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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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유려한 문장, 각각의 인물에 관한 섬세한 심리 묘사,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아름다운 자연 환경 놀랍지 않은 것이 없었다. 누군가 이 책은 무엇에 관한 것이냐고 묻는 다면 한 참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다방면으로 좋았다. 삶의 한 복판에 폭탄처럼 떨어진 애도를 더이상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제목 만큼 이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을까.
언제나 곁에 있어서 눈을 들기만 하면 바라 볼 수 있는 하늘.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폭풍을 때로는 감동을 주는 변화무쌍한 하늘의 모습. 있는 줄 모르게 곁에 있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나의 삶의 모든 부분에 포함되어 있는 존재. 너무도 사랑하고 의지하는 어쩌면 심장을 나누어 가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언니에 관한 소설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언니의 존재를 갑자기 상실해 버린 울분과 애도의 ‘대 환장 파티’라고 해야겠다.
역마살이 낀 딸이 놓고 떠나버린 두 어린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는 북부 캘리포니아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화원을 가지고 있다. 할머니가 키운 장미는 1년 치 석양보다 붉게 피어나고 그 향기는 어떤 사람의 마음도 황홀한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마음속의 열정을 숨기고 꾹꾹 눌러 담고 살다가 떠나간 딸이 너무 보고 싶고 버티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캔버스 앞에 녹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을 그리며 며칠이고 작업실에 처박혀 있다.
베일리 워커와 레니 워커 이 자매가 바로 두 손녀이다. 주인공 레니 워커는 어쩌면 엄마가 떠나고 없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로 언니를 사랑했다. 베일리 워커는 타고난 반짝임으로 사람과 사랑을 몰고 다니는 열정이 넘쳐나는 태양과 같은 존재였다. 연극계의 디바이자 철학자이자 어떤 예술가의 이름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사람이었다.
언니가 죽고 나서야 언니에게 많은 비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레니는 죽음에서 오는 상실감 보다 더 큰 비극적 감정의 휘몰아침에 자신을 그냥 내 던져 버렸다. 아무하고도 자신의 아픔을 나누려 하지도 않았고 사실상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 레니는 언니에 관한 시를 자신의 삶 곳곳에 흩날려 보냄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언니의 약혼자 토비와 새롭게 다가오는 전학생 조 폰테인 사이에서 갈등하며 상처에서부터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누구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코 비극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 같은 레이니는 결국 할머니와 삼촌의 지극한 사랑을 받아들이고 함께 슬픔을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언니를 향한 새로운 자신만의 사랑 법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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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만하냐고 묻는 짓은 바보 같은 일일 거야 - 그림책 읽고 세상을 그리고 나를 쓰다
강정미 외 지음, 빵과그림책협동조합 기획 / 이매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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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반지하방에 모여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고 그림책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궁리했다는 말을 읽으며 나는 2016년도에 무엇을 하고 있었지? 하는 물음이 떠올랐다. 나도 지금은 그림책과 사랑에 빠져 있기 때문에 그때의 내가 그림책을 읽고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아이들은 어렸고 생활은 빡빡했고 누군가 살만하냐고 물었다면 왈칵 눈물부터 터져 나왔을 것이다. 나를 엄마로서 붙잡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고 있을 때였다. 고장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아 헤맸다. 한참을 돌아돌아 나를 받아 준 건 그림책이었다.
그림책은 내게 요구하는 것이 없다, 그저 내 목소리를 들어주고 나를 위로해 준다. 선행되는 공부나 준비 같은 것도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 만나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게 해 준다. <살만하냐고 묻는 일은 바보 같은 일일 거야> 이 그림책 에세이를 읽는 내내 내 마음이 그랬다. 함께 그림책을 읽고 모인 사람들이 쓴 글이라서 그러지 않았을까. 많은 에피소드가 실려 있지만 마치 한사람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듯 아니 내 얘기를 읽어 내려가듯 함께 울고 웃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했다.
책이 온 날부터 손에 들고 다니며 조금씩 조금씩 읽었는데 하루가 다 가기도 전에 다 읽어버렸다. 짧은 에피소드로 묶여 있기 때문에 어디서 펼쳐도 읽기가 좋았고 가볍고 한손에 들어오는 책이라 어디 들고 다녀도 부담이 없었다. 책을 읽다 안 사실인데 표지 디자인도 함께 글을 쓰신 분 중에 계셨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책 표지를 자세히 보니 왠지 더욱 애정이 느껴지고 이상하게 마음이 뿌듯했다. 프롤로그, 목차, 그리고 그림책의 한 줄과 소개 글까지 따뜻함과 삶의 향기로 가득 차 있다. 그림책을 어떻게 보면 좋은지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해설하고 다양한 시각을 알려주는 그림책 에세이도 좋지만 이렇게 내 마음을 움직인 그림책의 한 줄에 담긴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이제부터 에세이에 소개된 그림책들을 한권 한권 찾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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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나쁜 친구란 걸 알게 될 때
아네테 미어스바 지음, 이상희 옮김 / 리듬문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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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나쁜 친구란 걸 알게 될 때( 아네테 미어스바 지음)

어딜 가나 나쁜 아이는 있다. 어린 아이들이 나빠봤자 그렇게까지 나쁠 수 가 있을까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인격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기준도 모호하고 복잡하다. 자신이 저지르는 어떤 사건이 개인에게 어떤 것을 가져다주느냐에 따라서 죄책감이나 양심 보다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 특히나 사춘기 시절에는 뇌의 기능이 이성적이지 못한 순간이 찾아온다. 무엇이 옳다 보다 무엇이 나를 더 존재감 있게 만드느냐 더 인기 있게 만드느냐가 훨씬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정신없이 자신의 목적하는 곳에 집중한다. 자신의 욕망하는 것을 위해 다른 어떤 것도 죄책감 없이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부모들까지 자신들의 일이 바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못한 다면 그곳에서의 결핍까지 합세해서 더욱 더 채우고자하는 욕망은 커지고 수단이나 방법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상처나 아픔 따위는 마땅히 자신의 욕망을 위해 이용하고 희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욕망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 인터넷의 세상, sns, 핸드폰 이다. 저 안에는 그들이 욕망하고 열광하는 모든 것이 들어있다. 킴은 14살의 어린 나이지만 이미 어른의 세상에 살고 있다. 데이트 앱으로 많은 남자들을 만나고 쉽게 갈아치우면서도 또래의 동정심을 얻고자 엄마를 때려죽일 뻔한 주정뱅이 아빠와 살고 있는 불행한 소녀의 연기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좋아요의 중독으로 자신을 채우기 위해 거짓말은 기본이고 목숨을 걸 정도의 위험한 포스팅용 사진 찍기, 합성사진으로 위협하기, 자신을 아끼는 친구까지 데이트 앱으로 만난 남자에게 팔아넘기려 한다.

천운이었을까 주인공 이시는 성폭행을 당하기 직전 지나가던 커플에 의해 구조 되고 그 이후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세계에서의 삶을 되찾게 된다, 이시는 부모의 별거 속에서 사춘기를 겪으며 고뇌하는 평범한 14살 소녀였다. 그녀가 잠깐의 방황 속에서 친구들과도 부모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할 때 킴은 이시를 마치 자신의 영혼의 짝처럼 아끼는 듯 하면서 서서히 그녀를 망쳐갔다. 다행히 친한 친구들의 도움과 끝까지 그녀의 곁을 지켰던 부모들 덕분에 마지막 순간에는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그렇다고 단톡 방에 올라간 약에 취해 벗은 모습이나 가짜 계정을 만들어 그녀를 타락한 존재처럼 만들어버린 것들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누구나 소설의 주인공처럼 운이 좋은 건 아니기에 현실의 우리의 아이들은 누구나 저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N번방 사태에서 피해자 아이들은 그저 호기심 많고 방황하는 이시 같은 아이들이었을 뿐이다. 우리사회는 더군다나 더욱 예의범절을 강조하는 사회이기에 아이들은 부모에게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다 내줘야하는 공포스럽고 자기파괴적 시간을 감당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관심과 사랑으로 그들 곁을 지켜주고 믿어주고 어떤 것도 있는 그대로 받아 줄 수 있는 마음을 그들에게 알려주는 것 그 것 뿐이다. 그리고 어디에나 나쁜 사람은 있다는 것 나쁜 것은 절대 네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네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언제나 우리는 거기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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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바나바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68
테리 펜.에릭 펜.데빈 펜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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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욕심은 끝이 없네!"
다 읽기도 전에 아이가 한 말이다.
막상 말은 저리 해놓고 책 읽는 내내 이쁘다 귀엽다 하며 반려동물 캐릭터에서 연신 눈을 떼지못한다.
하하 얘 이름이 곰팡이래 왜지? 이렇게 귀여운데 색깔 좀 봐 핑크에 땡땡이야. 뭘 먹을까 똥도 핑크일까? 나 나무 늘보 넘 귀여운데, 얘는 끈적일거 같어. 신이나서 한참 조잘대다가 유리병에 갇혀 빨간 실패 딱지가 붙은 걸 보더니 바로 헐! 이건 아니지 라고 한다.
이 책은 인간의 이기적이고 비뚤어진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아름다운 색감과 귀여운 캐릭터, 흥미로운 스토리를 전개함으로써 아이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해 준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에서 우리들에게 많은 질문과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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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잇는 아이 바우솔 문고 5
예영희 지음, 정수씨 그림 / 바우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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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영어 조기교육 바람이 분건 꽤 오래된 일인데 아직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걸 읽으니 마음이 안 좋다. 가족들이 섬처럼 뿔뿔이 흩어지고 그게 영어 교육 때문이라니... 엄마가 아이의 모든 일을 자신이 결정하고 통제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게 받아들여지는 때는 언제쯤 올까. 바깥일로 바쁘다는 아빠는 어느새 돈을 벌어오는 일 말고는 목소리를 낼 수 없어지고 대화만 시작하면 서로 서운함만 앞세워 다투기 시작하는 모늡이 되었다. 아이는 자신 때문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불안하고 짜증스럽기만 하니 컴퓨터 게임 속으로 자꾸 도망치게 되고.
다행히 책에서는 도영이의 그림을 촉발제로 아빠의 마음이 돌아서고 가족간의 화해모드가 시작되었지만 이 노력이 계속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는 여전히 아이의 미래를 위해 어떤 희생도 하겠다는 잘못된 신념으로 단단하기 때문에.. 엄마가 원하는 방식대로 아이의 미래를 만들어 주려고 하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실수하고 넘어졌을때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부모의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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