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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 -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수학천재들 이야기
스캇 패터슨 지음, 구본혁 옮김 / 다산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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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믿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욕망이 믿음을 지탱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고대 역사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으며 최근의 경제위기를 통해서도 그 전모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신탁은 불확실한 미래를 통제하기 위한 인간의 소망을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자료다. 당시 사제나 지도자의 입을 통해 나온 신탁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특별한 상징이었다. 하지만 법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신탁의 효용성을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1세기, 신탁의 효율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곳이 경제 분야다. 경제는 이미 인간의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과거의 신탁과 마찬가지로 미래를 예측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믿음을 대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대중하고는 전혀 거리가 먼 ‘퀀츠’들이란 새로운 사제가 떠오르고 있다.

‘퀀츠’들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사람들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은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의 시작이다. 흔히 주식을 게임으로 치부하는 이들이 많다. 기업의 가치에 투자한다는 주식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교과서적인 풀이일 뿐이다. 이미 시장은 투기판 혹은 투전판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은 개미라 불리는 개인들의 위치다. 그들 역시 주식이 게임이란 논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게임의 특성에 대해선 거의 관심을 주지 않는다. 게임의 승자는 항상 게임을 만든 이들이고 끝없이 판돈을 키우는 이들이다. 게임시장에서 양보와 대화는 자신의 자본을 내놓는 결과를 만들 뿐이다. 이와 같은 해석은 비단 주식뿐만이 아니라 대규모의 자본이 이동하는 곳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다. 퀀츠들이 주목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게임이론을 만들 수 있고 얼마든지 판돈을 키울 수 있는 곳, 1990년대 월가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헤지펀드들은 퀀츠들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퀀츠들의 세상을 알아야만 하는 것일까? 수천억 달러의 연봉과 자가용비행기를 몰고 다니며 세계 곳곳의 투자처를 파악하러 다니는 그들에겐 실패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들에게 금융시장은 끝없는 자금이 창출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다. 게임이론을 만들고 고도의 수학계산과 통계기법을 통해 수익모델을 만들었지만 인간의 광기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들 역시 피해자였지만 광기의 모델이 된 중심인물들이기도 했다. 본 책 퀀츠는 시장이론에 관한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시장은 합리적이란 경제학의 절대적 명제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시장 자본주의의 맥락 역시 마찬가지다. 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간, 결국 광기어린 인간의 치기는 불특정 다수에게 너무 많은 피해를 끼치고 있다.

왜 우린 시장을 이기려는 것일까? 맹목적인 성장에 대한 환상은 인간의 삶에 풍요로움을 주었지만 동시에 불안과 걱정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심어주었다. 그런데 만약 혼돈 속에서 규칙을 찾아낼 수 있다면 성장은 당연한 이치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를 이해하는데 무척 어려운 시기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인류는 새로운 시험대위에 서있다. 예측불변의 위기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믿었던 수학적 계산의 오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편견이 획일적이고 직선적인 자본주의의 허상을 말하는 것 같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고통스러운 돈 보다는 소소한 일상이 더욱 큰 만족을 준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위기는 예측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엄청난 부와 권력을 지닌 퀀츠들의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고대 로마의 치기어린 황제들을 바라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로마 황제들의 결과는 멸망이었다. 혹, 로마와 같은 위대한 문화라도 남겨놓는다면 후대에 인정이나 받으려나, 하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익뿐이란 걸,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브프라임 위기의 전조 퀀츠, 이젠 돈에도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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