우이다. 어떤 교수님은 내게 시간이 없는게 아니라 마음이 없는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정말 그럴 때가 있다. 꼭 읽고 싶고 너무나 재미있는데 여유가 생기지 않을 때, <달의 제단>을 읽을 때의 내가 딱 그런 상태였다. 책도 얇고 이야기도 좋았는데 시간이 너무 없었다. 정말 틈틈히 읽어서 다 읽기까지 5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 바빴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은 항상 순식간에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뭐, 틈틈히 읽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다. 가끔 눈물을 머금고 덮어야 할 순간이 닥쳐와서 슬프기도 했지만!

심윤경의 책은 처음이다. 잘 모르는 작가의 책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 고르지 않는 편인데 알라딘에 올라온 리뷰들이 워낙 칭찬 일색이어서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었고 나의 선택은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소재가 특이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 그리고 '문/안 알외옵고'로 시작하는 옛 언찰을 등장시킨 점도 흥미롭다. 작가의 전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조사와 노력으로 이루어진 글인것만은 확실하다. 몇몇의 여성 작가들은 별 줄거리 없이도 긴 이야기를 이어쓸 수 있는 능력을 지녔는데 그런 책들은 읽을 땐 재밌는데 책을 내려놓고 나면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엄청난 노력을 들인 흔적이 보여서 좋았다. 물론 재미는 당연한 이야기고~

책을 읽고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더랬다.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전혀 사랑할 수 없을법한 '정실'을 노리개감이 아닌 진정한 사랑으로 대하는 '상룡'을 보면서, 나의 사랑의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나 역시 사람을 대할 때 사람의 본질보다는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조건들을 먼저 보아온 것은 아닌지, 사랑이 아니라고 단정짓고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내가 진정 사랑했던 사람은 없는지, 사랑해서는 안되는 사람이라고 치부하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사람은 없는지..이 좋은 책을 읽고 왠 사랑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워낙 재미있는 이야기라 다른 부분은 이야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하련다. 아니면 내가 지금 절실히 누군가 필요한 시기인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한편의 잘 쓰여진 글을 읽고 나니 마음이 가뿐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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