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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가 들려주는 뼈에 새겨진 이야기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뼈에 새겨진 이야기,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세종서적 펴냄
뼈, 라고 하니 가장 먼저 해골이 떠오른다. 한때 해골 무늬가 액세서리나 가방이며 스카프 등에 디자인되어 유행했다. 유명 디자이너 데미언 허스트가 백금을 주조해 만든 두개골에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아 만든 작품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이 두개골의 원형이 진짜 유골이었음을 알고 나니 몸서리가 쳐졌다. 유골의 매매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따지고 말고 하기 전에, 해골 이미지가 사용된 역사가 매우 유구하건 말건 간에 나는 그 디자인에 엄청 거부감을 느꼈더랬다. 오죽하면 연예인들 몸을 장식한 해골 문양에 그 연예인이 싫어지기도 했을 정도였다.
묻는 사람에게 기꺼이 이야기를 해주는 뼈가 있는가 하면,
능숙한 과학자들이 끈기 있게 달래서
진실을 털어놓으라고 할 때까지 경계하며 지키는 뼈도 있다.
죽은 사람의 머리뼈를 일컫는 해골은 범위를 넓게 보자면 죽은 사람의 살이 썩고 남은 앙상한 뼈 모두를 가리킨다. 특히 두개골은 우리의 양심과 지성, 인간성, 자아가 저장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기에 시신을 발굴하려는 법의학자들은 일단 두개골을 찾고 싶어 한다. 이 두개골을 비롯한 우리 몸의 모든 뼈는 우리와 함께 성장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는 대로 적응하고 변화한단다. 인체 거의 모든 부위의 뼈에 한 사람의 경험, 습관 및 활동이 반영된다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삶의 흔적, 기억들은 골격 안에 음악처럼 간직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법의학자들은 의료 영상을 통해 죽음을 추적하면서 뼈에 기록된 그 사람의 경험을 찾아내고, 그 사람의 사연을 알아내고, 죽은 자에게 이름을 되찾아준다.
법의인류학 분야에서는 신체 또는 신체의 일부와 마주했을 때 해결해야 하는 네 가지 문제가 있다. 유골이 인간의 것인가, 법의학적 관련성이 있는가, 이 사람은 누구인가, 사망의 방식과 원인을 뒷받침할 수 있는가다. 돼지의 갈비뼈는 인간의 갈비뼈와 아주 비슷하며 말의 꼬리뼈는 사람의 손가락뼈와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또한 어린이의 골격 일부는 종종 동물의 뼈로 오인되기도 한다. 이로써 확증 편향을 피해 유골이 인간의 것인지 여부를 가리는 문제는 법의학적 분석의 첫 관문이다. 이후 죽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혹은 시간의 경과와 상관없는 법의학적 관련성을 밝히기 위해 C14, 즉 탄소의 방사성동위원소 수치 측정 등의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 이제 유골이 최근에 사망한 인간의 것으로 확인되었다면 뼈에서 가능성 있는 신원을 알아낼 실마리를 찾아내야 한다. 뼈에서 개인의 생물학적 프로필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 사망 방식과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신체의 여러 부분을 읽어 그 답을 찾아내는 데 몰두한다. 이때 모든 것은 항상 과학적으로 엄격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가설을 세우고 연구하며 시험하고 재심해야 한다. 발견한 결과의 통계적 확률에 정통해야 함은 물론이요 그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며 전문 증거에 대해 과학적 이해와 해석을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 이 모든 게 법의학 세계로 가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뼈가 인체 밖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뼈의 주인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을 조사한 법의힉자들이 일련의 사건에 대해 시간적 순서에 따른 과학적 입증을 함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미지 상태인 채로 남게 되는 경우가 있다. 모든 사건이 TV드라마나 영화처럼 명확하게 해렬되는 것은 아닌 게 현실인 셈이다. 법의학자이며 해부학자인 저자 수 블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작업인지를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에서 말하고 있다. 어린이 뼈대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했던 수 블랙은 뼈에 관한 해부학적 지식으로 범죄수사를 돕는 과정을 상세히 적고 있다. 두개골을 통해 나이, 성별, 인종을 알아내고 디지털몽타주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복원해내고, 주로 시신 절단 사건과 관련된 척추뼈를 살피고 죽은 자가 어떤 무기로 살해당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갈비뼈를 더듬는다.
영국 범죄소설 작가 협회 논픽션 부문 수상!
수 블랙은 유골을 다루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필사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소신을 밝힌다. 법의학자, 그중에서도 법의인류학자들은 죽은 자의 뼈에 새겨진 살아온 기억과 상처를 읽어낸다. 마치 짧은 멜로디만 듣고 곡명을 알아내는 퀴즐 풀듯 아주 작은 뼈 조각만으로도 죽은 자의 신원과 사인을 밝혀야 한다. 이 과정은 그야말로 논리적 추론이 따르고 명쾌한 과학적 설명이 함께한다. 조각이 났든 거의 타버린 채 흔적만 남아 있든, 뼈는 우리에게 삶이라는 노래를 들려준다.
최근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다룬 책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드라마화되었다. 유성호 저자는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에서 죽음을 가까이할 때 역설적으로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의 시선으로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것과 법의학자로서 바라본 죽음, 그리고 법의인류학자의 관점으로 뼈에 담긴 이야기를 추적하는 것은 모두 죽은 자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고 그의 이름을 찾아주는 작업이라 하겠다. 실제 벌어진 살인사건을 유골을 중심으로 추리하듯 풀어갔던 저자 수 블랙의 경험이 숙연하고도 명쾌하게 서술된 범죄학 교양서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나는 내 뼈를 모두 모아 삶아서 지방을 모두 제거한 뒤, 다시 연결하여 교수용 해골로 만들어서 설계부터 참여했던 해부실에 걸리고 싶다. 그렇게 죽어서도 계속 가르치고 싶다. 아주 평범한 내 유해를 통해 나는 말없는 훌륭한 교사가 될 것이다.
이 얼마나 지독한 각오인가. 신념으로 똘똘 뭉친 법의학자의 놀라운 의지가 아닐 수 없다. 이 법의학자의 통찰이나 활약상이 궁금하다면, 법의학자가 하는 일이 알고 싶다면, 법의인류학자가 들려주는 뼈에 새겨진 이야기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를 펼쳐보자!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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