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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들 ㅣ 창비세계문학 88
에밀 졸라 지음, 임희근 옮김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일반적인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본능 때문에 이 소설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소감이 나올 수 있으나, 이 소설은 너무나 사실적이다. 체면을 지켜야 하고 위신을 세워야 하는 파리의 부르주아들, 지금의 현실에서는 위선적인 특권 중산층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마르세유에서 빠리에 입성한 옥따브는 깜빠르동의 소개로 바브르 댁의 5층 하숙생으로 들어온다. 바브르가는 소문에 의하면 공증인 출신의 재력가로 건물의 2층에서 사위 뒤베리에 판사와 딸 끌로띨드와 함께 살고 있고 2층 나머지 방에는 그의 둘째 아들 떼오필과 발레리부인이 산다. 1층은 주단가게로 중2층에 사는 큰아들 오귀스뜨가 운영한다. 3층에는 지체 높은 작가가 살고, 4층에는 쥐죄르 부인과 깜삐르동이 아내 로즈, 딸 앙젤과 살고 있다. 5층에는 조스랑씨와 아내 엘레오노르, 딸 오르땅스와 베르뜨, 정신나간 아들 사뛰르냉이 살고 있고 맞은 편에는 쥘 삐숑과 마리 부인이 딸 릴리뜨와 살고 있다. 위 다락에는 하녀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젊잖고 격조 높은 부르주아들이라 생각하고, 본인들이 거주하는 바브르 씨의 건물은 채신있는 집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간통과 오욕으로 얼룩진 위선자 집단이다.
건축가 깜빠르동은 옥따브가 일하는 될 들뢰즈에두앵 합작회사 포목상점에서 일하는 아내의 사촌 가스빠린과 간통하는 사이이며, 로즈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체념하고 있다. 가스빠린은 로즈와 깜빠르동이 결혼하기 전 자신이 깜빠르동과 결혼을 꿈꾸었으나 로즈에게 깜빠르동을 빼앗긴 뒤 사이가 틀어졌으나 둘이 화해하면서 심지어 가스빠린이 깜빠르동 집에 들어와 살게된다.
바브르 씨 건물에 드나드는 트뤼블로라는 청년은 옥따브와 금방 친해져 친구가 된다. 어느 날 다락에 올라간 옥따브는 트뤼블로가 건물의 모든 하녀들과 잠자리를 즐기는 것을 알게된다. 그러면서 아래층 주인 집들의 하녀들의 거친 입담을 통해 집안의 속사정들이 다락방에서 퍼져나가는 것을 알게 된다.
회계원 조스랑씨는 하청작업을 맡아 아내와 딸들의 허영을 충족시켜주고, 하녀 아델에게 주는 밥마저 야박하게 아껴야 하는 형편이고, 조스랑 부인은 자신들의 밑천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딸과 아들의 혼사에 앞뒤 가리지 않는 속물이다. 자신의 딸 베르뜨를 바브르의 재산을 탐하며 오귀스뜨와 결혼을 시키려 오빠 나르시스 바슐라르에게 지참금을 구걸하지만 그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돈을 흥청망청 쓸 망정 조카들을 위해서는 20프랑도 내주기를 꺼려한다. 조스랑부인은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기를 쳐 지참금 5만 달러를 낸다는 거짓 공증을 받아 결혼을 시키고야 만다. 결혼식 날 떼오필은 수상한 편지를 발견하고 옥따브와 발레리의 관계를 의심하여 결혼식 내내 아내를 추궁하고 하객들의 시선을 끌다 결국 그 편지는 하녀에게 온 편지라고 사람들이 달래 종결짓지만 의심은 여전히 남는다. 그리고 결혼한 베르뜨는 엄마의 습성을 닮아 오귀스뜨의 재산의 자신의 허영을 채우기 위해 탕진하고 다녀 부부관계를 악화시킨다.
옥따브는 돈 많은 여자를 만나 출세하려는 욕망을 속에 품고 파리에 상경하여 발레리 부인에게 접근하다 퇴짜를 맞고 아쉬운대로 정숙한 마리를 책으로 꼬드겨 손쉬운 관계를 즐긴다. 그러다 마리를 임신시키지만 삐숑은 임신한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 믿고, 마리의 부모인 뷔욤 부부는 그저 아이를 둘이나 낳는 것에 대해서만 한탄한다. 옥따브는 그들에게 축하한다며 저녁을 한 번 대접하는 것으로 마리를 떨궈버리고는 발레리부인 이후 관심이 갔던 에두앵부인에게 접근하지만 그녀에게도 퇴짜를 맞고 자존심이 상해 포목상점을 그만두고 나온다. 자신의 충동적인 결정에 후회하지만 곧 바브르의 주단가게에서 일하자는 제의를 받는다.
끌로띨드와 옥따브가 함께 합창연습을 하는 중 갑자기 바브르가 졸도하는 위급상황이 벌어지자 끌로띨드는 뒤베리에를 급하게 찾는다. 뒤베리에는 지루한 예술적 감흥에 젖어사는 재미없는 끌로띨드 몰래 끌라리스라는 여자를 후원하며 바람을 피고 있었다. 그 날 뒤베리에는 바슐라르와 그의 조카 괼랭, 트뤼블로와 고급식당에서 회포를 풀고 같이 끌라리스의 집으로 가지만 끌라리스는 자신의 모든 짐을 들고 도망을 가버린 뒤였고, 옥따브는 끌라리스의 집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뒤베리에를 찾아내 바브르의 소식을 전해준다.
바브르는 결국 사망하고, 삼 남매는 그의 유서를 찾아내려 온 집안을 뒤지지만 발견하지 못하고 재산분배에 대해 고민하지만 바브르는 증권투기로 전 재산을 탕진한 뒤 건물에도 저당이 잡혀있는 것을 발견한다. 건물을 팔아 채무를 갚아야할 판에 놓인 세 남매에게 뒤베리에는 수작을 부려 건물을 절반 값에 낙찰을 받고, 두 아들은 분노하지만 그와중에 오귀스뜨가 뒤베리에에게 월세를 몇 년간 공제받는 약속을 받아낸 사실을 알고 떼오필과 오귀스뜨도 갈등을 겪게 된다.
베르뜨의 사치로 악화일로를 걷던 오귀스뜨는 옥따브에게 베르뜨와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대화를 요청하지만 이를 계기로 옥따브는 베르뜨를 겁탈하여 내연관계를 만든다. 베르뜨에게 선물 공세를 하며 유지하던 옥따브의 내연관계는 하녀 라셸에게 들키게 되고, 라셸이 집을 떠난 날 밤 라셸의 방에서 만나기로 했던 옥따브는 밤새 베르뜨를 기다리다 아델을 기다리는 트뤼블로를 마주쳐 뒤베리에와 아델의 불륜을 알게 된다. 옥따브를 바람맞힌 베르뜨는 새벽에 라셸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때까지 자신을 기다리던 옥따브를 마주치는데 둘은 창문을 통해 새벽에 뒤뜰에 나와 대화하는 하녀들을 통해 주인들의 지저분한 간통관계는 물론 자신들의 관계까지 하인들이 알고 욕하는 것을 듣는다. 충격에 빠진 베르뜨가 먼저 라셸의 방을 나오자 마자 하녀들을 통해 에두앵 씨가 사망한 것을 들은 옥따브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를 한다. 베르뜨를 레이스숄 선물로 자신의 방으로 유인한 옥따브는 결국 간통 현장을 오귀스뜨에게 발각되어 소동이 벌어지고, 한밤의 추태의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버린다.
떼오필은 오귀스뜨를 찾아가 위로하면서 상속 문제로 겪던 갈등을 풀지만 속으로 자신이 결혼식 때 벌였던 소동을 떠올리며 고소해한다. 오귀스뜨는 자신이 당한 모욕으로 복수심에 불타 옥따브와의 결투를 결심하고, 두 형제는 결투에 관해 뒤베리에 판사에게 조언을 구하기로 한다. 마침 뒤베리에는 트뤼블로가 찾아낸 끌라리스와 다시 살림을 차린 뒤였다. 바브르 형제는 뒤베리에를 찾기 위해 끌로띨드를 찾아가지만 딴 살림을 차린 뒤베리에 행방은 바슐라르에게 물어보라 한다. 끌라리스의 집을 찾아 바슐라르를 만나지만 바슐라르는 자신이 아끼던 숙녀 피피와 조카 꾈랭이 한 침대에 있는 것을 목격하고 난동을 피우는 중이었다. 끌라리스의 집을 묻는 두 형제에게 그녀의 집은 트뤼블로가 알 것이라며 셋이 같이 트뤼블로와 함께 끌라리스의 집으로 찾아간 그들은 끌라리스가 이번엔 가족들을 전부 대동하여 뒤베리에의 등골을 빨아먹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들은 결국 결투를 상의하기 위해 식당으로 가서는 세 시간이 넘게 다른 이야기만 하다 애초에 결투는 하지도 못할 깜냥이었던 오귀스뜨는 그들의 조언대로 결투보다는 협상으로 의견을 모은다.
조스랑댁으로 피신한 베르뜨는 조스랑 부인의 욕을 한바가지 먹고는 언니 오르땅스의 방에 근신하는 중 당브르빌 부인이 나타난다. 당브르빌 부인은 조스랑의 아들인 레옹이 자신의 조카딸과 결혼시켜 달라는 청언에 질투심을 느껴 레옹을 어느 과부와 결혼시키려 하다가 레옹으로 부터 버림을 받았다며 그를 찾으러 조스랑 댁을 방문한 것이었다. 조스랑 부인은 당브르빌 부인에게 레옹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면 그녀의 조카딸과 결혼시키라고 설득하였고, 당브르빌 부인은 자신의 집에서 레옹과 조카딸이 신혼 살림을 차린다는 조건으로 그들의 결혼을 승낙하기로 한다.
베르뜨의 추문을 듣지 못한 조스랑은 베르뜨의 방문을 의아해 하지만 베르뜨는 오귀스뜨가 지방으로 내려갔다고 둘러댄다. 하지만 오귀스뜨가 집으로 찾아오자 당황하며 가족들을 추궁하지만 지참금 문제를 다시 상기시키며 사위와의 다툼은 온갖 신변잡기와 인신공격으로 빠진다. 한편 옥따브는 다시 에두앵 부인을 찾아가 상점에 취직을 하고, 마음을 잡고 성실하게 사업에 열중하다가 상회가 승승장구하여 사업을 키우고 에두앵 부인의 청혼을 받는다. 뒤베리에는 법원에서 자신의 입지가 불안해 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의 건물에 대하여 파리에 퍼진 소문으로도 고통을 받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오귀스뜨에게 베르뜨와 화해하라며 종용한다. 오귀스뜨는 부인상회가 번창하는 중에 자신의 상점은 점점 망해가고 있었다. 조스랑 부인은 괼렝과 피피의 결혼식에는 5만 프랑의 지참금을 내준 바슐라르를 보채며 오귀스뜨의 조건대로 5만 프랑의 지참금을 들고 베르뜨를 다시 앉히려 하지만 바슐라르는 자신이 파산상태라는 것을 털어놓으며, 조스랑은 괴로워하다 병들어 결국 사망한다. 오귀스뜨는 고집을 부려 버티다 결국 자신의 처지에 외롭기도 하고, 하녀 라셸이 집주인 행세를 하는 둥, 동생 내외는 가게를 말아먹고 있는 둥 여러가지 지칠대로 지쳐 결국 베르뜨를 받아들인다. 뒤베리에는 끌라리스가 피아노 선생과 바람이 나고 다른 후원자를 만나 이별을 선고하자 괴로워하다 자살을 시도하지만 총알이 빗나가 턱뼈만 기형이 되고 만다. 트뤼블로는 조스랑의 장례식에서 쥐죄르 부인을 꾀려 시도하고 있었고, 마리는 셋째도 임신 중이었으며, 3층의 신사는 건물 내의 파렴치한 사건들을 소설로 써 흥행하지만 내용이 너무 불순하고 퇴폐적이라며 비난도 받는다.
다시 평안을 되찾은 건물에서 조스랑댁의 하녀 아델은 혼자 다락방에서 트뤼블로의 아이를 낳고 버리고 오고, 뒤베리에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조스랑 부인은 아델의 임신 사실을 숨기려 자신의 하녀의 정숙함을 자랑한다. 남자들은 다락방에 잠시 살다가 쫓겨난 구두꿰는 여자의 영아살해사건을 맡은 뒤베리에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도덕적 견해를 내놓으며 위선을 떤다.
"나는 내 할 바를 했어. 그리고 만일 다시 해야 한다 하더라도, 필요하면 다시 할 거야. 인생에서 소심한 자는 손해 보기 마련이지. 어디까지나 돈은 돈이라고. 돈이 없으면 가서 발 닦고 자는 수밖에없어. 난 수중에 20수가 있으면 40수가 있다고 늘 남들 앞에서 말해왔어. 바로 그것이 지혜거든. 남의 동정보단 부러움을 받는 게 나으니까. 배운 게 많으면 뭘 해, 차림새가 시원찮으면 남들이 무시하는걸. 옳은 일은 아니지만, 그런 걸 어떡해 난 옥양목 드레스를 걸치느니 차라리 더러운 속치마를 입겠어. 보통 땐 감자를 먹을망정저녁 초대를 했을 땐 통닭을 내놔야지. 내 말과 반대로 얘기하는인간들은 멍텅구리들이야!" - P56
어머니가 이야기하는 동안 마리는 멍한 눈길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수도원처럼 봉쇄된 작은 집, 뒤랑땡 거리, 그 집의 좁디좁은 방들, 창가에 팔꿈치를 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던 그곳이 눈앞에 떠올랐다. 너무 길게 끌었던 유년 시절, 이해할 길 없는 온갖금지 사항들, - P104
"어이구!" 이윽고 그가 중얼거렸다. "작가들은 과장이 심해요. 제대로 교육받은 계층에서는 불륜이란 아주 드문 일이거든요. 좋은 가문 출신의 여자는 마음이 고결하기 마련이죠." - P149
옥따브가 다가오자 그는 하인이었다가 이제는 남을 부리게 된 사람 특유의 노골적인 지배 심리와 거친 복수심을 드러내면서 빼루 할멈에 대한 얘기를 했다. - P156
그러나 문지기는 자기 권위가 무시되는 장면을 입주자인 옥따브가 보게 된 것이 몹시 화가나서, 자기가 어떻게 남을 복종시키는지 보여주겠다는 듯이 뻬루 할멈에게 분풀이를 했다. - P158
그래 이 집에선 참 깔끔한 일들만 생기더군. 겉 다르고속 다른 두엄 같은 것들만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데, 자기 건물에 여자를 들이지 말라고? 층층이 잘 차려입은 더러운 여자들이 문뒤에서 개처럼 살아가는 꼴은 참아주면서 말이지. 천한 것들, 더러운 졸부들! - P181
"난 남의 동정보다는 부러움을 받고 싶어요. 돈은 돈이죠. 난 수중에 20수가 있으면 언제나 40수가 있다고 말해왔다고요." 베르뜨는 결혼하자 조스랑 부인의 몸집을 닮아가고 있었다. - P351
자신이 세워놓은 계산이 엉망으로 뒤흔들리며 옥따브는 차츰베르뜨를 향해 젊은 피가 끓어오르는 욕망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예전에 세워둔 유혹의 계획, 즉 여자들을 수단으로 삼아 출세해보려는 의지에 따라 행동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베르뜨를 사장 부인으로만 보고 그녀를 차지하여 이 가게를 맘대로 쥐고흔들어보겠다는 생각만은 아니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빠리 여자, 마르세유에서는 한번도 걸려본 적이 없던 사치스럽고 맵시 있고예쁘장한 이 여자를 원하고 있던 것이다. - P365
것이 그녀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녀는 쌓이고 쌓인 허기같은 것을 지닌 채 시집왔고, 친정에서 궁하게 보낸 미혼 시절 신발을 사기 위해 버터도 없이 먹던 형편없는 고기, 단벌 드레스를스무번이나 뜯어고쳐 입어야 했던 괴로운 기억, 궁핍한 생활과 칙칙한 누추함을 대가로 치르며 버텨온 집이 꽤 잘산다는 거짓말, 이런 것들에 대한 보상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녀는 남편감을 낚으려고 무도회용 신발을 신고서 빠리의 진창을 누비고 다닌 지난 삼년간의 겨울, 빈속에 들척지근한 물만 잔뜩 마셔댄 죽도록 지겨운 파티들, 얼간이 청년들 곁에서 방긋방긋웃으며 다소곳하고 우아한 모습을 보여야 했던 고역, 다 알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을 때 남모르게 치밀어 오르던 부아, 비맞으며 마차도 안 타고 걸어서 돌아오던 일, 얼음장 같은 이부자리에 누우며 부르르 떨던 일, 어머니가 따귀를 때려 두 뺨이 계속 화끈거리던 일, 이런 일들에 대해 스스로 앙갚음하고 있는 중이었다. 스물두살의 나이에 그녀는 꼽추 여인이나 느낄 만한 굴욕감에 빠져, 저녁이면 자신에게 뭐 부족한 점이 없나 싶어 잠옷 차림의 자기 모습을 바라보며 절망하곤 했다. 그러다 마침내 한 남자를 붙든 것인데, 숨 가쁘게 쫓아다니던 산토끼를 우악스러운 주먹질 한방으로 죽여버리고 마는 사냥꾼처럼, 그녀는 오귀스뜨에게 냉혹한태도를 보이며 그를 패자 취급하고 있었다. - P372
봇물처럼 쏟아지는 이런 말들에서 드러나는 것은 돈에 대한 그녀의 존중과 맹렬한 욕구였다. 이처럼 돈을 섬기는 종교를 그녀는 단지 있는 척하기 위해 친정 식구들이 할 수밖에 없었던 비굴한 행동들을 보면서 절로 배운 것이었다. - P378
바로 그녀의 배가 부풀어 오르면서 이 건물에는 파렴치한 그 무엇이 가득 차고, 그로 인해 벽들조차도 영 편치 못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배가 불러갈수록 이 집 사람들의 도덕성에 일종의 혼란이 생겨났다고 했다. - P396
그는 미친 사람을 두려워했다. 미친 사람들하고는 사리를 따져 얘기할 수가 없으니까. - P458
그리고 그녀는 말을 계속했다. 그녀가 내뱉는 토막말들 속에서결혼에 얽힌 얘기들이 몽땅 다시 쏟아져 나왔다. 신랑감을 낚으러나섰던 지난 삼년 동안의 겨울, 떠미는 바람에 온갖 총각들 품에안겨본 일, 양갓집 응접실이라는 공인된 매춘 장소에서 이런 식으로 몸을 내맡겨봤지만 결국 허탕친 일들, 가져갈 재산이 없는 딸들에게 어머니들이 가르치는 얘기들, 점잖고 허가받은 매춘 강의, 춤추면서 몸을 갖다 대기, 무심한 듯 문 뒤에 두 손을 놓아두기, 숙맥 같은 남자들의 욕심을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는 순진무구함의추잡한 이면, 그리하여 어느날 저녁 매춘부가 남자 하나 낚듯이 낚아낸 남편, 커튼 뒤에서 욕망의 열기에 들떠 흥분한 채 덫에 걸려든 남편, 이런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 P518
판사는 법원에 나갈 때 처남을 데리고 센 강변의 둑을 따라 걸으며 축축이 눈물 젖은 음성으로 모욕을 용서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여자 없이는 지낼 수 없으니 유일하게 가능한 행복은 그저 여자를 참고 견디는 것이라는 침울하고 비겁한 철학으로 그를 세뇌했다. - P543
그는 여자들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인형처럼 교육받은 탓에 신세를 망치거나 멍청이가 돼버리는 여자들, 대물림한 신경증 때문에 감정과 정열이 변태적으로 꼬여버리는 여자들, 이 모두 욕망도기쁨도 없이 지저분하고 어리석게 전락해버리는 여자들이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남자 쪽, 그러니까 겉치레만 멀쩡한 위선으로 끝내 인생을 망쳐버리고 마는 호색가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급진파인 이 의사의 분노 속에 한 계층의몰락을 알리는 조종소리가 집요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것은 버팀목이 썩어 제풀에 우지끈 넘어가는 부르주아 계층의 와해와 붕괴를 알리는 종소리였다. 이어 그는 다시금 미개족들에 대해 이 소리 저 소리 했고, 만인의 보편적 행복을 예견했다. - P562
게다가 다른 남자들도 겉으로 드러나게 짐짓 역겨워하고 엄격하게 굴었다. 깡빠르동은 비행을 이해 못하겠다고 했고, 바슐라르영감은 아동보호를 주장하였다. 떼오필은 조사를 요구하였고, 레옹은 매춘행위를 국가와 관련지어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트뤼블로는 옥따브의 질문을 받고 뒤베리에의 새 내연녀에 대해얘기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주 괜찮은 여자인데, 나이는 좀 들었지만 엉뚱한 데가 있고, 판사가 애정을 정화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바로 그 이상에 맞는 마음 넓은 여자라고 했다. 한마디로 쓸데없이소동을 피우지 않고도 그를 이용하고 그의 친구들과 동침도 하면서 본처와도 탈 없이 지내게 해주는 바람직한 여자라는 것이었다. - P590
건물은 마치 품위 있는 잠에 빠져버린 듯 암흑 속에 엄숙히 잠겨들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고, 삶은 다시 전처럼 덤덤하고 어리석은 수준으로 돌아갔다. - P595
"그것들은 내 신발짝만큼도 속이 없다고. 서로 얼굴에 침을 뱉고 나선, 남들한테 깨끗하게 보이려고 그 침으로 서로 세수를 시켜준다니까." - P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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