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문장론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옮김 / 지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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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쇼펜하우어 문장론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사색:깊이 생각하기
글쓰기와 문제:자신의 사색을 녹여서 쓰기
독서:생각하며 읽기

자신만의 고유한 사상을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손에 넣는 방법은 독서다. 천성이 게으르고 어리석은 일반인이라도 꾸준한 독서를 통해 일정한 학문적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렇게 얻어진 길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독서는 어디까지나 타인이 행한 사색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학자란 타인이 남긴 책을 모조리 읽어버리는 소비자이며, 사상가란 인류를 계몽하고 새로운 진보를 확신하는 생산자라고 표현할 수 있다.
쇼펜하우어 문장론 p.14

쇼펜하우어는 독서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이다. 우리가 흔히 읽게 되는 대부분의 책에서는 독서를 권장한다. 많은 책을 읽는 것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에서는 독서와 사색을 별개의 영역으로 구분하는 것 같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그 책은 책의 저자가 사색한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색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쇼펜하우어의 논리에 따르면 그렇게 책을 많이 읽을 경우 우리의 머리는 그 책들의 저자의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고 우리의 생각은 없는 것이다.

독서란 자신의 머리가 아닌 타인의 머리로 생각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오랫동안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사상이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완벽한 체계라고는 할 수 없어도 항상 스스로 정리된 사상을 잉태하고자 노력하는 사색에 이보다 더 해로운 활동은 없다.

왜냐하면 타인의 사상은 나와 다른 지성과 의지에서 생성된 까닭에 체계가 다르고 색채가 다르기 때문이다.
문장론 p.20

정신을 위한 청량제로서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고전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경험은 없다. 예를 들어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고전의 대가들이 남긴 작품을 읽는다면 얼마 안 가 정신의 진보를 느끼게 될 것이다. 반 시간이나마 그들이 남긴 예술을 접하게 되면 인생은 풍요로워지며, 생활에 지친 감정도 날카롭게 일어선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에는 우리가 책을 읽을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다잡아 볼 수 있고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고민해 볼 수 있다. 글을 쓸 때에는 어떻게 써야 할지 글을 쓰는 방법과 저자와 독자의 태도도 성찰해 볼 수 있다. 글쓰기 책 추천으로 상당히 냉철한 시선을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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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톤 정암고전총서 플라톤 전집
플라톤 지음, 이기백 옮김 / 아카넷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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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이 쓴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와 크리톤의 감옥에서의 대화이다. 크리톤은 이른 새벽 소크라테스가 갇혀 있는 감옥으로 간다. 사형을 코앞에 둔 소크라테스는 너무나 평온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다. 플라톤의 <크리톤>에는 등장인물이 두 명뿐이다.
소크라테스와 크리톤.

​다시, 감옥 안으로.
내일은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당하는 날이라서 크리톤은 탈옥을 설득하려고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시도한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크리톤은 벌금을 대신 내준다고 소크라테스를 설득하지만 소크라테스는 탈옥을 할 생각이 없다.

나와 자네를 확실히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은 내가 돈을 쓰고자 했다면 자네를 구할 수 있었는데도 내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판단할 것이네. 그런데 친구보다 돈을 더 중시한다고 생각되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평판이 있을 수 있겠는가?
크리톤 p.24

크리톤이 탈출을 설득하는 이유와 소크라테스가 남아있으려는 주장 사이에는 첨예한 대립이 있다. 크리톤은 남의 평판을 중시하며 개인적인 입장을 강조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국가의 일원으로서 다수의 입장에서 탈옥을 거부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자네가 하려는 일, 즉 자신을 구할 수 있는데도 자신을 포기하는 일은 정의롭지도 못하네. 게다가 내가 생각하기에 자네는 자신의 아들들도 버리는 것이네. 자네는 그들을 양육하고 교육할 수 있는데도 그들을 남겨 두고 떠나 버릴 것이고, 그들은 자네가 관여할 수도 있었을 일들에서 되는 대로 살아갈 것이네. 자식들을 낳질 말거나, 아니면 그들을 양육하고 교육하며 그들과 함께 끝까지 고난을 견뎌 내야 하네.
크리톤 p.26,27

소크라테스는 끝까지 탈옥을 거부한다. 자신이 아테네에서 태어나 아테네의 법이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일찍이 아테네를 떠났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나라에 살면서 아이를 낳고 양육하며 70년을 살아왔다. 충분히 법이 잘 정비되고 훌륭한 나라가 주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갈 수 있는데도 가지 않았다.

사형선고를 받고 법이 잘못됐다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탈옥을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게 소크라테스의 생각이다. 그리하여 크리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형선고를 받아들이고 기다리게 된다.

비록 얇디얇은 책이지만 무수히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반복해서 곱씹어 읽고 법과 정의에 대해서 오늘 하루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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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방구석, 엄마의 새벽4시 - 나는 오늘도 책상으로 출근한다
지에스더 지음 / 책장속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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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30분 기상을 악착같이 지켜오다가 아이들의 방학과 함께 무너졌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너무 허탈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날 방도는 없었다. 이미 새벽 4시 30분이라는 미라클 모닝을 맛본 후였기 때문에 자괴감은 더 크게 느껴졌다. 그 찰나, 지에스더 작가의 남다른 방구석, 엄마의 새벽 4시를 만나게 되었다. 새로운 미라클 모닝이 시작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책을 펼쳤다.

끌리는 게 있다면 작게라도 시작해야 한다.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하나씩 해보는 시간이 더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p.44

작가 지에스더는 새벽 4시, 미라클 모닝을 필사로 시작했다. 완독은 꿈꾸기조차 어려운 <토지> <혼불><태백산맥>을 필사하면서 완독을 했다. 이 장편소설들을 완독하는 것만도 정말 감탄사가 나오는데, 필사하면서 완독이라니!

꾸준한 새벽 필사는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준다. 단시간에 완독이 어려운 장편소설과 인문 고전을 필사하면서 인내심도 키울 수 있고 필력도 키웠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인내심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양육에도 도움이 된다. 나의 감정에 쉽사리 휘둘리지 않아 아이들에게 쉽게 화를 내지 않게 된다.

책을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많이 읽고 싶다는 욕심으로 남들 눈에 보기 좋은 독서를 해왔다. 죽은 지식을 쌓는 일에만 집중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내 안에 진정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p.118

나도 많이 읽고 싶다는 욕심에 죽은 지식만을 쌓아 왔다. 죽은 것은 결국 부패하기 마련이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동안 읽은 수천 권의 책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강제로라도 서평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생애 최초로 서평단에 당첨되었을 때, 너무너무 신기하고 흥분되었다.

작가 지에스더도 나와 똑같은 경험으로 흥분했다니 그 기분이 다시 느껴진다. 나의 독서는 서평을 쓰기 전과 서평을 쓰기 후로 나누어진다. 이제는 나에게 서평을 쓰지 않은 책은 읽지 않은 책이나 다름없다. 너무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할 뿐이다.

저자는 행동하고 바로 실천에 옮기면서 2년간 이미 3권의 책을 출판하고 지금은 도서관 인기 강사이다. 나의 롤 모델로 삶고 싶은 분이다. 책의 제일 마지막 장에는 참고도서가 나와 있는데, 참고도서 목록이 마치 보석과 같다. 굉장한 가치를 득템한 기분이다.
육아로 전투 중인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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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 - 나를 응원하는 작은 목소리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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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 작가의 <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로 술술 읽힌다. 마음먹고 읽으면 한두 시간 만에 다 읽어내려갈 수 있다. 그만큼 가독성이 좋다.

?<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갔고 나의 상황이 이해되면서 삶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에피소드들이 우리 주위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들이며 그래서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 번 더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며 나의 삶을 위로받을 수 있다.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들로 힘든 일을 겪더라도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방향을 바꾸어준다. 같은 사건이 누구에게는 부정적인 일이 되고 또 누구에게는 긍정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부정적인 일들로 힘들 수도 있지만 그 일들이 오히려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비밀이 될지도 모른다고 작가 후이는 우리를 위로하고 힘을 준다.

소희는 두 번 결혼했다. 첫 번째 결혼은 아직 새파랗게 젊을 때,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였다. 첫 남편과는 너무나 닮았다.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음식, 영화 등 모든 것이 닮았다. 둘이 평생 함께 사는 한, 새로운 경험은 없어 보인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까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그 예측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다.

생일날 무슨 선물을 하게 될지까지도 확실하다. 기대를 할 수도, 할 필요도 없다. 그 순간 소희는 이혼을 결심한다. 심지어 두 사람이 이혼을 할 때도 같은 생각이다. 그러니 슬픈 감정마저 생기지 않는다. 둘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였기에.

어렸을 때 엄마가 내게 늘 하던 말이 있어. 너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해라.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지금은 그 말을 절절히 실감하는 중이야. 나랑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났어야 해. 그래야 서로 채워 줄 수도 있고, 사는 재미도 있지.
p.19

결혼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줄 수 있으려면 두 사람 모두 상당한 수준의 성숙함과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둘 다 긍정적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즉, 다른 부분은 전부 다르더라도 에너지의 방향만큼은 같아야 한다.

긍정적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부정적 에너지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부정적 에너지가 보완되는 게 아니라 긍정적 에너지가 사라져 버린다.

잘 웃는다고 해서 반드시 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없기에 일부러 더 크게 웃으며 두 발에 힘을 주고 굳게 설 뿐이다.

웃을 줄 아는 사람들은 무력하게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다. 인생의 시험 앞에서 눈물 흘리며 자기 연민에 빠지기보다는 이를 악물고 웃으며 자신을 위해 더 나은 길을 찾는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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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투쟁기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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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과 내용 구성, 사진, 그림 등에 한번 놀라고, 출판을 수 십 년 하셔서인지 지식의 양과 깊이가 어마어마한데 두 번 놀랐다. 출판업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날카로운 비판도 서슴지 않으신다.

특히 세계문학은 예나 이제나 중복 출판의 핵심 레퍼토리들이어서 세계 문학작품과 국내 문학작품이 대다수인 <삼중당 문고>의 존재 의의는 말 그대로 출판의 대중화 외에는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p.48

사실 1,000쪽이 넘는 책을 사서 읽으려면 꽤나 다부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무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런 책을 펼치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니 말이다. 반대로 그런 책이라면 일단 눈길을 주는 독자들도 적지 않은데, 그런 분들의 내심을 대변한다면 이런 심경이리라. '분명 이 정도 두꺼운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했다면 출판사 입장에서 책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가치가 없는데도 이렇게도 두꺼운 책을 출간했다면 아무도 읽지 않을 테고, 그것은 곧 망하는 지름길일 테니까.'
p.122

벽돌 책을 반드시 다 읽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출판하는 출판사도 있을 것이고 특히 라틴어 번역서 같은 경우는 수요도 적을 테고 번역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서는 다들 벽돌 책이지만 나는 사서 모으는 중이다. 숲 출판사에서 출판하는 데 책을 보면 연세도 있으신데 얼마나 힘이 드실까 싶다. 읽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숲 출판사에서 그래도 좋은 품질로 출판해 주어서 감개무량하다.
평소에 내가 갖고 있던 것과 같은 생각을 글로 표현해 주셔서 감사했다. 그래, 나의 생각이 얼추 맞구나. 그럼 앞으로도 계속 나는 나의 생각대로 구매를 하면 되는 거다. 독자 한 명이 아무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내 나름의 책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표시이다.

서양에서는 이런 책을 이 시대에 이렇게 많이 읽었어요. 게다가 책의 수준을 보십시오. 결국 지금 우리가 경제적으로 세계 몇 대 강국이라고 떠벌린다고 해도 그건 말 그대로 경제적인 부문에 국한된 것일 수 있습니다. 저들이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울지 모르지만 근대 문명의 전통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앞서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 그들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이제 우리 지갑도 웬만큼 두툼해졌으니 문명의 두께를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 그대로 벼락부자일 뿐 지성과 풍경, 철학과 사고 면에서 지성인이라고 자부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청소년들의 인성이 문제야. 그러니 인성교육을 시작하자고." 하는 따위 개그는 이제 그만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p.184

고전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덜어주는 말씀이 고맙다.
고전은 꼭 읽어보는 게 좋다는 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인데 나도 전부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좋았다. 내가 읽은 두꺼운 고전 속에서 나에게 와닿는 한 구절이 있다면 고마운 일이고 읽고 나서 가슴속 한구석에 변화가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그런 감정 변화가 다시 찾아올 때면 다시 꺼내 읽고 그러면 이전에 닿지 못했던 곳에 살짝 발은 담갔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고전을 번역해 주심에 감사하고 감히 읽을 수 있다는데 감사하다. 모르고 살게 되는 것보다 어설프게나마 알아가면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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