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방구석, 엄마의 새벽4시 - 나는 오늘도 책상으로 출근한다
지에스더 지음 / 책장속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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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30분 기상을 악착같이 지켜오다가 아이들의 방학과 함께 무너졌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너무 허탈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날 방도는 없었다. 이미 새벽 4시 30분이라는 미라클 모닝을 맛본 후였기 때문에 자괴감은 더 크게 느껴졌다. 그 찰나, 지에스더 작가의 남다른 방구석, 엄마의 새벽 4시를 만나게 되었다. 새로운 미라클 모닝이 시작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책을 펼쳤다.

끌리는 게 있다면 작게라도 시작해야 한다.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하나씩 해보는 시간이 더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p.44

작가 지에스더는 새벽 4시, 미라클 모닝을 필사로 시작했다. 완독은 꿈꾸기조차 어려운 <토지> <혼불><태백산맥>을 필사하면서 완독을 했다. 이 장편소설들을 완독하는 것만도 정말 감탄사가 나오는데, 필사하면서 완독이라니!

꾸준한 새벽 필사는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준다. 단시간에 완독이 어려운 장편소설과 인문 고전을 필사하면서 인내심도 키울 수 있고 필력도 키웠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인내심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양육에도 도움이 된다. 나의 감정에 쉽사리 휘둘리지 않아 아이들에게 쉽게 화를 내지 않게 된다.

책을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많이 읽고 싶다는 욕심으로 남들 눈에 보기 좋은 독서를 해왔다. 죽은 지식을 쌓는 일에만 집중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내 안에 진정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p.118

나도 많이 읽고 싶다는 욕심에 죽은 지식만을 쌓아 왔다. 죽은 것은 결국 부패하기 마련이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동안 읽은 수천 권의 책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강제로라도 서평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생애 최초로 서평단에 당첨되었을 때, 너무너무 신기하고 흥분되었다.

작가 지에스더도 나와 똑같은 경험으로 흥분했다니 그 기분이 다시 느껴진다. 나의 독서는 서평을 쓰기 전과 서평을 쓰기 후로 나누어진다. 이제는 나에게 서평을 쓰지 않은 책은 읽지 않은 책이나 다름없다. 너무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할 뿐이다.

저자는 행동하고 바로 실천에 옮기면서 2년간 이미 3권의 책을 출판하고 지금은 도서관 인기 강사이다. 나의 롤 모델로 삶고 싶은 분이다. 책의 제일 마지막 장에는 참고도서가 나와 있는데, 참고도서 목록이 마치 보석과 같다. 굉장한 가치를 득템한 기분이다.
육아로 전투 중인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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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 - 나를 응원하는 작은 목소리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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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 작가의 <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로 술술 읽힌다. 마음먹고 읽으면 한두 시간 만에 다 읽어내려갈 수 있다. 그만큼 가독성이 좋다.

?<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갔고 나의 상황이 이해되면서 삶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에피소드들이 우리 주위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들이며 그래서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 번 더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며 나의 삶을 위로받을 수 있다.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들로 힘든 일을 겪더라도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방향을 바꾸어준다. 같은 사건이 누구에게는 부정적인 일이 되고 또 누구에게는 긍정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부정적인 일들로 힘들 수도 있지만 그 일들이 오히려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비밀이 될지도 모른다고 작가 후이는 우리를 위로하고 힘을 준다.

소희는 두 번 결혼했다. 첫 번째 결혼은 아직 새파랗게 젊을 때,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였다. 첫 남편과는 너무나 닮았다.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음식, 영화 등 모든 것이 닮았다. 둘이 평생 함께 사는 한, 새로운 경험은 없어 보인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까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그 예측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다.

생일날 무슨 선물을 하게 될지까지도 확실하다. 기대를 할 수도, 할 필요도 없다. 그 순간 소희는 이혼을 결심한다. 심지어 두 사람이 이혼을 할 때도 같은 생각이다. 그러니 슬픈 감정마저 생기지 않는다. 둘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였기에.

어렸을 때 엄마가 내게 늘 하던 말이 있어. 너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해라.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지금은 그 말을 절절히 실감하는 중이야. 나랑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났어야 해. 그래야 서로 채워 줄 수도 있고, 사는 재미도 있지.
p.19

결혼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줄 수 있으려면 두 사람 모두 상당한 수준의 성숙함과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둘 다 긍정적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즉, 다른 부분은 전부 다르더라도 에너지의 방향만큼은 같아야 한다.

긍정적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부정적 에너지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부정적 에너지가 보완되는 게 아니라 긍정적 에너지가 사라져 버린다.

잘 웃는다고 해서 반드시 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없기에 일부러 더 크게 웃으며 두 발에 힘을 주고 굳게 설 뿐이다.

웃을 줄 아는 사람들은 무력하게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다. 인생의 시험 앞에서 눈물 흘리며 자기 연민에 빠지기보다는 이를 악물고 웃으며 자신을 위해 더 나은 길을 찾는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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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투쟁기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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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과 내용 구성, 사진, 그림 등에 한번 놀라고, 출판을 수 십 년 하셔서인지 지식의 양과 깊이가 어마어마한데 두 번 놀랐다. 출판업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날카로운 비판도 서슴지 않으신다.

특히 세계문학은 예나 이제나 중복 출판의 핵심 레퍼토리들이어서 세계 문학작품과 국내 문학작품이 대다수인 <삼중당 문고>의 존재 의의는 말 그대로 출판의 대중화 외에는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p.48

사실 1,000쪽이 넘는 책을 사서 읽으려면 꽤나 다부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무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런 책을 펼치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니 말이다. 반대로 그런 책이라면 일단 눈길을 주는 독자들도 적지 않은데, 그런 분들의 내심을 대변한다면 이런 심경이리라. '분명 이 정도 두꺼운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했다면 출판사 입장에서 책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가치가 없는데도 이렇게도 두꺼운 책을 출간했다면 아무도 읽지 않을 테고, 그것은 곧 망하는 지름길일 테니까.'
p.122

벽돌 책을 반드시 다 읽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출판하는 출판사도 있을 것이고 특히 라틴어 번역서 같은 경우는 수요도 적을 테고 번역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서는 다들 벽돌 책이지만 나는 사서 모으는 중이다. 숲 출판사에서 출판하는 데 책을 보면 연세도 있으신데 얼마나 힘이 드실까 싶다. 읽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숲 출판사에서 그래도 좋은 품질로 출판해 주어서 감개무량하다.
평소에 내가 갖고 있던 것과 같은 생각을 글로 표현해 주셔서 감사했다. 그래, 나의 생각이 얼추 맞구나. 그럼 앞으로도 계속 나는 나의 생각대로 구매를 하면 되는 거다. 독자 한 명이 아무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내 나름의 책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표시이다.

서양에서는 이런 책을 이 시대에 이렇게 많이 읽었어요. 게다가 책의 수준을 보십시오. 결국 지금 우리가 경제적으로 세계 몇 대 강국이라고 떠벌린다고 해도 그건 말 그대로 경제적인 부문에 국한된 것일 수 있습니다. 저들이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울지 모르지만 근대 문명의 전통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앞서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 그들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이제 우리 지갑도 웬만큼 두툼해졌으니 문명의 두께를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 그대로 벼락부자일 뿐 지성과 풍경, 철학과 사고 면에서 지성인이라고 자부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청소년들의 인성이 문제야. 그러니 인성교육을 시작하자고." 하는 따위 개그는 이제 그만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p.184

고전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덜어주는 말씀이 고맙다.
고전은 꼭 읽어보는 게 좋다는 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인데 나도 전부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좋았다. 내가 읽은 두꺼운 고전 속에서 나에게 와닿는 한 구절이 있다면 고마운 일이고 읽고 나서 가슴속 한구석에 변화가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그런 감정 변화가 다시 찾아올 때면 다시 꺼내 읽고 그러면 이전에 닿지 못했던 곳에 살짝 발은 담갔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고전을 번역해 주심에 감사하고 감히 읽을 수 있다는데 감사하다. 모르고 살게 되는 것보다 어설프게나마 알아가면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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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과 순간
박웅현 지음 / 인티N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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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나의 롤 모델 박웅현 작가님의 책이 출판되었다. 바로 구매했다. <책은 도끼다>를 읽고 손끝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려 살포시 책을 덮고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박웅현 작가와 같이 삶을 아름답고 고귀하게 바라보는 그 통찰력이 부러웠고 어린아이와 같은 그 시선이 질투가 났다.

​알았으면 행해야 한다. 내가 깨달은 바를 삶 속에서 살아낼 때 내가 새긴 그 문장을 비로소 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p.8

이 흔적을 엮어서 내는 것은 책 속 한 문장이, 한 편의 시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넘어졌다가도 일어나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다. 오늘을 견디고 버틸 힘이 되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p.9

<문장과 순간>이라는 책 제목 그대로 작가가 책 속에서 발견한 문장으로 혹은 삶의 한순간에 느낀 감정으로 여백이 느슨하게 채워져 있다.
산문으로 된 책이기는 하지만 획기적인 형태의 새로운 자율시와 같은 느낌이 강하다. 고정된 틀이 없는 산문 더하기 시.
<책은 도끼다>에서는 인문 강독회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청중에게 전달하듯이, 독자에게 꼭꼭 씹어서 소화까지 시켜주었다면 <문장과 순간>은 작가 자신의 감정과 통찰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그동안 독자들이 관찰과 통찰을 연습해서 성숙해져 있다는 전제하에서 글을 쓴 것 같다.

'내가 책 속의 문장에서 이렇게 느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렇게 바라볼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한 번 바라보는 건 어떻습니까? ' 하고 권유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명백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부조리 없는 인생은 없다는 것. 인간은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부조리를 견딜 뿐이다.
한탄하지 말고 부러워하지 말고,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상의 작은 의무들을 수행하는 것, 그것이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내 조건과 남의 조건을 비교하며 이러쿵저러쿵 따지지 말고 내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삶의 자세.
p. 49,51

책을 읽다 보면 나의 생각과 딱 들어맞는 글을 볼 때가 있다. 반갑다. 나는 <월든>을 읽으면서 '누구나 새벽을 맞이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한 구절에 얼어붙었다. 역시 책은 도끼다. <월든>을 읽기 전, 나에게 새벽이란 단어는 없었다. 아침이 하루의 시작이었다. 나도 새벽을 맞이하고 싶었다. 아침이 내 허락도 없이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새벽에게 아침을 안내하도록 하고 싶었다.

어스름한 새벽을 보고 차가운 새벽 공기를 느끼고 숨을 들이쉰다. 느끼는 것과 체험하는 게 같다. 들이쉰 공기는 차갑다. 책상에 앉아 커피를 한잔하노라면 어두운 하늘에서 빛이 비집고 나온다. 비집어 뒤틀고 나온다. 어느 순간 그 빛은 급속히 사방으로 번져나가 새벽 공기를 소멸시키고 만다. 소멸과 동시에 탁하던 나뭇잎의 초록색은 윤기를 발하기 시작한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계절에 딱 맞는 책 한 권 <문장과 순간> 으로 각자의 문장을 찾아 그 순간을 즐겨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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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8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지음, 배명자 옮김 / 더클래식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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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줄거리는 지극히 단순하다. 주인공인 '나'는 병약하게 태어나서 평생을 병상에서 지내야만 하는 '마리아'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평범한 신분의 나는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후작 부인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후작에게는 백작 지위를

가진 '마리아'라는 딸이 있었다. 어린 시절에 만났던 그녀는 맥없이 그저 누워만 있었다.
마리아의 생일날 그녀는 다섯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하나씩 동생들에게 나누어 준다.

네 번째 반지를 막내에게 주고 반지 하나가 더 남았다. '나'도 그 반지를 받고 싶었다. 나만 반지를 받지 못해서 어린 마음에 서운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런 '나'를 눈치채고 그녀는 마지막 반지를 빼서 나에게 준다.

이 반지는 너희들과 헤어질 때 내가 가지고 가려던 거야. 하지만 네가 지니고 있으면서 세상에 없는 나를 생각해 주는 편이 더 좋겠어. 반지에 새겨진 글을 봐.

'주님의 뜻대로'
독일인의 사랑 p.27

그러나 나는 반지를 받지 않고 마리아에게 그냥 가지고 있으라고 한다.
이 반지는 날 주지 말고 그냥 그대로 가지고 있어. 네 것은 모두 내 것이니까.
독일인의 사랑 p.28

여러 해가 지났다. 후작 부인도 죽고 나는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마리아가 하인을 통해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취해왔고 둘은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다.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의 대화는 언어로 표현된 아름다운 시와 같고 한층 더 깊은 사고의 결과로 대화의 수준도 깊은 내면의 진리와 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왜 나를 사랑하지?

왜냐고? 마리아!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냐고 물어봐. 들에 핀 꽃에게 왜 피었냐고 물어봐. 태양에게 왜 햇빛을 비추냐고 물어봐.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야.
p.103


그녀는 떠났다. 의사는 마리아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를 나에게 전해준다.
편지 속에는 내가 그녀에게 돌려주었던 반지가 들어있었다. '주님의 뜻대로'

이렇게 책은 끝이 나지만 많은 여운을 남긴다. 의사는 '나'를 마치 자신을 보는 것과 같았으리라.
마리아를 위해서 자신과 같이 떠나주기를 원했지만 마리아는 나와 함께 사랑을 유지하기를 원했다.

의사도 내적 갈등이 심했을 것이다. 자신이 사랑했던 마리아의 어머니도 지금 마리아처럼 떠난 자신을 그리워하며 괴로워했을 테니깐.​
마리아의 어머니에게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천사와 같은 마리아에게 마지막까지 쏟아부었다.

소설이지만 전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 애잔함과 의사에 대한 안타까움도 더해진다.
내가 떠나기를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리아에게 남아있길 원하는 괴로움을 혼자 다 감당하였으리라.

마리아를 볼 때마다 눈물을 감추어야 했을 것이고, 매일매일이 행복이라기보다는 조마조마해 하면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한 번 도려낸 마음을 아물기도 전에 다시 또 한 번 더 도려내야 하는 그 심정이 과연 어떠했을까.

자신이 그만큼 고통을 겪었기에 나에게는 잘 견디고 공허한 슬픔으로 세월을 보내지 말라고 진심을 전해주는 게 아닐까.
너무나 얇은 책이라 빨리 읽고 말아야지 했는데 그게 아닌 게 되어버렸다. 이 여운이 며칠은 나를 사로잡아 묶어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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