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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자음과모음 인문경영 총서 2
베서니 맥린 & 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1000년 제국 로마가 무너진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이 급격하게 꼬리를 내린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근대사 이후 세계 정치, 경제를 이끌어오던 미국의 몰락징후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구촌에 엄청난 파동을 던지고 있다. 2011년, 위기의 진원지는 여전히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대항마라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EU마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사실상 해법이 전무한 상태에서 그나마 자산이 건전한 국가들은 조심스럽게 EU의 해체에 무게를 싣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의 침체가 그들의 바람대로 연착륙으로 끝나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위기의 진앙으로 변모할지 세계정세는 그야말로 안개정국이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를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의 시각은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해법 또한 서로 다르다.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랄 수 있는 파생상품에 대한 입장마저 다른 것을 보면 아직까지도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중적인 답변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아니 너무 두려워 접근조차 하지 못할 상황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세계경제를 이끄는 이들의 양심을 두렵게 만드는 것일까? 아마도 경제학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신이 믿던 가치체제를 무너뜨린다는 것은 학문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그늘에 가려 위기를 어쩌다 한번 일어나는 사건으로만 간주한다면 이들이 믿던 경제학은 심각한 자기기만이라는 오류에 빠질 것이다. 경제학은 실용적이고 효용적인 학문이기 전에 인간이 중심에 있다는 것을 쉽게 간과하고 있다.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제목만으로도 섬뜩한 베서니 그린과 조 노세라의 금융위기의 본질에 관한 내용을 다룬 책이다. 결과를 놓고 원인을 분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떤 원인을 찾느냐에 따라 새로운 결과가 나타난다. 두 저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MBS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이주민들에게 광활한 미국 땅에 집 한 채를 소유하게 되었다는 것은 땅의 주인임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꿈을 이루었다는 벅찬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서 생성된다. 모기지가 단순히 주택구입자만을 고려한 정책이었다면 전혀 문제될게 없었다. 하지만 명석하고 발 빠른 금융공학자들과 금융기관들은 가만히 앉아있는 모기지 채권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기지 채권을 묶고 해체하고 섞었다. 저금리 정책덕분에 주택경기는 호황이었고 채권은 불타나게 팔렸다. 누구도 최고의 등급을 인정하는 채권을 의심하지 않았다. 드디어 유동화된 채권은 자가 증식을 통해 거대한 거품을 만들게 된다.

위기의 본질이 스스로 증식하는 파생상품 때문일까? 위기가 절정에 달하자 상처 입은 대중들은 책임질 대상이 필요했다. 소위 말하는 힘없고 재수 없는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야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본질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수의 탐욕이 거대함 미국을 무너뜨린 것일까? 물론 가능한 일이지만 미국경제가 그렇게 나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린 왜 위기의 본질에 대해 함구하고 있을까? 스스로의 탐욕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그동안 믿었던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것일까? 진정한 문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인지능력이 상실되었다는 점이다. 이익은 면죄부를 얻기 위한 티켓과도 같다. 이익만 있으면 모든 상황마저 덮어버릴 수 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위기의 본질에 대한 공감이 형성된 것도 아니다.

앞만 보고 달리면 옆을 보기 어렵다. 내 주위에 누가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사고를 피할 수 있다. 미국의 침체를 과거 로마와 비견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절대적인 권한은 자신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알 리 없듯이 소비대국이라 일컬었던 미국이 빈국의 마음을 알 리 없을 것이다. 어떤 경제학자의 위기론이 대세이든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위기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학은 저자의 말대로 경제사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한 번의 위기로 국가의 존망이 흔들거릴 정도라면 분명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경제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들이 추종하는 바는 결국 인간을 위한 학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밥그릇을 엎어놓아야 새로운 생각이 가능하다. 미국 위기를 본질적으로 탐미할 수 있는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스토리는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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