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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 Niche - 왜 사람들은 더 이상 주류를 좋아하지 않는가
제임스 하킨 지음, 고동홍 옮김 / 더숲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GDP를 비롯한 모든 수치가 양호하다지만 실물경기는 여전히 바닥이다. 특히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사상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가파른 물가상승, 저임금구조의 사회구조, 엄청난 자영업자의 양산등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그야말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아무리 시장자유주의 경제라고해도 국민경제의 책임은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에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년간 우후죽순처럼 펼쳐진 대형마트의 동네상권입점은 정부의 역할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정치권에서 가장 흔하게 하는 말이 ‘서민경제’다. 무엇이 서민경제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지만 현 정권에서 내세웠던 기업프렌들리는 확실히 한국 중산층을 무너뜨렸다. 부의 쏠림에 대한 서민들의 자괴감과 박탈감은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잃게 만든다. 중산층의 두께에 따라 내수가 살아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경제정책이다. 독재정권시절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모 인사가 그래도 당시엔 중산층이 늘어났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을 들어보라. 참으로 어이가 없는 현실이다.
중산층의 몰락은 비단 사회구조뿐만이 아니라 경제정책에서도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혹 준비를 하지 않아서 피해를 보는 것일까? 과거 자영업자들은 프랜차이즈 중간관리자로 바뀌었다. 자신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를 시도할 수 있었으나 이젠 모든 상황이 감시를 받고 시스템에 통제된다. 동네상권의 몰락은 가속화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가 차지했던 가치 또한 우리의 선택이 아닌 타인의 선택에 의해 강요당할 것이다.
기업들은 과거 어느 시절보다 화려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무한경쟁체제에 놓인 그들의 입장을 국가적 차원에서 철저히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치’를 이러한 환경에 대한 마이너의 반란이라 생각하면 어떨까? 한때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거대기업들의 몰락은 그들이 선택했던 문어발식 확장에 종지부를 찍는 희대의 사건이었다. 누구도 갭의 몰락을 예측하지 않았고 울워스의 파산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든 것을 가지려다 결국 자신이 설 땅마저 잃어버렸다. 저자는 이를 ‘틈새의 진화’라고 명명한다. 이젠 소수의 선택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니치는 틈새를 의미한다. 대중화를 추구하던 중산층의 몰락이 현실화 된 시점에서 소비자의 변화가 빠르게 자신들만의 세계로 이동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거대기업이 추구해오던 치밀한 마케팅이 더 이상 효용성이 없음을 입증한다.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기업보다는 소수의 선택을 받는 것이 훨씬 효용성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스러운 것은 저자의 시대구분이 너무 뒤처진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구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이들은 이미 틈새시장까지 장악할 정도로 세력을 뻗치고 있음을 간과하는 까닭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이버 공간을 주목한다. 사이버 공간은 알라딘의 마술사 지니의 요술램프 같은 곳이다. 그들은 다양하고 다변화된 상품으로 가장 쉽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빠르게 대기업에 잠식당하는 분위기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엔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의 출연이 뜸하다. 영화제작자들은 과연 그들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실례로 저예산 영화들의 성공은 영화인들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그들이 이를 니치 버스터라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틈새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법은 아닐 것이다.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이 닭장에 갇힌 신세가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특이하고 진기한 것을 충족시키라 강조한다. 분명 과거 자영업 시대와는 구분되는 문구다. 니치는 ‘차별화’를 떠올린다. 결국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차별화만이 특별한 전략이다. 니치는 이를 세분화하고 특화시킨 또 다른 전략의 일부분이다.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마케팅을 헤지하기 위한 니치전략, 새롭게 떠오르는 경제, 문화의 아이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