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사랑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8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지음, 배명자 옮김 / 더클래식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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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줄거리는 지극히 단순하다. 주인공인 '나'는 병약하게 태어나서 평생을 병상에서 지내야만 하는 '마리아'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평범한 신분의 나는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후작 부인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후작에게는 백작 지위를

가진 '마리아'라는 딸이 있었다. 어린 시절에 만났던 그녀는 맥없이 그저 누워만 있었다.
마리아의 생일날 그녀는 다섯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하나씩 동생들에게 나누어 준다.

네 번째 반지를 막내에게 주고 반지 하나가 더 남았다. '나'도 그 반지를 받고 싶었다. 나만 반지를 받지 못해서 어린 마음에 서운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런 '나'를 눈치채고 그녀는 마지막 반지를 빼서 나에게 준다.

이 반지는 너희들과 헤어질 때 내가 가지고 가려던 거야. 하지만 네가 지니고 있으면서 세상에 없는 나를 생각해 주는 편이 더 좋겠어. 반지에 새겨진 글을 봐.

'주님의 뜻대로'
독일인의 사랑 p.27

그러나 나는 반지를 받지 않고 마리아에게 그냥 가지고 있으라고 한다.
이 반지는 날 주지 말고 그냥 그대로 가지고 있어. 네 것은 모두 내 것이니까.
독일인의 사랑 p.28

여러 해가 지났다. 후작 부인도 죽고 나는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마리아가 하인을 통해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취해왔고 둘은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다.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의 대화는 언어로 표현된 아름다운 시와 같고 한층 더 깊은 사고의 결과로 대화의 수준도 깊은 내면의 진리와 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왜 나를 사랑하지?

왜냐고? 마리아!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냐고 물어봐. 들에 핀 꽃에게 왜 피었냐고 물어봐. 태양에게 왜 햇빛을 비추냐고 물어봐.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야.
p.103


그녀는 떠났다. 의사는 마리아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를 나에게 전해준다.
편지 속에는 내가 그녀에게 돌려주었던 반지가 들어있었다. '주님의 뜻대로'

이렇게 책은 끝이 나지만 많은 여운을 남긴다. 의사는 '나'를 마치 자신을 보는 것과 같았으리라.
마리아를 위해서 자신과 같이 떠나주기를 원했지만 마리아는 나와 함께 사랑을 유지하기를 원했다.

의사도 내적 갈등이 심했을 것이다. 자신이 사랑했던 마리아의 어머니도 지금 마리아처럼 떠난 자신을 그리워하며 괴로워했을 테니깐.​
마리아의 어머니에게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천사와 같은 마리아에게 마지막까지 쏟아부었다.

소설이지만 전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 애잔함과 의사에 대한 안타까움도 더해진다.
내가 떠나기를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리아에게 남아있길 원하는 괴로움을 혼자 다 감당하였으리라.

마리아를 볼 때마다 눈물을 감추어야 했을 것이고, 매일매일이 행복이라기보다는 조마조마해 하면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한 번 도려낸 마음을 아물기도 전에 다시 또 한 번 더 도려내야 하는 그 심정이 과연 어떠했을까.

자신이 그만큼 고통을 겪었기에 나에게는 잘 견디고 공허한 슬픔으로 세월을 보내지 말라고 진심을 전해주는 게 아닐까.
너무나 얇은 책이라 빨리 읽고 말아야지 했는데 그게 아닌 게 되어버렸다. 이 여운이 며칠은 나를 사로잡아 묶어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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