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은둔의 역사 -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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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낭만적 은둔의 역사












낭만적 은둔의 역사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더퀘스트 펴냄




혼자 마시는 차, 혼자 하는 사색, 혼자 읽는 책... 이렇듯 혼자 있는 시간을 몹시 갈망하는 1인으로서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의 책이 아닌가! 낭만적 은둔이라니, 제목에서 이미 점수 따고 들어간다.



요즘 글로벌 사회에서 '은둔'이라는 말이 별로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기에 이 제목이 더 끌렸을까?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히키코모리만 봐도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 안에만 틀어박힌 채 살아가는 병적인 성향이 강한 은둔형 외톨이를 뜻하니 말이다. 예전 우리 문화로 보자면 방콕족이니만큼 은둔이라는 말은 핵가족화, 이웃이나 친척들과의 단절, 학력지상주의에 따른 압박감, 청년실업 등에 의한 심리적 부담감,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 등으로 연결된다. 즉, 집단에서 밀려난 망명자인 셈이다.



스위스 철학자 요한 게오르그 치머만은 신과의 소통에만 치중한 나머지 세상을 거부하는, 수도원과 수녀원에 만연한 은둔, 즉 종교적 평온과 고요한 은둔을 인간성의 왜곡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은둔이 정말 이렇게 안 좋기만 한 걸까?




가장 건강한 고독은 

자기 회복과 자유롭고자 하는 경향이다.




저자 데이비드 빈센트는 1791년 출간된, 치머만의 "고독에 관하여"라는 책을 파고든다. 사색적으로 보이고 싶은 18세기 당대 젊은이들이 품에 껴안고 다녔다는 저 책에 나도 관심이 쏠린다.



원래 혼자라는 것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있다가 없는 순간의 경험을 뜻했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 속에서 묻어나는 허무함이라기보다는 집단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의 여유, 혼자의 사색을 즐기는 개념이었던 것이다. 이 여가는 건강을 챙기는 수단이기도 했던 산책으로 직결되었고 더 나아가 여행으로 이어졌다. 그만큼 혼자라는 의미는 무척이나 아름다웠음이다. 오죽했으면 '혼자 걷기는 세상 체험에 좋은 도구'로 합리화되기도 했을까.



혼자에서 비롯된 걷기며 여행에서 끝나면 너무나 단순한 은둔의 역사일 터. 고독을 경험하는 수단들은 역사만큼이나 다양하다. 바느질을 하고 편지를 쓰고 카드 게임을 하고 낚시를 즐기고 독서를 하고 원예 생활을 펼치고 기도를 드리고... 그런데 이토록 많고 많은 은둔의 방식이 마음에 콕 박히진 않는다. 성별에 따라 어쩌면 허용되지 않은 자유에 대한 욕구 충족 수단이었을 수 있다는 씁쓸함을 느껴서였다.









​| 외로움의 양은 측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작가 사라 메이틀랜드는 "외로움에 대한 논의가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고독의 긍정적 기능이 가려져 버렸다"고 말했다. 정말 그런가? 사실 아름다운 고독이었는데 혼자 있어 불안해하는 외로움으로 치부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어느 정도 수긍하려는데 치머만은 혼자인 상태와 함께 있는 상태를 오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교육받은 남성들만 창의적인 고독과 피해를 주는 고독을 무사히 넘나든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고독을 통한 성장은 역시나 남자들만 가능하다는 말이 되겠군. 사회적 혹은 문화적 굴레란 이리도 무서운 것이다.



앉아서 시냇물 거품을 바라보다 궁금해서 한 시간을 허비해도 좋다는 시인 존 클레어의 넋두리 같은 고백에 고개를 끄덕인다. '어떤 면으로 고독은 단순희 휴식의 문제이자 관계와 삶의 변화를 모처럼 생각할 기회'라는 말에 공감을 표한다. 집단에서 벗어나는 것은 꾸준히 매력적이다. 산책하는 마음부터 항해에 나서는 용기까지, 광적인 수집부터 여가와 여행의 역사까지, 400년에 걸쳐 사람들의 혼자 있는 시간을 다룬 희한한 책. '시간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라고 당당히 소개한 데이비드 빈센트의 인문교양서 "낭만적 은둔의 역사"를 통해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방법, 기꺼이 음미해보았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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