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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혁명 - 신화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학으로
데이비드 오렐 지음, 김원기 옮김, 우석훈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아랍의 봄'에 응답하는 '미국의 가을'이 만들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자본주의에 반발하는 미국 청년들의 반발시위가 전국적 규모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프린스턴 대 코넬 웨스트교수가 미 독립 뉴스방송 '데모크라시 나우'와 인터뷰에서 논평한 대목이다. 시위대는 특정 세대를 가리지 않고 모이고 있으며 이들은 뚜렷한 목표를 두고 있기보다는 1%의 탐욕과 부패에 대한 99%의 저항이라는 구호를 중심으로 월가에 강력한 반발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미 700여명이 연행되어 또 다른 불씨를 잉태할 수도 있는 금번의 사태를 보면서 누구보다 미국정부의 입장이 그리 편치마는 않을 것 같다.

아메리칸 드림이 빠르게 추락하는 것인가? 젊은 세대들은 그들의 부모세대가 진 빛으로 인해 어깨도 펴보지 못한 채 부채의 올가미에 빠져들 것인가? 분명 누군가 잘못은 한 것 같은데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상황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유럽의 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간의 달콤한 알맹이는 쏙쏙 빼먹고 이제 와서 EU의 근간을 이야기하는 선진국들의 자화상은 위기의 본질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에 집착하는 모습이 더욱 미덥지 못하다. 결국 이들이 잉태한 불씨는 그들과 연관된 모든 국가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서구경제학의 효용성이 인류에게 어떠한 가치도 전달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경제학은 분명 인간을 위한 학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경제학이 인류에게 어떠한 진전을 전해주었는가는 분명하지 않다, 오히려 과도한 미래예측이 심리적 불안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단기상황에 치우친 기술적 분석이 과도한 투기에 집착한다면 최소한 기본적 분석이라도 어느 정도는 맞아야 할 것인데 거시경제학 역시 더욱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어느 누구도 경제학이 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을 성 싶다. 월가에 도전장을 던진 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외치는 주장은 자본주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다. 무엇이 인류를 위한 것인가? 극한 부의 편중이 가져다준 금융공화국의 실체는 이젠 불안정하다 못해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도 위기의 실체에 대해선 함구한다. 문제는 뒤로 밀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버린 경제의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데이비드 오렐의 경제학 혁명은 경제학의 반성으로부터 시작한다. 주류경제학이 신화처럼 떠받들고 있는 10가지의 가설의 오류를 낱낱이 파헤치고 위기의 경제학 속에 갇힌 변화를 주목해야한다고 말한다. 경제학의 최고명제는 ‘기다리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란 긍정적인 낙관론이다. 하지만 그들이 예측하지 못한 0.1%의 괴물이 탄생한 순간 모든 것이 위기로 돌변하고 말았다.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과거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보이고 있다. 이제 기다리면 파산이 선고될 뿐이다.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불공정한 배분에 있을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의 맥락과도 의미를 같이하는데 누구나 평등한 조건하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결국 불안정란 구조는 경제의 태생적 모순이라는 결론이다. 또한 경제의 효용성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원유나 자원에 대한 경제예측은 거의 대부분은 산유국이나 지정학적 위치에 따라 금융시장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어왔다. 아마도 경제를 설명하는데 ‘성장’이라는 문구만큼 대중들은 현혹하는 문구도 없을 것이다. 이미 GDP를 기준으로 하는 경제학 모델에 대한 비판이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면 경제성장에 대한 인류의 대칭점을 논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경제성장에 대한 환상은 성장에 대한 환상과 동일시 되어왔다.

역사는 무척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금은보화 황금이 가득한 시대가 영원한 적도 없었고 지속적인 성장으로 한세대를 이룬 도시국가들도 결국 시계의 흐름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화폐에 관한 의미 있는 논의는 최근의 금융공화국을 바라보는 적절한 판단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과 비기득권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경제학은 어찌되었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판단만으로 경제학이 던져주는 메시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경제학은 새로운 시험대위에 올라서있다. 비포 더 레인, 비 오기 전에 준비해야한다. 그런데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 답을 알고 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까닭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부정해야하는 위험(?)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위기 속에 살아남는 경제학의 원칙을 과감히 다룬 경제학 혁명, 저자의 말대로 대홍수가 오기 전에 방주를 준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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