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답지 않은 세계 - MZ에 파묻혀 버린 진짜 우리의 이름
홍정수 지음 / 부키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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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책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대체 MZ 세대가 무엇인가? 누가 MZ 세대에 해당하는가?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듣고 또 들어본 MZ 세대. 당사자는 자신이 MZ 세대인지도 모른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6학년인 우리 딸이 MZ 세대인 줄 알았다.
이모, 고모들도 우리 딸은 MZ 세대인 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딸은 2010년 생으로 알파 세대이다. 김난도 교수의 2023트렌드 코리아를 통해서 처음으로 우리 딸이 알파 세대의 최연장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MZ 세대란?
1980년대 생부 터 2000년 대생까지를 모조리 합쳐 'M+Z'라는 알파벳 조합으로 퉁친 것은 좀 너무하지 않나, 나는 자주 생각한다.
p.8

아니, 1980년대 생부 터? 그럼 나도 해당한다.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20년의 터울을 그냥 모조리 합쳐서 MZ 세대라고? 나는 오늘 처음 알았다. 내가 MZ 세대의 최대 연장자라는 것을. 우리 딸은 알파 세대의 최연장자이고 나는 MZ 세대의 최연장자이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하다 싶은데, 세대론을 좋아하는 업계에서 일하는 작가는 얼마나 많이 답답했을까, 오죽하면 이렇게 책까지 집필하게 되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MZ 세대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와 더불어 그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MZ 세대에 속한다는 것에는 약간? 약간 많이? 의문이 남는다. 이거 무슨 터울이 너무 크기 때문이겠지. 20대 초반부터, 30대, 40대를 전부다 아우르니 말이다.

MZ 세대는 MBTI로 대화를 시작하는 게 특징이다. 예전에는 상대방의 혈액형을 물어보면서 대화를 시작했다면 MZ는 MBTI로 대화의 물꼬를 튼다. 나는 내가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모른다. 관심이 없다. 한날은 알파 세대인 딸이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엄마는 ~유형이야."라고 이야기를 해 주긴 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귀담아듣지 않아서이다.

알파 세대도 MBTI에 관심이 많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세대도 MBTI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한때 텔레비전을 켜기만 하면 연예인들조차도 다들 "난 ~ 넌 뭐야?"라고 대화를 시작했었다. 20년을 퉁친 MZ 세대의 절대적인 수가 많다 보니 위아래 세대들도 덩달아 함께 관심을 갖게 된 게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작가는 이렇게 대화를 시작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깊은 대화로 직행할 수 있는 편리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같은 성격 유형이 나오면 '나도! 나도!'를 연발하면서 서로 비슷한 성향을 전제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MBTI 검사가 완벽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을 하나로 연결시켜준다.

감성? 갬성?
p.45

감성과 갬성은 엄연히 다른다. 내 취향에 쏙 드는 것들에 담뿍 담은 애정을 드러내고 싶고, 내 눈에 멋져 보이는 것들도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데 똑 부러지게 표현할 말을 찾기는 어려울 때, 그럴 때 쓰는 마법 지팡이가 바로 갬성이다.
'곰표 밀맥주'는 맛이 너무 좋아서 인기를 끌었던 게 아니다. 바로 그 갬성이 매력 포인트다.
갬성 있는 곰표 밀맥주를 나도 마셔봤다. 어느 날 동생이 편의점에 갔다가 술도 잘 마시지 않으면서 그 맥주를 샀다고 가지고 온 것이다. 너무 귀엽지 않으냐면서. 나도 맛은 큰 점수를 못 주겠다. 다만 밀가루 포대의 그 북극곰이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귀여웠다.

자꾸만 직장을 때려치우는 세대들에게 이제는 더 이상 끈기가 없다, 인내심이 없다,라는 말을 예전처럼 많이 남발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도 퇴사를 하는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며 고민도 많고 능력을 향상시켜 이동을 하는 것이지 무작정 놀고먹지 않는다.

<MZ 세대가 N 잡에 나서는 이유>
p.92

꼭 지금의 수입이 너무 적어서만은 아니다. 무엇이든 돈이 될 수 있는 세상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놀고 있는 나의 능력과 시간을 조금씩 굴리면 1년에 수십, 수백만 원은 벌 수 있다. 대출금을 갚는 데 조금이나마 보탤 수도 있고, 기념일에 좋은 식당에 가는 것이 덜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MZ 세대에 대해 정말 많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의 가치관에 대해 함부로 평가를 내려서는 안 되겠다는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들이 사회적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 그들의 선택은 아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닥쳐오는 위기를 그냥 멀뚱하게 바라보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별다른 고민 없이 아이를 낳아 놓고 "아이들이 살 세상이 어떻게든 나아지겠지"라며 막연하게 바라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무 위기의식 없이 부모 세대가 해 오던 대로, 국가에서 시키는 대로 살지는 않겠다고, 우리 삶의 터전에 밀려들어 오는 위협에 맞서 행동하겠다고 똑똑히 외치는 목소리들을 그들도 이제는 귀 기울여 들을 때가 왔다.
p.146

나도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매일 고민을 하는 건 사실이다. 이 아이들이 과연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 나와는 분명히 다른 세대를 살아나가야 하기에, 내가 겪어보지 않은 세계라 조언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알아서 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아이들을 방치할 수 없기에 매일 읽고 쓰면서 고민을 해본다.

내 시대만 해도 공부만 잘하면 그래도 먹고 살 수 있었는데 그 시대도 이미 지금 저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인 나도 N 잡을 고민하고 있으니 우리 아이들의 세대는 어떻게 준비를 시켜주어야 할까? MZ 세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데에는 사회가 다 같이 고민해 볼 문제이다. 우리 때처럼 아이는 낳아놓으면 알아서 잘 크는 시대도 이미 저물었다.

<MZ 세대를 향한 작가의 따뜻한 조언>
p.180

"우리 땐 정말 힘들었다" "지금은 좋아진 건 줄 알아라"라는 말보다는 "우리 때도 힘들었지만, 지금도 힘들겠구나. 너희도 우리도 괜찮아지도록 노력하자" 정도가 참 적당해 보인다. 지금 우리가 힘을 쏟아야 할 곳은 세대 간의 고통 경쟁이 아니라, 이 모든 고통을 함께 줄여 나가기 위한 노력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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