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만하냐고 묻는 짓은 바보 같은 일일 거야 - 그림책 읽고 세상을 그리고 나를 쓰다
강정미 외 지음, 빵과그림책협동조합 기획 / 이매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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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반지하방에 모여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고 그림책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궁리했다는 말을 읽으며 나는 2016년도에 무엇을 하고 있었지? 하는 물음이 떠올랐다. 나도 지금은 그림책과 사랑에 빠져 있기 때문에 그때의 내가 그림책을 읽고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아이들은 어렸고 생활은 빡빡했고 누군가 살만하냐고 물었다면 왈칵 눈물부터 터져 나왔을 것이다. 나를 엄마로서 붙잡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고 있을 때였다. 고장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아 헤맸다. 한참을 돌아돌아 나를 받아 준 건 그림책이었다.
그림책은 내게 요구하는 것이 없다, 그저 내 목소리를 들어주고 나를 위로해 준다. 선행되는 공부나 준비 같은 것도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 만나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게 해 준다. <살만하냐고 묻는 일은 바보 같은 일일 거야> 이 그림책 에세이를 읽는 내내 내 마음이 그랬다. 함께 그림책을 읽고 모인 사람들이 쓴 글이라서 그러지 않았을까. 많은 에피소드가 실려 있지만 마치 한사람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듯 아니 내 얘기를 읽어 내려가듯 함께 울고 웃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했다.
책이 온 날부터 손에 들고 다니며 조금씩 조금씩 읽었는데 하루가 다 가기도 전에 다 읽어버렸다. 짧은 에피소드로 묶여 있기 때문에 어디서 펼쳐도 읽기가 좋았고 가볍고 한손에 들어오는 책이라 어디 들고 다녀도 부담이 없었다. 책을 읽다 안 사실인데 표지 디자인도 함께 글을 쓰신 분 중에 계셨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책 표지를 자세히 보니 왠지 더욱 애정이 느껴지고 이상하게 마음이 뿌듯했다. 프롤로그, 목차, 그리고 그림책의 한 줄과 소개 글까지 따뜻함과 삶의 향기로 가득 차 있다. 그림책을 어떻게 보면 좋은지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해설하고 다양한 시각을 알려주는 그림책 에세이도 좋지만 이렇게 내 마음을 움직인 그림책의 한 줄에 담긴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이제부터 에세이에 소개된 그림책들을 한권 한권 찾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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