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노래
레스 벨레츠키 지음, 데이비드 너니 외 그림, 최희빈 옮김 / 영림카디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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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런 책을 구매하게 된 것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책에는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새 200종을 담았다. 각 페이지에 나와있는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바로 해당 페이지의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QR코드를 찍으면 위의 화면이 바로 뜬다. 새의 이름과 함께 플레이만 누르면 바로 그 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새소리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는데 전 세계 각지의 아름다운 새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귀도 호강하고 눈도 호강하는 일석이조다. 새의 그림은 사진이 아니다. 실력이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가 자연 그대로의 색감으로 아름다운 새의 모습을 그렸다.

​코넬대학교 조류연구소가 녹음한 야생의 새소리
책 뒷날개

책 속에 담긴 QR코드로 접속해 들을 수 있는 새소리들은 코넬대학교 부속 조류연구소에서 제공했다. 이 연구소는 지구의 생물 다양성을 설명하고 보존하려는 사명감을 가진 비영리 기관이다.
새를 연구하고 관련 교육을 하며, 아마추어 과학자들도 새를 연구할 수 있게 지원한다. 연구소 안에 있는 매콜리 도서관은 자연의 소리를 녹음한 음원을 보유한 기관으로 연구, 교육, 보존, 서식지 평가, 미디어 운영을 비롯해 관련 상품도 판매한다.
이곳은 전 세계 새의 67%에 해당하는 새소리를 포함한 야생의 소리를 16만 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 도서관이 개관한 이래 80년 동안 수집한 소리다.
곤충, 물고기, 개구리와 포유동물을 녹음한 소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 많은 새소리를 듣고, 극적인 영상을 보고 싶다면 매콜리 도서관 웹 사이트를 방문하면 된다.

붉은부리케찰
p.79

비단날개새류로 알려진 케찰은 몸집이 다부진 중간 크기 새로, 외모가 가장 아름답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케찰중에서도 중앙아메리카에 사는 꽁지가 긴 종류인 눈부신케찰을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화려한 새로 꼽는다.
이 새와 비교하면 붉은부리케찰은 꽁지가 조금 짧지만, 깃털은 비슷하게 붉은색과 고운 비취색 녹색을 띠며 눈부신케찰 다음으로 손에 꼽는 새다. 아마존 강 유역의 거의 전 지역에 살며, 보통 숲에서 습하고 낮은 지대의 안쪽에 머물고 주로 열매와 곤충을 먹는 듯하다.

붉은부리케찰은 다섯 가지 음이 연달아 나는 '이유 유우-유우-유우-유우' 하는 소리를 가장 자주 낸다. 갑자기 '초크!' 하는 커다란 휘파람 소리를 낸 뒤에 '히이이이오' 하며 음을 점점 떨어뜨리는 소리도 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집에서 조용히 새 소리를 듣고 있으니 그야말로 힐링이 된다. 밖은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으나 집에서 새소리를 듣고 있으니 추운 겨울을 그나마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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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 GRIT (골드 에디션)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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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업적을 달성한 사람들은 끈기가 남달랐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 재능을 발휘하기까지 끈기가 없다면 결국은 평범한 삶을 살게 된다. 재능이 부족하더라도 끈기를 갖고 자신의 잠재력을 끄집어낼 수 있다면 그게 곧 재능이 될 수도 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였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그릿이 있었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의 결과물만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와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즉, 그들은 우리와 남다른 두뇌를 갖고 있는 천재라서 성공을 한 것으로 판단한다.
물론, 그들이 우리와 다른 재능을 타고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재능만을 믿고 끈기가 없었다면 과연 그들이 성공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의 저자만 해도 <그릿>이라는 연구를 10년 이상해온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어떤 일을 숙달해서 최고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법칙을 투자해야 한다든지,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1만 시간의 법칙 >, <10년의 법칙>, <탤런트 코드> 등. 이 모든 것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 그릿과 일맥상통한 의미가 될 것이다.

나도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하루 이틀만 가르쳐도 이 학생이 잘하겠다, 못하겠다는 추측이 거의 들어맞다. 유독 머리가 좋은 학생이 있다. 이해력도 빠르고 단기간에 성적이 올라간다. 그런데 그런 학생일수록 끈기가 없다. 잠시 공부해도 성적이 나오니 꾸준히 공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끈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내가 봐도 머리가 좋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 그 친구들은 유독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한다. 외우고 또 외운다. 만족할 만한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고3 끝까지 붙들고 있다. 이런 학생들이 쉽게 공부를 놓지 않고 끈기를 갖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 보니 제일 안타까운 경우는 머리가 비상한데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지 않는 경우다. 끈기를 갖고 하면 자신의 재능을 백분 발휘할 수 있을 텐데 타고난 지능이 아깝다. 그럴 경우 그 지능이 오히려 그 학생에게는 해가 될 뿐이다. 노력이 없기 때문이다.

니체가 생각하는 '재능'이란?
p.67

"모든 완전한 것에 대해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묻지 않는다."
"우리는 마치 그것이 마법에 의해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현재의 사실만을 즐긴다."
"아무도 예술가의 작품 속에서 그것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지 못한다."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 숭배를 조장한다."
"왜냐하면 천재를 마법적인 존재로 생각한다면 우리 자신과 비교하고 우리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신적인 존재로 부르면 우리는 그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내 안에서 그릿을 기르는 법>
우선 관심사를 분명히 한다. 내가 흥미가 없는 일에 열정과 끈기를 불어넣는다는 것은 힘들다. 그리고 의식적인 연습을 해야 한다.

연재만화 <피너츠>를 1만 8000편 가까이 그렸던 만화가 찰스 슐츠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샤워와 면도를 하고 자녀들과 아침식사를 했다. 그런 다음 학교에 데려다주고는 작업실로 가서 아이들이 하교할 때까지 햄 샌드위치와 우유로 점심을 때우며 일했다.
p.191

힘들어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자세가 중요하다. 실패하더라도 거기서 멈추지 말고 다시 끈기 있게 도전해야 한다. 그릿이 높은 사람일수록 건강한 정서적 삶을 즐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행복감을 어떤 식으로 측정하든 그릿 점수가 최고점일 때까지도 그릿과 행복감 간에는 비례 관계가 성립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그릿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될수록 그릿이 커진다고 한다. 어릴 때 훈련된 그릿은 성인이 될수록 자신을 성장시켜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성공에 가까워질 수도 있고 그릿이 커갈수록 행복감도 커진다.

끈기가 부족해서 걱정인 사람들이나 쉽게 포기하는 아이 때문에 고민이 있다면 <그릿>을 추천드린다. 의식적인 연습과 노력으로 그릿을 키울 수 있다. 그릿이 커갈수록 우리는 타고나지 못한 재능을 이기게 된다. 그와 더불어 행복은 보너스다.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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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중력 - 생의 1/4 승강장에 도착한 어린 어른을 위한 심리학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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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설명도 없이, 세상은 내게 어른이 되라고 말했다
책 앞날개

주로 20~30대와 만나온 심리학자이자 상담가인 저자는, 그들의 고민을 마주하면서 어떤 공통점을 발견한다. 졸업, 취직, 결혼 등
사회가 원하는 어딘가에 다다랐지만, 그다음의 방향을 완전히 잃고 방황하면서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

모두 한 방향으로만 달리던 정규교육 이후, 마치 낯선 세상에 홀로 방출된 듯한 시기. 어른이라는 무게가 거대한 우주처럼 막연하게 눈앞을 가로막는 시기.
어린 시절 품었던 무한한 가능성은 현실과 함께 볼품 없어지는 걸 인정해야 하는 시기.
질문은 수없이 이어지지만 답은 찾을 수 없다. 미래는 두렵고 과거는 아프다.
그럼에도 2030세대의 이름은 마케팅 용어로 대상화된 채, 그들의 뜻 모를 방황과 고민은 그저 '좋은 때'와 '청춘'이라는 말로 덧칠된다.

융 심리학을 기반으로 상담을 해온 저자는 내담자들이 말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 시기의 무의미해 보이는 질문들을 쓸모 있는 성장의 시기로 바꾸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쿼터 라이프란?
p.31

사람들은 16세에서 20세 사이에 청소년기를 지나 쿼터 라이프에 진입했다고 느낀다. 그리고 36세에서 40세 사이에 쿼터 라이프를 지나 중년기에 진입하게 된다. 간단하게 말하면 쿼터 라이프는 청소년과 중년 사이의 어른이다. 쿼터 라이프는 첫 번째 성인기다.

쿼터 라이프는 단순한 여정이 아니다. 이 시기에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새롭고 혼란스러운 체험이 필요하다. 복잡한 관계와 실패, 위험, 갈망, 모험을 직접 겪어보지 않고 완전한 심리적 발달을 이뤄내기란 불가능하다.

이 책은 저자인 상담자가 4명의 내담자들과 상담을 하면서 그들의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해두었다. 우선 4명의 내담자는 각각 2명씩 의미형과 안정형에 해당한다.

의미형이란 외부의 기대보다는 자기 내면에 집중한다. 돈이나 계획 같은 것을 '허구적'이고 '인공적'이라고 인식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의미형은 고대 그리스에서 '카이로스'라고 부르던 비선형적인 시간이나 시간 감각이 없는 상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안정형은 종종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보통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안정형의 삶은 꽤나 기능적이다. 부러움을 살 때도 많다. 인생의 숙제를 전부 해치웠으며,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쿼터 라이프 시기를 겪고 있는 이들은 4단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어 간다. 책에서는 네 기둥으로 표현을 하고 있는데 분리, 경청, 구축, 통합이다. 분리와 경청, 구축의 과정을 거치면서 마지막에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4명의 내담자 중에서 안정형에 해당하는 코너의 예를 들어보겠다. 코너의 문제점은 부모의 기대였다. 부모의 기대는 쿼터 라이프 시기에 해결해야 할 문제 중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한다고 한다. 부모의 의견에 동조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보니 부모의 관점이 자신의 본능보다 더 중요해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책을 읽고 독후감 쓰는 것을 좋아했다. 심지어 방학숙제도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매일 책을 읽고 독후감 쓰는 걸로 대체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선생님께서는 초등학생인 내가 대견했던지 당돌했던지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더운 여름 방학 내내 버스를 타고 도서관을 다니면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다. 지금 생각하니 참 나 자신이 기특해서 칭찬해 주고 싶다. 그때부터 계속 내가 읽고 쓰는 습관을 유지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단칼에 반대하셨다. 절대 작가는 안된다고. 그러다가 굶어죽는다고 하셨다. 어린 마음에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다. 작가가 되면 진짜 돈 한 푼 못 벌고 굶어 죽는 줄 알았다. 부모님의 말씀에 반항을 할 수 없었다.

코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부모의 기대에 맞게 살지도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림보나 연옥 같은 곳에 갇혀 있는 신세이다. 코너는 용기를 내서 자기만의 삶을 살아야 하고 부모의 욕망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

자식이 자기만의 길을 찾지 못할 것 같다는 이유로 자식에게 자유나 신뢰를 주지 않는 부모라면, 일단 자기 자신을 깊이 돌아봄으로써 온 가족을 이롭게 할 수 있다.
p.113

쿼터 라이프의 두 번째 성장 기둥은 '경청'이다. 경청은 쿼터 라이프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한다. 더는 유익하지 않은 관계에서 분리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을 길렀다면 경청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경청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내면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기 내면을 경청하는 행위는 방향 감각을 얻고 직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지식은 지배적인 문화가 요구하는 것과 정반대로 작동한다.

중년인 나도 쿼터 라이프를 겪고 현재를 맞이하게 되었다. 사회에서 정해 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모든 학생들이 향하는 대학을 갔다.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 경쟁적으로 달려온 것이다. 거기에 나는 없다.
다행히 책을 놓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는 무난히 겪어왔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글쎄? 나는 과연 같은 길을 따라갈까?
힘들고 지칠 때마다 언제든지 의지할 수 있는 책이 있어 다행이었다. 스스로 위로하고 버틸 수 있는 이런 대상물이 없이 쿼터 라이프를 겪는 친구들은 아주 많은 내적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수년간 아직도 머리에서 맴돈다.

의사 : "엄마, 나 이제 의사 그만해도 돼? 힘들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
그냥 들으면 큰 임팩트는 없어 보이긴 하지만 이 의사의 나이는 60대이다. 60대까지 부모의 말만을 따랐기 때문에 저항하지 못하고 순종하면서 성인이 되어서도 쿼터 라이프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런 삶이 올바른 삶이며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을까? 누가 봐도 사회에서 성공한 케이스이지만 정작 자신은 자신의 삶에서 실패했고 불행하다. 이런 안타까운 사실이 이 의사뿐만은 아닐 것이다.

세 번째 기둥은 '구축'이다. 코너는 자신의 내면을 경청하고 대학에서 농구팀을 떠나고 지속해서 의지해 온 약을 버리기로 한다. 새로 일어나기로 한다. 자신을 새로 쌓아 공부하고 싶던 의예과를 알아본다. 분리, 경청, 구축의 단계를 왔다 갔다 하면서 드디어 통합의 단계로 나아간다.
마지막 기둥이다. 코너의 부모님도 더 이상 코너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면서 간섭하지 않는다. 처음 상담자를 방문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자신의 삶에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지금 쿼터 라이프를 겪고 있는 2030세대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책이 될 수도 있겠다. 이미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책을 접하게 되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아직도 내가 완전히 쿼터 라이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도 책을 읽고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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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 - 휘청거리는 삶을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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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해안 도로를 끊임없이 걷는다. 숲속을 헤매기도 하고 경사진 곳을 올라야 할 때도 있고 비탈길에서 미끄러져야 할 때도 있다. 강박적으로 걷는다는 말이 정확할 정도로 걷고 또 걷는다.
그날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끝까지 걷지 못하면 반드시 그 전날 멈추었던 그곳에서 다시 걷기 시작해야 한다. 남편은 그녀가 걷기 시작해야 하는 곳까지 태워주고 아들 버트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그녀가 걷기를 끝내는 지점에서 차 안에서 기다리는 것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그 일을 묵묵히 해 주는 남편과 아이도 그녀 못지않게 힘들지 않았었나 싶다.
지도를 보면서 걸어나가는 그녀도 한 번씩은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그러면 약속 시간까지 도착 장소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남편에게 문자로 알려야 하고 숲속에서는 수신이 잘되지 않을 때도 있다.

어떨 때는 반대로 컨디션이 너무 저조해서 목표한 장소까지 못 가고 현재의 위치로 데리러 올 수 있는지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런 반복적이고도 쉽지 않은 일을 남편 H는 인내한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를 몰랐을 뿐 남편도 아내의 특이한 점을 알아채고는 있었다. 사람마다 성격과 성질이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 모든 짜증을 받아들였으리라.
어쩌면, 철인 3종 경기와 심야 사이클링이 그렇듯, 이걸 하는 목적은 우리의 삶에서 관리할 수 있을 만한 작은 위기의 순간들을 일부러 겪어보기 위함인지 모른다. 언젠가 주체할 수 없는 일들이 밀려와도 대처할 수 있게 말이다.
p.65

자폐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신체 접촉을 극도로 꺼려 한다고 한다. 저자도 아들이 태어나서 안고 다녀야 할 때조차도 전기가 찌릿함을 느껴 아들을 제대로 안고 다니지 못했다. 타인의 접촉은 당연히 금기시될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거의 하루 종일 엄마는 아이를 안고 있게 된다. 아이와 엄마의 몸은 거의 한 몸이 되다시피 되는데 그런 과정을 겪어보지 못하고 너무나 힘들어한다. 자폐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소리에도 굉장히 민감하다고 한다.

파티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는 사회생활도 아주 힘들었을 것 같다. 실제로 파티를 가서도 즐기지 못하고 가능하면 어떤 핑계를 둘러대서라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파티가 조용하고 고요할 리가 없다. 소음으로 발작적 증세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 저자는 모임 자체를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어머니들의 모임조차도 힘들어하니, 파티가 웬 말인가. 게다가 사람들의 감정을 파악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액면 그대로의 말로 받아들이나 보다.
감정을 파악하는 게 힘들어서 어리둥절한 상황도 많았다고 한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 의도치 않게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건 당연해 보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 않은가.

매일 반복되는 걷기 프로젝트에 나는 살아가고 있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남편 H와 아들 버트는 저자의 리듬에 따라줘야 한다. 그렇게 걷기가 반복되자, 남편과 아들 버트는 자신들 나름대로의 시간 보내는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내가 나만의 사적인 공간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들이 그들만의 공간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 우리 가족에서 떨어져 나갔고 그들은 안도하고 있었다.
p.186

저자도 나와 같이 생각하고 있을 즈음, 즉 가족이 자신 때문에 희생된다고 느끼자 하루는 걷지 않고 함께 있겠다고 한다. 버트에 대한 죄책감이 밀려온 것이다.
그러자 남편 H가 더 당황스러워한다. 자신은 버트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터득했고 저자가 함께 하면 아들 버트 때문에 또 짜증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화가 날 때에는 뇌에서 핵폭탄이 터지는 느낌이라고 표현을 한다.

걷기에 집착을 하던 저자는 차츰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의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타인의 감정을 해석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리고 아들과의 접촉도 이젠 제법 받아들일 수 있다. 아이가 파고들어도 아이를 바라볼 줄 안다.

"너 변했다. 6개월 전만 해도 전날 멈춘 바로 그 장소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더니."
p.268

그래, 서서히 변화하고 한 걸음씩 나아지고 있다. 이젠 걷기로부터 자아를 인정하면서 한곳에 머무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 가족과 함께 하길 바란다. 저자에게는 이제 시작일지 모르지만 곁에서 항상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기에 함께 걸어나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동물들을 싫어하지만 유독 새는 좋아하는 저자. 어쩌면 자신이 새와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혹은 새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저자는 전문의에게 최종적으로 자폐증 진단을 받는다. '일지도 모른다'가 '이다'가 되었다.

의사:"완치가 어렵다는 건 아시겠죠."

저자:"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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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빛나게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 -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황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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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는 묵직한 느낌보다는 작가가 자신의 여린 감정들을 소곤소곤 전달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운동에 비유하자면 가슴 근육이나 팔 근육을 우람하게 키우기 위한 운동보다는 잔근육들을 키우는 운동을 하고 있는 그런 느낌.

자신의 연인과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가사를 써내야 하는 고뇌가 작게 끈질기게 이어지는 느낌. 사랑에도 바다의 파도와 같은 크고 깊은 한 방이 없이 호수의 잔물결 같은 느낌. 그렇게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풀어나간다.

"SNS를 보다 보면 괜한 감정 소모를 하게 될 때가 많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 무심코 들여다본 SNS는 특히 건강에 해롭다. 국민 97%가 행복하기로 유명한 부탄이 최근 무선 네트워크의 발달로 행복지수가 급락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SNS 때문에 나와 남을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p.23

대면적인 만남보다는 SNS에서의 만남이 더 일상적이 되어가는 요즘, 여러 매체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음성이 빠진 이미지로.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통화를 하게 되면 목소리로 상대방의 기분이라도 알 수 있지. 그마저도 문자, 페이스북, 카톡, 인스타등으로 대체되었다.

오직 사진으로 상대방의 안부를 암묵적으로 확인할 뿐이다. 그리고 다들 여유롭고 다들 행복하다. 나만 빼고. 이런 단편적인 일상의 모습에 주눅 들어가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겠지. 또 어떤 사람들은 나의 SNS에 상처를 받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난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음악을 즐기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살고 있다.
p.81

공감되는 한 마디다. 나도 가르치는 일을 너무너무 하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의 꿈은 교사였다. 정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나는 임용고시를 준비했고 2번 낙방을 했다. 그리고 마음을 바꾸었다. 가르치는 일을 너무 하고 싶은데 학교 공무원이 아니면 어떤가.
그렇게 공부방을 오픈하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가르치는 일에 매진했다. 아이들이 몰랐던 것을 알게 될 때 나도 즐거웠고 성적이 향상될 때는 내가 더 기뻤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부'보다는 '성적'이 우선이 되어야 했다.
가르치는 일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어쨌든 성적이 나와야 했으므로.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순간, 즐기는 일은 잠시 제쳐두고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그럴듯한 결과가 반드시 나와야 하는 것이다. 성적과 관련 없이 가르치는 일이라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언젠가 우리 사이에 할 말이 없어지면 어쩌지?" 밤새 통화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서 서로의 일상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사이가 되면 우리는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게 될까."
p.142

부부 사이에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서로를 너무 잘 알게 돼서 굳이 대화가 필요 없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이런 시기를 행복하다고 해야 하나, 아쉽다고 해야 하나.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대화가 필요 없으니 효율적인 면에서는 백 점이 될 것이고, 대화가 없는 서로의 감정은 오히려 삭막해지지 않을까? 득이 있으면 실이 있는 법이지만 왜 실이 압도적으로 커 보일까?
책을 읽으면서 그나마 약간의 객관성과 무거움이 느껴지는 부분은 작사하는 방법이다.

작사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p.177

첫째, 작사는 '노래를 만드는 것' 임을 명심해야 한다. 글을 쓰는 것과는 별개의 행위다. 좋은 문장이 곧 좋은 가사인 것은 아니다.
둘째, 가사에 담긴 메시지보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특이한 스토리보다 모두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하는 편이 좋다.
셋째, 때로는 과감해야 한다. 상대의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과한 표현을 써서라도 마음을 이끌어내야 한다.

추워지는 겨울, 사랑에 대한 상처로 위로를 받고 싶거나 따뜻해지는 마음이 그립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작곡가는 이러한 감정을 에너지로 곡을 쓰는구나 하는 걸 알게 된다. 그 감정을 몽땅 작곡에 써 버려서 자꾸 연애에 실패를 하시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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