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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임팩트 - 인플레이션, 금리, 전쟁, 에너지 4개의 축이 뒤흔드는 지금부터의 세계
박종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평점 :
왜 자이언트 임팩트인가?
달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자이언트 임팩트는 현재 과학계가 이를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입니다. 45억 년 전 화성만한 크기의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두 행성에서 떨어져 나간 수많은 파편이 지구 궤도 위를 돌다가 다시 뭉쳐 달이 되었다는 거죠.
지금 세계경제가 처함 상황이 마치 자이언트 임팩트처럼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거대한 충격에 직면해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과거 수십 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대변동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플레이션>
지난 30여 년 동안은 경기가 과열되거나 미국 연준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좀처럼 인플레이션이 찾아오지 않는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장기간 경기 호황이 지속되어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았기에, 연준이 굳이 나서서 긴축정책을 펼 이유가 없었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유일한 패권국으로 떠오른 미국이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세계 질서를 유지했기 때문에, 해외투자의 정치적, 지정학적 위험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세계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은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 물가를 끌어내린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미. 중 패권전쟁이 격화되고 탈세계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역전되었다. 세계화 과정에서 미국의 가장 큰 실수는 중국이 미국을 추격할 기회를 준 것이다. 세계화 추세 속에서 유럽과 미국 등이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중산층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금리>
금리는 한 나라의 번영이나 제도 안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하나의 강력한 패권 국가가 등장해 세계 질서를 유지하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면서 안정화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반대로 패권국의 지위가 약화되고 끊임없이 도전을 받게 되면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금리가 올라가는 경향을 보여왔다.
지난 40년간 금리가 꾸준히 하락한 이유
p. 117
1. 세계적인 과잉 저축
특히나 중국. 중국인들은 세계화 이후 소득이 크게 늘어나자 과도하게 저축을 많이 했다. 이렇게 과잉 저축으로 형성된 자금이 미국 등 선진국 자금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그 결과 금리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2. 미국 연준과 유럽 중앙은행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3. 기대수명
기대 수명이 빠르게 늘어나자 은퇴 준비를 하던 베이비붐 세대는 해마다 늘어나는 기대 수명에 맞춰 노후를 위해 저축과 연금을 더욱 늘려야 했다.
4. 미국 중심의 경제 체제
전 세계적으로 투자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가 낮아지고 자본의 효율성이 극대화되어 금리 하락이 지속되었다.
2022년 시작된 금리 인상 기조만 끝나면 곧바로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실 사람이 경제활동이나 사회 활동을 하는 기간이 대체로 30~40년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40년 가까이 지속되면 영원히 지속되는 현상으로 착각하기 쉽다.
전쟁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이 알기 쉽도록 정리되어 있다. 그 여파로 독일이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동안 천연가스를 러시아에서 가스관을 통해 가스 상태로 수입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의 WTO 가입, 미국의 위험한 선택
p.211
당시 미국의 여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은 중국의 WTO 가입을 강력히 반대했는데,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더 이상 톈안먼 사태 이후 자행된 온갖 인권유린을 문제 삼을 수 없게 되고, 중국의 저가 제품이 대량으로 수입되어 미국 노동자들이 대향으로 실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중국의 경제성장을 촉진시켜 동아시아 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들의 예측이 맞았던 셈이다. 중국이 WTO 가입을 발판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만큼 성장한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당시 클린턴 행정부의 판단이 너무나 순진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역, 기술, 군사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미국과 중국은 본격적인 패권 전쟁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 미국과 중국의 승패가 확실히 결정되기 전에는 과거의 세계화 시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투키디데스가 지적한 것처럼, 일단 신흥 강대국이 부상하면 반드시 패권 전쟁이 일어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사이의 패권 전쟁이 오래 지속될수록, 자국 중심의 정책이 강화되면서 세계화는 결국 끝장날 수밖에 없다.
최근 30여 년간 세 번의 금리 인상 사례로 볼 때, 금리 인상기보다 오히려 그 뒤에 실물경제에 타격을 준 다음 2차 폭풍이 더 큰 문제다. 금리 인상이 끝난 뒤 6~18개월은 경제 상황의 변화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오히려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 투자의 기회를 살피기 시작해야 한다. 실물경제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는 최악의 지표가 쏟아져 나올 때가 주식 투자의 적기였던 경우가 많았다. 금리 인상기에 채권은 분명 불리한 자산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2022년 8월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사실상,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지원이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에 대한 조건이 나와 있다.
첫째 조건은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액 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둘째 조건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한 배터리 광물 비중이 80% 여야 세액 공제 대상이 된다.
유럽과 중국은 가장 유망한 신성장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지키기 위해 온갖 해법을 동원하고 있다. 결국 지금 이 법안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우리나라이다. 만일 이 법안이 지속될 경우, 중국과 같은 내수 기반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지금 막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송두리째 미국에 넘겨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박종훈 기자는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 진심으로 걱정한다. 예의 주시하면서 정부에서 잘 대처해 주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덕분에 앞으로 금리와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패권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제에 대해서 경각심을 일깨우는 중요한 책이다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