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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이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독서의 기쁨만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독서의 기쁨>은 책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아쉬워하는 빠진 내용을 제외하고 책과 독서에 대한 거의 모든 주제를 담고 있다.
책장 정리, 출판사, 출판 시장의 구조, 출판 시장에서 종사하는 사람 등에 대한 빠진 내용까지 더하면 정말 책과 독서에 대한 A에서 Z까지 모든 내용을 총망라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곧 책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보후밀 흐라발처럼.
독서 중독이라면 누구나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될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읽다만 책을 표시하는 책갈피, 고유의 책 냄새, 표지만으로 구매한 책, 종이의 질감, 외출할 때 어느 책을 가방에 넣어갈지 고민하는 시간, 책띠지를 책갈피로 끼워 사용하는 것 등.
그렇다. 이 책은 '책'이라는 물성부터 다루고 있다. 우리가 손에 쥐게 되는 그 '책' 말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책' 과 관련된 수많은 책들이 독서법, 독서로 변한 인생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면 <독서의 기쁨>은 '책'부터 시작한다.
정말 책을 나와 동일시하지 않고는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을 활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졌다고 믿고 있다. 그만큼 방대한 독서로 무장한 것이다.
나는 인간이 신의 시선을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p.55
저자는 말한다. 책을 많이 읽었을 때 삶이 바뀐다는 것은 인생에서 지속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사유 능력과 공감 능력을 증대시키고 질적으로 훌륭한 차원의 쾌감을 주는 취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p.65
그들은 막연히 책을 많이 읽으면 자신의 삶이 바뀔 거라고 믿는다. '천 권을 읽으면 삶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라는 달콤한 속삭임은 독서법 마케팅의 주요 수단이다.
p.64
이 한마디에 가슴 깊이 위안을 받는 것은 나뿐인가? 저자만큼 다양하고 방대한 독서를 한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책을 읽어왔고 당연히 천 권이상을 읽었다. 그렇다고 내 삶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은 아니다.
책을 읽고 나의 자아가 단단해지고 누구에게도 받지 못한 위로와 힐링을 받았다. 앞으로도 강한 멘탈을 가지고 끝까지 버텨나갈 자신도 있다. 그런데 책을 읽고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람들의 책을 읽게 되면 나 자신이 자꾸만 위축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내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저자의 이 한마디가 나에게는 너무나 큰 위로가 되었다. 그렇다면 독서는 계속하는 걸로. 그만 읽으라고 해서 멈출 것도 아니지만 나는 계속 읽고 계속 써 나갈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북튜브 채널의 가장 큰 역할은 독서 욕구에 대한 지속적인 자극이다. 독서는 원래 진입장벽이 높은 취미다. 사람들은 계속 책을 읽을 것이고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한다.
p.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